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와 환자의 사랑을 소재로 다룬 KBS 드라마 ‘영혼수선공’이 시청자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KBS 드라마 CP가 직접 답을 내놨다. 강병택 드라마센터 CP는 해당 이야기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영혼수선공은 지난달 25일 종영했다.  

영혼수선공이 방영 중이던 지난 5월 KBS 시청자청원에 드라마 소재가 부적절하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정신과 의사가 자신의 환자와 사적인, 그것도 로맨틱한 관계를 맺는 것은 중대한 범죄”라며 “해외에서라면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청원인은 “KBS 드라마에서 정신과 의사가 환자와 로맨틱한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정신과 진료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형성할 수 있다”며 “정신과 의사와 환자의 로맨틱한 관계를 대중들이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는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는 매우 취약한 상태에서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며 의사에게 의존적 감정을 갖게 되고 휘둘리기 쉽다”며 “정상적 의사는 환자가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의사들은 환자들을 성적으로 착취하거나 조정할 수 있다”고 짚었다. 

▲KBS 드라마 '영혼수선공'.
▲KBS 드라마 '영혼수선공'.

특히 이 청원인은 “작년 PD수첩 보도 등으로 한 정신과 의사에 의한 ‘환자 그루밍 성폭행 사건’이 쟁점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영방송 KBS 드라마에서 정신과 의사와 환자의 전이, 역전이 감정을 로맨틱하고 긍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MBC ‘PD수첩’은 지난 5월28일 한 정신과 의사가 여러 명의 환자와 성적인 접촉을 했다며 ‘환자 그루밍 성폭행’ 사건을 보도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의사는 “오히려 내가 당했다”고 주장했고 지난 3월27일 사망했다. 

청원인은 이 사건을 언급하며 “정신과 의사가 환자들의 역전이 감정을 이용해 성폭행을 저지른 다음 제대로 된 처벌조차 받지 않고, 자살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런 드라마의 방영은 피해자 트라우마를 자극하고, 큰 고통을 주며 2차 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청원은 ‘영혼 수선공’ 제작진들의 사과 및 관련 재방송과 VOD 서비스 중단 혹은 수정, KBS 내 인식개선을 요구했다. 

이 시청자 청원은 한 달 동안 1392명의 동의를 받았다. KBS 시청자 청원은 한 달 동안 1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해당 부서 책임자가 직접 답변을 주는 시스템이다. 
 
강병택 드라마센터 CP는 지난 1일 “‘영혼 수선공’의 두 주인공은 의사와 환자라는 일방적으로 치료하고 치료받는 도식적 관계를 벗어나 모두 치유가 필요한 ‘현대적 한계인’으로 설정됐다”며 “제작진은 ‘정신적 교감을 통한 사랑’이라는 요소를 통해 각각 치유되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드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혼 수선공’은 단순하게 의사와 환자의 사랑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소재인 만큼 한 회 한 회 많은 고민을 하며 만들었지만 현실적 한계로 인해 기획 의도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고 청원인의 청원 내용처럼 불편함을 초래한 점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강 CP는 “부족함을 깊이 공감하고, 앞으로 드라마를 제작할 때 보다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만들고자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영혼 수선공은 지난 6월25일 닐슨코리아 기준 2.3%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종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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