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3월31일 <“가족 지키려면 유시민 비위 내놔라”… 공포의 취재>를 단독 보도하면서 채널A 협박취재 및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현직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취재원에게 수사상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협박하며 특정 정치인에 대한 허위진술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기자가 언론인으로서 지켜야 할 취재윤리를 저버리고, 고위급 검사와 결탁해 부적절한 거래를 시도한 중대범죄로써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당시 진행 중인 채널A 재승인 심사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떠올랐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채널A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하면서 수사결과 등을 통해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에 중대한 문제가 있던 것으로 확인될 경우 재승인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수언론은 그동안 채널A의 검언유착 의혹을 부정하는 보도를 반복해왔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초기부터 꾸준히 검언유착 의혹을 부정하며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보도를 이어왔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4월 1일부터 6월 23일까지 조선일보가 ‘채널A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하며 진상규명을 방해한 방법 4가지를 정리했습니다.

방법1. 제보자와 검언유착 의혹 보도 공격

채널A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행태가 드러난 초기 조선일보는 사안 대신 제보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메시지 대신 메신저를 공격하는 전형적인 방법입니다. 동시에 ‘채널A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한 매체를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 지난 4월1일부터 6월23일까지 제보자와 검언유착 의혹 보도 공격한 조선일보 기사.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지난 4월1일부터 6월23일까지 제보자와 검언유착 의혹 보도 공격한 조선일보 기사.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제보자 겨냥해 “친여 브로커” “사기꾼” 공격

가장 눈에 띄는 보도는 조선일보 <친여 브로커 “윤석열 부숴봅시다”… 9일뒤 MBC ‘검‧언 유착’ 보도>(4월3일 박국희‧류재민 기자)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시작부터 제보자를 “평소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검찰’을 신랄히 비난해온 현 정권 골수 지지자”로 표현하며 “한때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검찰의 내밀한 부분을 아는 금융전문가 행세를 하며 친여 매체에 출연해 현정권을 적극 옹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도의 진위여부 판단에 앞서 제보자의 정치적 성향부터 문제 삼은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제보자의 SNS에 집착했습니다. ‘개검 총장 윤석열아 오늘 개꿈 꾸면 내덕인 줄 알아라’, ‘부숴봅시다! 윤석열 개검들!! ㅋㅋㅋ’ 등 제보자가 SNS에 올린 글을 그대로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보도 마지막에는 “검찰 출신 법조계 인사들은 지씨를 ‘사기꾼 정도’라며 평가절하했다”, “법조계에서는 ‘여권과 연결된 지씨가 윤석열 관련 의혹을 불붙이기 위해 이철 전 대표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그 대리인 행세를 했을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며 익명의 취재원 발언을 인용해 제보자의 신뢰도를 공격했습니다.

▲ 지난 4월3일 제보자 공격에 몰두한 조선일보
▲ 지난 4월3일 제보자 공격에 몰두한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이 보도에서 사건 핵심인 채널A 기자와 익명의 현직 검사장의 유착이 있었는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제보자의 SNS 글을 언급하며 ‘제보자는 윤석열 총장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졌고, 정부에 우호적인 인물’이라는 점만 강조했죠. 검언유착 의혹의 진실보다 제보자의 정치적 성향을 부각시켜 진영논리를 끌어들인 것입니다.

KBS‧MBC‧TBS 보도 “친여 매체들 뭇매”로 평가절하

제보자 공격에 이어 조선일보는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한 언론을 겨냥했습니다. 조선일보 <사기 전과자가 '윤석열 의혹' 띄우면, 친여 매체들이 뭇매>(4월4일 이정구‧류재민 기자)는 제목에서부터 검언유착 의혹 보도를 “친여 매체들이 뭇매”를 때렸다고 표현했습니다. 보도에서는 “친정권 성향 방송들이 친여 인사와 보도 관련자를 집중적으로 출연시켜 ‘윤석열 검찰’과 언론의 유착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며 제보자와 MBC 기자 등을 출연시킨 MBC, KBS, TBS를 비판했습니다.

