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수사지휘 등 최근의 법-검 갈등 등을 들어 조선일보 논설주간이 ‘대한민국은 문(文)주공화국’이라는 말로 충분하다고 풍자하는 글을 썼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패러디한 네티즌(누리꾼) 주장을 옮겨 모든 권력이 문에게서 나오고, 친문무죄, 반문 유죄라고도 비난했다.

이에 청와대는 태극기부대가 집회에서 외치는 구호 같은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문주공화국이라는 말을 쓰면서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직접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도 않아 글이라기에는 허접하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반론에 글을 쓴 논설주간은 미디어오늘과 통화하지 않겠다며 별도의 재반론을 하지는 않았다.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지난 2일자 ‘김창균 칼럼’ ‘대한민국은 文主공화국, 모든 권력은 文에게서 나온다’에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두고 “2020년 대한민국에서는 조자룡 헌 칼처럼 쓰인다”며 “추미애 법무장관은 한명숙 사건의 참고인인 전과자를 어느 부서에서 조사하느냐를 놓고 지휘권을 꺼내 들면서…‘이렇게 말 안듣는 총장은 처음’이라고 했다”고 썼다. 김 주간은 오히려 “이런 법무장관은 처음”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반문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의 아들과, 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의 형이 임기중 감옥에 갔으나 이들 정권이 검찰에 싫은 소리를 한 적 없었다는 점을 들어 김 논설주간은 그러나 “문 정권은 검찰 수사가 청와대 언저리로 다가오자 지휘부를 통째로 좌천시켰다”고 했다. 김 주간은 “검찰총장을 모욕하고 조롱하면서 ‘이래도 안 물러날 거냐’고 조폭식 협박을 한다”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걸 검찰 개혁이라 부른다”고 풍자했다.

김 주간은 “대학 캠퍼스에 들어가 대통령을 풍자한 대자보를 붙인 청년은 건조물 침입죄로 호적에 빨간 줄이 그였다”며 이 청년의 유죄판결 사례도 들었다.

▲조선일보 7월2일자 칼럼.
▲조선일보 7월2일자 칼럼.

특히 김 주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이 받은 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만 나와도 사퇴하겠다고 한 말을 들어 “자신이 속한 정파가 상대보다 깨끗하다는 자부심, 또는 깨끗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비슷한 것이 있었다”며 “문 대통령은 정반대 셈법을 갖고 있다”고 비교했다. 김 주간은 “(문 대통령이) 자신들이 훨씬 정의롭게 살아왔기 때문에 상대보다 10배쯤 잘못을 저질렀어도 봐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 주간은 이런 근거들을 들어 한 네티즌이 광우병 파동 때 시위대의 대한민국 헌법 1조 구호를 패러디해 “대한민국은 문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문재인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문재인으로부터 나온다”고 쓴 글을 인용하면서 “2020년 대한민국의 통치 조직과 통치 작용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는 헌법은 이 한 줄로 충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주간은 “이 나라의 주인은 문재인 정권이며 그래서 마음대로 나라를 운영하겠다고 한다”고 썼다. 심지어 그는 형법 제1조제1항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한다’를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문재인에 대한 찬반에 의한다”고 바꿔 쓰면 된다면서 “반문이면 유죄, 친문이면 무죄다. 실제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가”라고 풍자했다.

청와대는 냉담한 반응을 내놓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청와대 춘추관 현안브리핑에서 이 같은 칼럼을 통해 대한민국이 문주공화국이라고 규정한 주장에 어떤 의견이냐는 미디어오늘 질의에 “칼럼을 읽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적극 반박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이튿날인 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대한민국이 문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이 문에게서 나온다’는 김창균 논설주간 평가에 “태극기 부대나 시위하면서 외치는 구호”라고 평가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지휘권 발동’ 등 제시한 근거를 두고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문 대통령 지시로 했다는 근거가 제시된 것도 아니고, (이 칼럼이) 조선일보의 취재망에 뭔가 포착돼 그걸 보여준 것도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 글을 쓰려면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이건 주장일 뿐이고 구호를 외치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동적 구호를 외치는 것 같고, 온전한 글이라 하기엔 허접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2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함께 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2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함께 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청와대

대통령 비판 대자보 청년의 건조물침입죄 유죄 판결을 문주공화국 사례로 든 것을 두고 이 고위관계자는 “사법부의 판결에서 한 것을 우리 (행)정부가 했다고 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라며 “일본이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우리 정부에 책임지라고 한 주장과 뭐가 다른가”라고 반분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상대정파보다 깨끗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10배 잘못해도 봐주자고 한다는 김 주간의 주장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때 조선일보가 언제 노무현 대통령이 ‘상대정파보다 깨끗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한 적이 있었느냐”며 “문 대통령이 10배를 더 잘못해도 봐줘야 한다는 주장도 허황되지만, 자신들이 그렇게 바라본 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주장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칼럼을 쓴 김창균 논설주간은 별도의 반박이나 재반론을 내놓지 않았다.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3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전화를 받자마자 “미디어오늘과는 통화하지 않겠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미디어오늘은 이후 재차 여러차례 전화통화 시도를 했으나 연결되지 않았고,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텔레그램 등 SNS메신저를 통해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주장을 전부 제시하고 견해 또는 재반박의사를 질의했으나 4일 정오 현재까지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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