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들이 정부가 논의 중인 예술인 고용보험 시행령에 문화예술노동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졸속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고용보험 적용 대상 소득 기준이 문화예술계 노동자들 벌이에 비해 턱없이 높고 인정 범위는 좁아 지원이 절실한 이들을 배제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계 노동조합과 예술단체들의 연대체인 문화예술노동연대는 1일 성명에서 “정부가 예술인 지원을 위한 시행령을 논의하고 있지만 입법 취지와 달리 졸속 제도가 될 우려가 높다”며 시행령 개정 방향을 틀고 논의에 당사자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고용노동부 고용보험위원회는 현재 고용보험법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상 예술인 지원을 규정할 시행령을 논의 중이다. 

앞서 국회는 예술인을 자영업자로 상정해 고용보험법상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세부 적용 대상과 내용은 시행령에 맡겼다.

쟁점은 피보험대상 범위와 적용 기준이다. 고용보험위는 건별 보수 50만원이나 70만원을 기준으로 그 이하 액수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예컨대 매달 30만원씩 장기 계약한 경우 공연을 해도 산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다수 문화예술노동자가 건당 50만원 이하 계약을 맺고 노동한다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작성한 2018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 동안 500만원 미만 수입을 버는 예술인은 55.2%에 이른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문화예술노동연대는 “‘소액 겹치기’ 예술 활동으로 생계를 만드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정부는 아는가”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불안과 고용불안 시국에서 껍데기뿐인 예술인 고용보험으로 불만과 분노를 어찌 감당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예술인 지위와 권리를 규정해 지원정책 근거로 쓰이는 현행 예술인복지법의 사각지대도 비판을 받는다. 예술인복지법은 문화예술용역계약 인정 범위를 △창작 △실연 △기술지원 등으로 한정했다. 동법 시행령은 예술 활동 증명 대상을 11개 분야로만 국한했다.

이런 제도가 예술계 계약미체결 관행과 맞물리면 상황은 더 암담해진다. 일례로 화가이자 출판디자이너인 예술인의 경우 미술계 계약미체결 관행을 겪고 동시에 출판 디자인은 ‘저작물 판매’로 분류돼 계약증명이 안 된다. 건별 디자인 계약도 예술활동증명 대상에서 배제된다. 문화예술노동연대는 “가능한 모든 문화예술용역 계약을 피보험 대상으로 열어야 한다”고 했다.

문화예술노동연대는 고용노동부에 고용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하라고 주문하고, 시행령 논의와 제도 개선 논의에 예술인 당사자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에는 예술인복지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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