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6·25 전쟁 70주년 행사에 국군 유해 147구를 운구한 공중급유기가 아닌 다른 공중급유기를 사용한 것이 영상 투사 이벤트(미디어 파사드)를 위한 것이며, 국군유해가 소품처럼 이용됐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강하게 반박했다.

유해를 옮긴 건 발열자가 발생한 탓이지 이벤트를 위해서가 아니며 옮긴 횟수도 틀렸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유해 운구 노력이 쇼로 보이냐며 강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발열자 문제는 이유가 아니라며 청와대 해명이 자신들의 취재내용과 다르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1일자 8면 기사 ‘사흘전부터 다른 비행기 갖다놓고 영상쇼 연습…국군 유해는 소품이었나’(온라인 기사 지난 30일자 ‘6·25 행사의 주인공은 비행기, 유해는 소품이었나’)에서 유해를 공중급유기 1호기에서 2호기로 옮긴 이유가 ‘방역 문제 때문’이라는 정부 입장을 두고 “하지만 실제로는 6·25 행사의 영상 투사 이벤트를 위해 미리 다른 공중급유기를 준비시킨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6·25 행사의 이벤트 효과를 높이는데 치중하면서 정작 유해보다 비행기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며 “이에 따라 7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국군 유해가 결과적으로 소품 취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유해는 행사장에 들여오면서 비행기는 방역 때문에 못 온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정부는 이날 퍼포먼스를 위해 유해를 원래 공중급유기에서 뺏다가 다른 급유기에 넣기를 반복했다. 가장 중요한 유해가 쇼를 위해 이리저리 옮겨졌다는 얘기”라고 썼다. 이 신문은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이번 공중급유기 바꿔치기 사건에 대해 ‘국군 유해를 마치 소품처럼 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며 “고국으로 돌아오는 유해가 행사의 중심이 아니라 비행기와 영상 투사 등 쇼가 우선이었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미국은 이와 같은 이벤트를 하면서 유해 도착 시각에 맞춰 행사를 열어왔다고 비교했다.

이에 청와대는 1일 오후 공개적으로 조선일보 보도에 강한 유감을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오후 현안브리핑에서 “조선일보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소품’이라는 표현은 조선일보의 표현일 뿐인데 발상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아무리 정부 비난하고 싶다 해도 어떻게 영웅 운구를 소품이라 할 수 있느냐”며 영상쇼라는 표현에는 “조선일보의 눈에는 영웅 예우 정부 노력이 쇼로밖에 안보이느냐”고 반문했다.

▲군이 지난 25일 성남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 147구의 전사자 유해를 운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군이 지난 25일 성남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 147구의 전사자 유해를 운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강 대변인은 ‘퍼포먼스 위해 유해를 원래 공중급유기에서 뺐다가 다른 급유기에 넣기를 반복했다’, ‘유해가 쇼를 위해 이리저리 옮겨다녔다’는 조선일보 주장에 “뺐다 넣었다 반복하고, 이리저리 옮겨졌다는 팩트 자체가 틀렸다”며 “유해는 24일 도착한 뒤 1호기에서 첫날밤을 맞이한 뒤 25일 당일 2호기로 딱 한 번 옮겨졌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강 대변인은 옮겨진 이유를 두고 “미디어파사드와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해둔다”며 “오로지 코로나 방역 때문”이라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25일 오전 8시 기내에 2차 방역을 하던중 발열자가 한 명 나와 엑스레이 검사 위해 유해를 1호기 밖으로 내렸다”며 “행사기획 단계에서부터 코로나 양성자(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전제에서 수립한 대책 차원에서 2호기를 미리 준비했고, 그래서 유해가 2호기로 옮겨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그런데도 유해를 소품으로 취급했다는 것은 무지이거나 악의”라고 비판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취재한 바와 청와대 해명이 다르다며 청와대 입장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배성규 조선일보 정치부장은 1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발열자 발생 탓에 2호기로 옮겼다는 청와대 입장에 “발열자 주장은 우리가 취재한 바와 다르다”며 “이미 발열자 문제는 5시간 만에 해결된 것으로 취재했다”고 말했다. 배 부장은 “발열자 때문에 옮긴 게 아니라 이미 3일 전부터 2호기가 있었고, 무대장치가 준비돼 있어 미디어 파사드를 위한 것”이라며 “청와대의 해명을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가 취재한 바와 해명이 다르다”라고 주장했다.

1차례만 뺐을 뿐 여러차례 넣었다가 뺐다를 반복했다는 부분은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비판에 배 부장은 “그건 표현의 문제”라며 “우리가 과장한게 아니라 (1호기에서 빼낸 게 한 번, 이를 2호기에 넣는게 두 번, 행사를 위해 2호기에서 뺀 것 까지) 3차례의 옮기는 과정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배 부장은 “우리가 왜 이기사를 썼냐면 외국의 경우 1호기에서 바로 와서 바로 꺼내는데, 우리의 경우 옮겨지는 과정이 이상했다”며 “소품이라는 표현은 우리가 소품이라고 한 것이 아니라 소품 취급당했다는 비판이 있고, 그런 지적이 나올 수 있어서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오늘은 기사를 쓴 양승식 조선일보 기자에도 이날 오후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 SNS 등으로 질의했으나 연결되거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조선일보 지난 30일자 온라인 기사. 이미지=조선일보 사이트 갈무리
▲조선일보 지난 30일자 온라인 기사. 이미지=조선일보 사이트 갈무리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