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제 MBC 사장 취임 뒤 공영방송 재원 현실화를 위한 수신료 이슈가 대두됐다. 경영 위기가 공영방송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며 ‘공적 재원 현실화’가 절박하게 필요하다는 호소다. MBC 지역 계열사의 경영 위기가 불거지고 대전MBC 채용 성차별 개선에 본사가 나서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가 나오는 등,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안은 과제는 공영언론과 경영위기, 본사와 지역사 이슈를 넘나든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신임 사장 기준으로 공영방송 MBC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전략을 주문한 바 있다. 오동운 언론노조 MBC본부장을 29일 서면 인터뷰했다.

- 현재까지 박성제 사장 행보와 전략에 대한 평가는?
“박 사장은 취임 후 당면한 경쟁력 강화와 미래의 수익구조 창출을 위한 방안으로 내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당장 그 효과를 평가하는 건 이르다. 하지만 구체적 성과와 방향을 보일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도 분명하다. 조합은 신중하고 냉철하게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아울러 박 사장은 최근 ‘공영방송’이라는 MBC의 정체성을 확고히 천명하는데, 조합도 늘 강조해 온 부분으로 당연한 방향이라 본다.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흔들림 없는 MBC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는 활동을 긍정 평가하고 있다.”

- MBC 경영진을 중심으로 수신료 인상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 수신료 외에 세금 기반 공적 재원 투입이나 규제 완화 요구도 거론되고 있다. 노조 입장은?
“MBC는 최근 공영방송 정체성을 법, 제도적으로 분명히 하고 이에 따른 공영방송 책무를 규정하면서 공적 재원 문제를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단지 현재 MBC 수익성을 위해 MBC를 위한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다. 조합은 전반적인 미디어 환경을 혁신하고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MBC 위상과 재원 문제를 다양한 관계자들과 공론화하자는 요청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는 충분히 고려하고 논의할 만한 이슈이며, 현재 MBC가 상대적으로 차별적 규제와 열악한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필요한 문제 제기라고 생각한다.”

▲오동운 언론노조 MBC본부장. ⓒMBC본부
▲오동운 언론노조 MBC본부장. ⓒMBC본부

- 파업 후 시청자들이 다시 MBC를 찾기도 했지만 미디어 환경 변화 대처에 실기한 뒤 파장도 여전하다. 노조 차원에서 사측에 중점적으로 주문하는 것이 있다면?
“조합은 경영진이 계속해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고 미디어 환경에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할 전략을 내놓도록 요구하고 있다. 더 이상 지상파 광고만으로는 충분한 수익을 보장할 수 없는 현실에서 디지털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플랫폼, OTT 영역에서 MBC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회사 역량이 집중될 수 있도록 주문하고 있다. 아울러 제작 요소 시장에서 MBC 신뢰와 경쟁력 회복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 MBC가 곧 경영혁신 전략 발표를 앞두고 있다. 어떤 내용을 예상하거나 기대하나?
“조합은 박 사장에게 생존 경영에 대한 사측의 비전과 전략이 무엇인지 밝히고, MBC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 박 사장은 7월 초 전 사원에게 비전을 밝히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아직 구체적 내용을 전달 받지는 않았지만, 조합은 당면한 경영상 어려움을 헤쳐나갈 구체적 전략과 방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구성원들에게 MBC 내부 체질 변화와 감당해야 할 어려움에 대한 진솔한 입장을 밝히는 등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사측에 요청하고 있다.”

- 노조 구성원들은 지상파 위기에 대한 절박감을 얼마나 공유하고 있나?
“최근 수년간 계속된 지상파와 MBC 경영 위기에 대해 실제 체감하는 부분이 많다. 회사는 계속해서 비용 절감 조치들을 시행하고, 제작환경도 갈수록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은 있지만, 계속되는 위기는 현재의 일터가 안정적이고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을 실감케 한다. 조합은 가능하면 근로조건, 제작환경 악화를 막고자 하지만 점점 내부 힘으로 이를 돌이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걸 느끼고 있다.”

- 지역MBC 경영위기가 심각하다. 지역 노조와 어떤 소통을 하고 있고, 극복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나?
“MBC본부는 지역사의 경영 현황을 각 지부와 공유한다. 아울러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서울(본사)과 지역이 함께 노력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들도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각 지부는 자체적으로 각 사측과 비용 절감 및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본부 내에서 서로 그 정보를 공유하며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MBC 위기는 서울에 있는 본사만의 위기가 아니다. MBC는 계열사 체제를 통해 하나의 네트워크로 이어진 전국 방송이다. 공영방송 정체성 확립과 본사의 위기 극복 방안이 곧 본사와 지역사가 함께 생존하고자 하는 방향이다. 본부는 서울과 지역 구분 없이 공영방송 MBC의 정체성 확립과 안정적 역할 수행을 위한 제도적 방안 마련 등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

- 대전MBC의 경우 채용 성차별 문제가 드러나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선을 권고했다. MBC 본부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보나?
“대전MBC지부와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가 인권위 권고를 무겁게 받아들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본부도 이 입장과 큰 차이가 없다. 본부는 본사에서 인권위 권고에 따라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사들과 협의하는 등 후속 대책을 고민하고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전MBC가 권고를 엄중히 고려해 적절한 조치를 하기를 기대한다.”

- 앞으로 노조의 과제는?
“나빠지는 경영 환경 속에서 조합원들의 근로조건도 악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조합은 공영방송과 공정방송이라는 MBC의 근본 가치와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단체협약 갱신 등 조합의 일상 교섭과 더불어 사측의 경영 행위를 감시하고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조합의 중요한 임무다. 아울러 사측이 제안하는 비전과 전략의 실천 및 MBC 미래를 위한 인력 문제 등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조합원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