다시 한 번 제보자를 “골수 친문‧친조국 인사”로 표현한 조선일보는 KBS‧MBC‧TBS가 실체가 없는 검언유착 의혹을 부풀려 보도한 듯 주장했습니다. 특히 방송인 김어준 씨가 제보자에게 “화면이 있는 방송과 하라, 그것이 훨씬 파급이 있다”고 조언한 것을 두고 “사실상 친정권 방송들이 협업한 셈”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가 KBS‧MBC‧TBS를 비판한 이유는 “채널A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행태는 사실이지만 검‧언유착은 뚜렷한 근거가 없는 것”이라는 자체적 결론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 결론은 근거가 부실했습니다. 채널A의 “해당녹음 속의 인물은 MBC가 보도한 그 검사장이 아니다”는 주장과 현직 검사장의 “채널A 기자와 그런 통화를 한 적이 없다”와 같은 일방적 주장이 근거였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의 자체 결론은 결국 채널A와 현직 검사장이 ‘검언유착이 아니다’라고 했으니 ‘검언유착은 없었다’는 것에 불과합니다.

채널A·현직 검사장 주장만 믿고 ‘뭇매’ 때린 조선일보

채널A와 현직 검사장의 주장만으로 ‘검언유착은 뚜렷한 근거가 없는 것’이라 단언한 조선일보의 판단은 틀렸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먼저 “해당 녹음 속의 인물은 MBC가 보도한 그 검사장이 아니다”는 채널A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입니다. 매우 부실하게 작성된 채널A의 자체 진상조사보고서에서도 ‘MBC가 언급한 검사장이 아니다’는 주장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최근 조선일보는 채널A 기자와 해당 검사장이 통화한 녹취록 내용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4월 초 기사가 사실관계 확인조차 거치지 않은 것을 스스로 입증한 셈입니다.

또한 현직 검사장이 “채널A 기자와 그런 통화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대목은 현재까지도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현직 검사장 주장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채널A 기자와의 통화 녹취록을 확인해야 합니다. 검언유착 의혹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 중 하나로 수사기관이 집중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최근엔 해당 녹취록에서 유착관계를 입증할 결정적인 내용이 나왔다는 점을 두고 조선일보와 한겨레에서 정반대의 기사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아직까지 수사기관의 수사로 입증되지 않은 내용을 채널A의 허위주장과 함께 그대로 인용한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조선일보의 기사가 얼마나 편향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조선일보가 ‘검언유착 의혹은 뚜렷한 근거가 없다’며 내세운 근거는 허위이거나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으로 드러났습니다. “친여 매체들이 뭇매”를 때렸다는 조선일보의 기사는 오히려 ‘조선일보가 근거도 없이 KBS‧MBC‧TBS 뭇매를 때렸다’고 표현해야 정확한 것이죠.

방법2. 수사 시작되자 ‘편파수사’로 논점 변경

결국 제보자와 검언유착 보도매체를 향한 조선일보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이 해당 사건 수사를 시작했기 때문이죠. 그러자 조선일보는 새로운 방법으로 검언유착 진상규명 방해에 나섰습니다. 검찰의 채널A 압수수색 시도를 문제삼은 뒤 ‘MBC는 수사하지 않으니 편파수사’라는 프레임입니다.

▲ 지난 4월1일부터 6월23일까지 채널A 압수수색 문제 삼으며 ‘편파수사’ 프레임 사용한 조선일보 기사.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지난 4월1일부터 6월23일까지 채널A 압수수색 문제 삼으며 ‘편파수사’ 프레임 사용한 조선일보 기사.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윤석열 총장 속마음까지 추측하며 MBC 겨냥

조선일보가 MBC 수사에 집중하기 시작한 시점은 최경환 전 의원이 MBC 보도를 고발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 이첩된 이후입니다. 조선일보 <윤석열의 반격… ‘MBC 보도’ 수사로 밝히라는 뜻>(4월18일 박국희‧김아사 기자)는 최 전 의원 측이 고발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되자 “윤 총장 지시는 여권 인사와 친분이 깊은 이철 전 VIK 대표의 제보를 바탕으로 이뤄진 MBC 보도 전반의 진위를 수사로 가려내라는 뜻”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보도에서 조선일보는 자신의 추측을 뒷받침하기 위해 윤 총장의 지시에 대한 익명 취재원들의 발언을 반복적으로 전달했습니다. 익명 취재원들은 “윤 총장의 이번 수사 지시는 그와 같은 여권의 공격을 차단하는 측면도 있다”며 정치적 문제로 일관하거나 “윤 총장은 자신의 측근(검사장)이 MBC와 여권의 합공을 받는 상황에서 ‘한번 해볼 테면 해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섰으니 수사 지시를 공개적으로 내린 것 아니겠느냐”며 근거없는 추측을 늘어놨습니다.

