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회의원이 국가정보원장 후보로 지명되자 첫 일성을 내놓았다. 박 후보자는 정치를 입에 올리지 않고 대한민국과 문재인 대통령에 애국심을 갖고 충성하겠다고 밝혔다. SNS와 언론 전화 등 모든 개별적 소통을 중단하겠다고도 했다.

박 후보자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의정활동을 했으나 국정원에 적을 둔 적이 없다는 점에서 국정원을 얼마나 장악하고 이끌 수 있을지 물음표가 남아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으로써 최근 꼬여있는 남북관계를 국정원의 조직망을 통해 개선하도록 기여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 후보자는 3일 오후 국정원장 후보자 지명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감사하다. 국정원장 후보자로 내정되었다는 통보를 청와대로부터 받았다”며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님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박 후보자는 “앞으로 제 입에서는 정치라는 政자도 올리지도 않고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국정원 개혁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활발한 언론과 소통, SNS 활동 등과 관련 박 후보자는 “SNS 활동과 전화 소통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후보자로 임명해 주신 문재인 대통령님께 감사드리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님과 이희호 여사님이 하염없이 떠오른다”고 썼다.

문 대통령이 박지원 전 의원을 국정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배경이 주목된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박 후보자 지명 배경을 두고 정치인으로 메시지가 간결하면서 명쾌하고, 정보력과 상황 판단이 탁월하며 국회 정보위(18~20대 국회) 활동으로 국가정보원 업무에 정통하다고 했다. 박 후보자의 정보력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무엇보다 모든 언론을 가리지 않고 전화나 답변을 해주는 등 대언론관계가 더 원만하다. 특히 DJ 정부 초대 청와대 공보수석(1998년 2월~1999년 5월)을 지내고, 그 직후부터는 2대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문화부 장관 시절 대북 특사로써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2년 4월부터 2003년 2월까지는 김대중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사진=청와대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사진=청와대

 

DJ 정부의 핵심에 있으면서 국정원의 실태와 개혁 필요성 등을 인식했을지는 모르겠으나 국정원 개혁을 위한 조직 장악 등이 향후 과제다.

국정원장 지명과 관련해 최근 박 후보자가 문 대통령을 만난 일도 주목된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인 지난달 17일 문 대통령이 외교안보 원로들을 청와대 오찬에 초청했을 때 박 후보자도 참석했다. 박 후보자는 18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 문제 등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며 “문 대통령이 ‘상황 관리를 인내하면서 북미대화 등으로 잘 풀어가자’고 해서 임동원 전 국정원장과 내가 ‘상황관리와 대응책 굉장히 좋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박 후보자는 그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오찬 당시 안보라인 교체를 지적하는 한 참석자의 발언에 문 대통령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며 “(내가) 안보 라인을 즉시 교체하면 북한에 우리 정부를 흔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흔들리지 말고 대책을 강구 할 때라는 개인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후보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국정원장 후보자 지명후 쓴 글 전문이다.

감사합니다.

국정원장 후보자로 내정되었다는 통보를 청와대로부터 받았습니다.

만약 소정의 절차를 거쳐 공식 임명 받으면 각오를 밝히겠습니다만 먼저 제가 느낀 최초의 소회를 밝힙니다.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님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 하겠습니다. 앞으로 제 입에서는 정치라는 政자도 올리지도 않고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국정원 개혁에 매진하겠습니다.

SNS 활동과 전화 소통도 중단합니다.

후보자로 임명해 주신 문재인 대통령님께 감사드리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님과 이희호 여사님이 하염없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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