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지난달 22일 문화체육관광부에 공동으로 의견서를 내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9일 대표발의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의 폐기를 주장했다. 악의적 언론 보도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 법원이 손해액의 최대 3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개정안 핵심이다.

기자협회·신문협회·편집인협회는 정청래 의원의 개정안을 두고 △헌법적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훼손해 언론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고 △언론보도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같이 지우는 우리나라 법률체계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악의적인 보도규정은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 사법부의 이념, 성향에 따라 자의적인 판단을 할 우려가 크고 △비판·의혹보도를 봉쇄하는 수단으로 국가기관이 악용할 소지가 있으며 △지난 2004년, 2012년 이미 두 차례 입법이 추진됐으나 무산된 바 있는 과잉규제·과잉입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개정안이 근거로 삼고 있는 미국의 사례에 있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일반화돼 있는 게 아니며 주(州)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뉴햄프셔주, 메사추세츠주 등에서는 금지하고 있다. 자기검열을 강화함으로써 수정 헌법 제1조에 규정된 언론의 자유 등을 위축시킨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사회적 강자에 의하여 다수의 사회적 약자가 소액의 피해를 입을 때 이를 시정하는데 적합한 제도”라고 설명하며 “하지만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는 보도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의 약자들이 아니라 정치인·고위 관료 등 공인의 명예와 관련된 형태가 대부분”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언론에 적용해야 할 명분이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앞서 2004년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의한 명예훼손을 징벌적 손해배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2012년 19대 국회에서도 정청래 의원이 동일간 개정안을 냈지만 두 건의 입법 추진은 검토과정에서 언론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수 있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언론 보도에 적용하는 것은 민·형사상 책임을 같이 지우는 우리나라 법률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폐기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언론에 대한 규제는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언론의 위축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이번 정청래 의원의 개정안 발의에 대해 “언론에 대한 반감 여론을 조성하거나 무조건 언론을 옥죄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입법은 아무리 신중을 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개정안은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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