‘편파수사’ 프레임 조장 “MBC도 압수수색하라”

4월27일 검찰이 채널A 압수수색을 진행하자 조선일보는 ‘편파수사’ 프레임을 본격화했습니다. 채널A는 압수수색을 하면서 MBC는 압수수색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조선일보 <채널A는 압수수색, MBC는 기각… 윤석열, 중앙지검의 부실 영장에 “황당”>(4월29일 이민석‧이영빈 기자)가 대표적입니다. 제목에서부터 두 언론사의 압수수색 여부를 명시한 조선일보는 윤석열 총장의 입을 빌려 MBC 영장이 ‘부실’했고, 기각이 부당하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하루 뒤 <윤석열, MBC부실영장 이성윤에 “균형있게 조사하라”>(4월30일 김아사 기자)에서는 익명의 검찰 관계자가 “윤 총장은 대검 인권부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서울중앙지검에는 ‘검‧언 유착’, 명예훼손, 몰래카메라 등 세 부분을 균형 있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걸로 안다”, “그런데도 채널A만 수사하는 모양새가 되니 윤 총장으로선 황당할 것”이라고 주장한 발언도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윤 총장의 판단이 적합했는지는 따지지 않았고, “제보 자체가 윤석열 흠집내기용 기획일 수 있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인용했습니다. 이어 MBC 보도의 제보자가 “윤 총장에 대해 극단적 반감을 표시해 왔던 인물”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사설-MBC는 빼고 채널A만 압수수색, 법 집행인가 정치인가>(4월30일)은 훨씬 더 노골적이었습니다. 조선일보는 MBC가 “채널A 기자를 몰래카메라로 찍어 내보내기도 했다. 정상적 언론 보도에서 벗어났다. 통신비밀보호법 등 법 위반 소지도 크다”더니 “그런데도 검찰은 채널A에 대해서만 압수수색을 하고 MBC는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지어는 “이번 수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주도하고 있다”며 사건과 전혀 상관없는 이성윤 지검장의 학력을 부각하기도 했습니다.

잇따라 편파수사 프레임을 내세운 조선일보가 내린 결론은 “선거 후에 정권과 정권 편 언론들의 검찰총장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정권의 불법혐의를 덮고 자기들 마음대로 검찰을 부리겠다는 것이다”였습니다. ‘편파수사’ 프레임을 이용해 이른바 ‘윤석열 찍어내기 음모론’을 주장한 것입니다.

▲ 지난 4월30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윤석열 찍어내기’로 몰고간 조선일보.
▲ 지난 4월30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윤석열 찍어내기’로 몰고간 조선일보.

‘기자-검사장 유착’ 본질 호도

이번 사안은 채널A 기자의 협박취재와 현직 검사장과 유착 의혹입니다. MBC는 채널A 기자에게 협박취재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제보자와 실제 채널A 기자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 등을 바탕으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채널A 기자는 현직 검사장을 언급하며 검찰 수사방향을 꿰고 있는 듯 제보를 종용했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위법성의 여부를 따질 대상은 MBC 보도가 아니라 채널A 기자의 취재행위와 현직 검사장과의 유착관계 여부가 됩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MBC가 의혹을 보도하던 중 언급된 일부 내용에 대해 최경환 전 의원과 보수단체가 고발했다며 반복적으로 ‘MBC 보도’를 문제 삼았습니다. 사안의 본질이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의 유착’이 아닌 ‘정파성이 드러난 제보자의 증언이 담긴 MBC 보도’인 듯 호도한 것이죠. 그 결과가 검찰이 MBC를 수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편파수사’ 프레임입니다.

조선일보의 ‘편파수사’ 프레임은 ‘정부 여당 지지자의 제보로 보도한 MBC는 수사하지 않으니 문제 아니냐’와 같은 소모적 논쟁을 만들 뿐입니다. 또한 언론과 검찰이 불법 공조를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 정치적 진영논리를 투입해 대립을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조선일보가 만들어낸 프레임은 실체적 진상규명의 방해요소였습니다.

방법3. 채널A 주장 전달하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공격

조선일보의 ‘편파수사’ 프레임에도 검찰 수사는 진행됐고, 5월 25일 채널A 자체 진상조사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이 기간 조선일보는 채널A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공격하는 보도를 했습니다.

