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의 문제발언 중 핵심을 뽑아 알려드리는 ‘종편 뭐하니?’입니다. 6월30일 종편에서는 6‧25 추념식의 애국가 도입부가 북한 국가와 유사하다는 터무니없는 지적이 나왔어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년 동안이나 검찰과 서초동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무리한 수사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죠.

한편 정의당이 6월29일 성별, 장애, 나이, 출신 국가,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어떠한 차별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는데요. 법안 발의에는 정의당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소속 의원도 참여했어요. 차별금지법은 미래통합당도 발의를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요. 6월 30일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는 ‘차별금지법’ 관련 내용을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어요.

1. “6‧25 기념식 애국가가 북한 국가와 비슷하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월30일)에서는 6‧25전쟁 70주년 기념식에 대한 의미 없는 비판이 나왔어요. 6‧25 기념식에서는 6‧25전쟁에서 숨진 국군 147구 유해를 운구한 ‘공중급유기’에 영상을 투사하는 ‘미디어 파사드’를 선보였는데요. 진행자 윤정호 씨는 미디어파사드에 사용된 공중급유기가 “147분의 유해를 직접 운송했던 항공기는 아니었다. 이게 지금 드러났다”며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 듯 소개했어요. 조선일보 <6·25 행사의 주인공은 비행기, 유해는 소품이었나>(6월 30일)를 그대로 옮긴 거예요. 그러나 7월 1일 청와대는 “6월 25일 오전 8시 기내에 2차 방역을 하던 중 발열자가 한 명 나와 엑스레이 검사를 위해 유해 1호기를 밖으로 내렸다”, “행사기획 단계에서부터 코로나 양성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전제에서 수립한 대책 차원에서 2호기를 미리 준비했고, 그래서 유해가 2호기로 옮겨진 것”이라고 반박했죠. 

출연자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객원교수는 6‧25 기념식의 애국가 도입부가 북한 국가와 유사해 논란이라고 말했어요. 김병민 씨는 “참 흡사하다”, “여섯 음 정도가 같다는 거다”, “대한민국 애국가를 부르는데 꼭 이걸 넣어야 될 필요가 있을까”라고 했어요. 김 씨 주장은 보수 성향의 유튜버들이 내놓고 있는 주장과도 같아요. 그런데 말이에요. <이것이 정치다>에서는 김 씨 발언에 앞서 차이콥스키 교향곡과 영국 국가 연주를 보여줬어요. 6‧25 기념식에 나온 애국가 도입부 팡파르는 의식을 알리는 신호로써 차이콥스키 교향곡과 영국 국가에도 등장할 만큼 자연스러운 편곡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려준 거죠. 문제는 이렇게 사실 확인이 끝난 이후에도 김병민 씨가 ‘기념식의 애국가 도입부가 북한 국가와 유사해 논란’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내놨다는 거예요. TV조선에겐 6‧25전쟁에서 숨진 국군 147구 유해 운구보다 이런 식의 논란을 만들어내는 게 더 의미 있는 일인가요?

→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월30일) https://muz.so/acfE

▲ 지난 6월30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 지난 6월30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2. ‘이재용 수사 무리하다’고 평가한 출연자

불법 경영권 승계 관여 의혹,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국정농단 연루 의혹 등 숱한 의혹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아직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어요. 대기업에게 유난히 관대한 사회 분위기 때문일까요? 검찰은 현재 이재용 부회장의 기소를 고민하고 있죠.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 수사를 두고 ‘무리하다’고 평가한 종편 출연자가 있어요.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이에요. 

TV조선 <신통방통>(6월30일)에서는 6월29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대해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이어갔다”고 평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 주목했어요. 최병묵 해설위원은 추 장관 발언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이재용 부회장 수사’를 꺼내들었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을 추미애 장관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금 하나 예를 들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금 4년간 검찰과 법원에 불려 다니고 있다”, “특정 기업의 회장이 4년 동안이나 검찰과 서초동을 못 벗어난다면 그거는 좀 생각해봐야 될 문제 아닌가? 조국 전 장관 수사는 다 끝났지 않았나”라고 한 거예요.

특정 기업 회장이 4년 동안이나 검찰과 서초동을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수사할 사안이 너무 많아서예요. 의혹이 없는데도 검찰에 불려 다닌 게 아니란 거죠. 최병묵 씨가 이재용 부회장이 연관된 각종 범죄 혐의에 대한 심각성을 조금이라도 인지했더라면, ‘무리한 수사’라는 말은 하지 못했을 거예요. 

→ TV조선 <신통방통>(6월30일) https://muz.so/acfF

▲  지난 6월30일 TV조선 ‘신통방통’
▲ 지난 6월30일 TV조선 ‘신통방통’

3. 차별금지법 ‘차별’한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었어요. 6월29일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포함한 10명의 국회의원이 공동 서명한 법안이 발의되었고, 6월 30일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을 촉구한 거예요. 오랫동안 논란이 된 법안이 발의되었다는 점, 국가인권위원회가 2006년 정부 상대 권고안을 낸 이후 14년 만에 공식 의견을 표명을 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어요. 국회 발의안과 국가인권위원회 안을 비교하고 그간 국민인식 변화를 점검하는 등 시사대담 프로그램이라면 다뤄볼 만한 이야기가 많아 보였는데요. 하지만 놀랍게도 민언련이 모니터링하는 8개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선 차별금지법에 대해 이틀 내내 한마디도 다루지 않았어요.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규제하고 헌법상 평등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의 법이에요.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차별금지법안’을 처음 발의한 이후, 국회에서도 6번이나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되었어요. 19대 국회에선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었고, 20대 국회에선 발의조차 되지 못했죠. 법안을 발의하려면 대표 발의자를 포함해 의원 10명의 서명이 필요한데 나서서 서명할 의원이 10명도 되지 않았던 거예요. 

교과서에서 볼 법한 당연하고 상식적인 내용을 담아놓은 법안임에도 차별금지 대상에 성소수자가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어요. 일부 기독교계에선 차별금지 대상에 성소수자가 포함된 건 종교탄압이라며 강력히 반대를 표명하기도 했죠. 사랑을 말해야 할 종교의 이름으로 성소수자를 차별한다는 게 이해는 안 가지만 말이에요. 하지만 또 다른 종교계에선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참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어요. 지난 3월 국가인권위원회 ‘국민인식조사’에선 성인 10명 중 9명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기도 했고요. 

잠깐만 살펴봐도 다뤄야 할 이야기가 참 많아 보이는데요. 이런 주제를 하루에 1시간이 넘도록 시사대담을 나누는 8개 방송에서 이틀간 한마디도 다루지 않았다는 건 어쩐지 믿기 어렵네요. 조금 더 자세히 법안을 살펴보고 제대로 다루기 위해 잠시 미뤄둔 거겠죠? 그렇게 믿고 기다려볼게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6월 30일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 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뉴스A라이브>,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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