▲ 지난 4월1일부터 6월23일까지 채널A 압수수색 문제 삼으며 ‘편파수사’ 프레임 적용한 조선일보 기사.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지난 4월1일부터 6월23일까지 채널A 압수수색 문제 삼으며 ‘편파수사’ 프레임 적용한 조선일보 기사.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진상 없는’ 진상조사보고서인데도 채널A 입장만 일방 전달

채널A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는 56일이나 조사를 했음에도 아무런 진상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 <채널A “취재 부적절했지만 검언유착 증거없어”>(5월26일 이민석 기자)는 진상조사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은 채 채널A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채널A가) 자사 기자의 부적절한 취재행위는 있었지만 검언유착 증거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25일 밝혔다”며 진상조사보고서 발표를 보도했습니다. 이어 “관련자들 진술과 카카오톡 대화내용, 전자우편 등에 비춰볼 때 이 기자가 B 검사장과 이 사건을 논의했다고 볼 만한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고서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가 관련자들의 카카오톡 대화내용 등 주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는 가장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으면서, 검언유착 의혹이 사실이 아닌 듯 교묘하게 왜곡하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사건 초기 이 기자는 채널A 간부에게 ‘녹음 파일 속 인물은 B 검사장이 아니라 C 변호사’라고 했다”는 내용을 소개하더니 조사과정에서 이동재 기자의 입장이 번복됐고, 녹취록은 “허위로 만든 것”이라고 진술한 대목도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이 기자의 진술 신뢰성은 문제 삼지 않았고, 오히려 이 기자 변호인의 입장을 길게 실어줬습니다. 사실상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가 아닌 채널A와 이동재 기자 입장이 보도된 것입니다.

▲ 지난 5월26일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의 부실함은 지적하지 않은 조선일보
▲ 지난 5월26일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의 부실함은 지적하지 않은 조선일보

채널A 수사 시작되자 ‘정치수사’로 프레임 전환

채널A의 진상조사보고서가 부실한 조사로 진상을 밝혀내지 못하면서 검찰 수사의 중요성은 더 높아졌습니다. 5월 중순에서야 검찰은 사건 당사자인 채널A 이동재 기자를 비롯해 취재를 동행하거나 취재사실을 보고받은 기자들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그러자 조선일보 <채널A 전화서 검언유착 안나오자… 작년 7월 내용까지 보려는 중앙지검>(5월30일 조백건‧이정구 기자)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휴대전화에서 검언유착 증거가 나오지 않았고, 검찰이 정치수사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보도를 살펴보면 ‘수사팀이 휴대전화에서 검언유착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근거는 “검찰 주변”에서 나왔다는 전언이 전부였습니다. 오히려 조선일보는 “검찰은 이 사건이 발생한 올 2월보다 훨씬 앞선 작년 7월부터 이 휴대전화와 포렌식 자료에 담긴 정보를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채널A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에 집중했습니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또다시 “검찰 주변”으로 표현된 익명의 취재원이었습니다. “휴대전화에서 윤 총장 측근 검사장 관련 내용이 안 나오자 ‘윤석열 사단’을 타깃으로 한 별건 수사를 벌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검찰 주변에서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조선일보는 “현 정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는 작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고”, “‘윤석열 사단’인 당시 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이 지휘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사실상 윤석열 총장을 타깃으로 한 수사”, “수사범위를 벗어난 기간에 대해 기자들 통화내역을 다 까보겠다는 것은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주장한 익명의 변호사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종합해보면 ‘수사팀이 검언유착 증거를 못 찾았음에도 윤석열 사단을 공격할 목적으로 다른 사안을 찾으려 통화기록을 뒤지고 있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부실한 진상조사보고서 지적 없이 ‘정치수사’ 프레임 걸어

조선일보의 ‘정치수사’ 프레임은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의 부실성을 짚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채널A의 자체 진상조사는 핵심인물인 이동재 기자를 비롯해 관련자들이 취재 및 보고에 활용한 카카오톡 대화내용조차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이 기자가 제출한 휴대전화 2대는 초기화가 되어 있었고, 노트북은 포맷이 되어 있었습니다. 채널A는 포렌식 업체에 복구를 맡겼지만, 일부 데이터만 복구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채널A는 전체 데이터가 복구되지 않은 이유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수사기관에서는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가 확인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추가적인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진상조사위원회가 확인한 자료만으로는 진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수사기관이 확보되지 않은 증거목록을 정리하기 위해 전반적인 포렌식 자료를 확인했다면 문제될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채널A 전화서 검언유착 안 나오자”라며 수사진행 상황을 근거도 없이 추정한 뒤 수사팀 움직임을 정치적 목적이 있는 듯 몰아갔습니다. 애초 수사과정의 타당성 여부는 검증조차 하지 않은 채 진영논리부터 꺼내든 것입니다.

방법4. 수사증거 내용 유출하며 ‘한동훈 검사장 책임 없다’ 주장

검찰 수사가 진척되어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부산지검 차장검사의 대화 녹취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조선일보는 수사증거인 녹취록 내용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여기서 이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을 분리하는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검언유착’이 아닌 ‘채널A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으로 축소시킨 것입니다.

‘한동훈은 몰랐다’ 핵심 내용인 듯 보도한 조선일보

조선일보 온라인판 <단독-‘검언 유착’ 의혹의 A 검사장, 알고보니 채널A 기자에 “유시민 의혹 관심없다”>(6월20일 이정구 기자)가 강조한 내용은 한동훈 검사장이 “유시민이 뭘 했는지 나도 아는 게 없다”, “금융범죄를 정확히 규명하는 게 중요하고 그게 우선이다”라고 발언하였다면서 검언유착은 없었다고 단정한 것입니다.

조선일보가 녹취록 내용을 보도한 근거는 “본지의 법조계 취재를 종합한 결과”라는 추상적 표현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날 자리는 안부 대화로 시작해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검찰개혁’ 등 법조계 여러 현안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고 한다”며 녹취록 내용이 매우 상세하게 다뤄졌습니다. ‘한동훈 검사장은 몰랐다’는 내용을 언급한 조선일보는 “법조계에서는 이날 대화는 MBC가 보도한 검언유착 ‘공모’의 근거로 보기 어렵거나 오히려 반대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녹취록이 검언유착을 반박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동훈 검사장이 “있지도 않은 ‘여야 5명 로비 장부’를 미끼로 저를 끌어들이려는 (지씨의) 계획에 넘어간 이 기자가 제 이름을 도용한 것으로, 저는 그 피해자”라고 주장한 대목과 이동재 기자의 변호사가 “이 기자의 취재 욕심이 과했고, 검찰과의 유착은 없었다”고 주장한 대목도 소개됐습니다. 이어 “대검 내부에서도 이 기자의 취재는 강요 미수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결과를 추측하기도 했습니다.

수사팀 직접 반박, 한겨레에서는 정반대 기사 나와

조선일보 보도가 나오자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은 직접 입장문을 내고 반박에 나섰습니다. 6월21일 서울중앙지검은 조선일보 보도를 “왜곡과 호도”라고 비판했습니다. “해당기사에 언급된 내용은 확보된 증거자료 중 관련자에게 유리할 수 있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보도했다”는 것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의 반박 하루 뒤에는 한겨레를 통해 조선일보와 정반대의 내용이 보도됐습니다. 한겨레 <‘윤석열 최측근 녹음’ 결정적 증거라는데…대검은 “범죄 안된다”>(6월22일 김태규 기자)는 “수사팀은 특히 녹취록과 채널에이 진상보고서에서 전언 형태로 존재했던 내용과 비슷한 한 검사장 발언을 확인했다고 한다”며 “수사팀이 한 검사장의 신분을 피의자로 전환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겨레 설명을 종합한다면 수사팀 내에서는 녹취록을 검언유착의 결정적 증거로 판단한 것입니다.

다만 한겨레도 조선일보가 보도한 내용과 유사한 대목을 일부 보도했습니다. 바로 “대검 쪽에서는 3인 대화 녹음파일 내용을 봐도 ‘뭐가 잘못이라는 건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겨레와 조선일보의 보도를 종합해본다면 녹취록과 관련해 서울지검과 대검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조선일보가 대검 의견만 전달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검언유착 의혹, 조선일보 어깃장으로 무너지지 않는다

채널A 협박취재 및 검언유착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검찰이 의제를 설정하여 언론을 여론화 도구로 이용하고, 권력을 감시 비판해야 할 언론은 검찰이 의도를 갖고 흘려주는 정보를 검증 없이 받아쓰기에 급급했다는 ‘검언유착’ 관행의 실체가 드러나게 됩니다. 그동안 ‘검찰발 보도’로 불린 기사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메커니즘이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기자 개인의 일탈로 넘어갈 수 없고, 철저히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번 사건은 채널A 차원을 넘어 언론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직결됩니다. 따라서 검언유착 의혹의 진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른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언론이 이번 사안에 침묵하거나 적극적으로 진실을 찾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검찰 권력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진실을 찾는 언론의 모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더욱이 조선일보처럼 사건의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시도를 반복하는 매체는 절대 신뢰받는 언론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0년 4월1일~6월23일 조선일보 지면 및 온라인판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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