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인천공항)의 간접고용 보안검색 노동자 직접고용 결정을 둘러싼 반발을 두고 ‘불공정에 대한 분노’로 그리는 보도가 쏟아진다. 이어 사실을 바로잡는 기사도 덩달아 양산됐다. 이례적으로 ‘팩트체크’ 문패를 단 보도만 20여건에 이른다. 청와대와 정부와 사측도 설명 입장을 내며 가세했다.

불은 꺼지지 않는 모양새다. 정치권과 정규직 노동조합이 관련 행보를 이어가면서 사안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정부·여당의 ‘가짜뉴스 핑계’를 비판하며 중요한 건 ‘청년 분노’라고 강조한다. 팩트체크에 기댄 보도로는 직접고용 반발의 본질을 다루는 데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직고용 처우와 채용 과정을 둘러싼 검증 보도만으로 정규직 전환을 ‘시혜’로 접근하는 정부 정책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다.

언론사 20여곳이 지난 24일부터 닷새 간 인천공항 직고용 주제로 팩트체크 기사를 쏟아냈다. 앞서 직고용 결정 발표 이튿날인 23일 아침부터 “알바 2년에 직고용돼 연봉 5000만원을 받게 됐다”는 한 익명 오픈채팅방의 허위 정보를 인용한 보도가 대량으로 퍼졌다. 다음날 오후부터 검증 기사가 나왔다. 보도는 언론사 논조를 막론했다. 동아일보 서울신문 아주경제 SBS 연합뉴스 YTN 이데일리 조선일보 톱스타뉴스 등이 보도했다. 연합뉴스와 파이낸셜뉴스 등 몇몇 언론사는 허위 정보를 받아쓴 기사를 낸 뒤 이를 비판하는 팩트체크 기사를 보도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노동조합인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6월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노동조합인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6월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기사들은 ‘보안검색 요원의 임금수준은 약 3850만원이고 공사는 청원 경찰로 직접 고용해도 자회사 수준의 임금으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일반직 정규직 직원의 평균 연봉은 8000만원이 넘는다’고 강조했다. 또 보안검색 노동자들이 용역업체에 정식 채용되므로 아르바이트 웹사이트를 거치지 않고, 혼자 근무하려면 두 달 이상 교육을 받고 국토부 인증 평가를 받아야 해 1년 이상 걸리는 등 아르바이트가 아니라고 밝혔다.

다수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선언한 뒤 직고용을 ‘노리고’ 들어간 이들이 부당 수혜를 입는다는 문제 제기엔 “별도의 채용절차”를 거친다고도 바로잡았다. 직고용될 보안검색 노동자들은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면접전형 등을 통해 채용 여부가 결정된다. 다만 문 대통령이 선언하기 이전 입사자는 가산점을 부여 받는 제한채용을 거치고, 이후 입사자는 가점 없이 새 지원자와 같은 조건에서 인성평가가 추가된 공개경쟁채용 전형을 치른다.

요약하면 직고용될 보안검색 노동자들은 ‘알바’가 아닐 뿐더러 직고용 과정에서 검증 절차를 거치므로 ‘자격’ 이 있고, 이들이 받을 임금이 기존 정규직보다 임금 처우가 낮기 때문에 공사의 비용부담이나 다른 직원 처우에 영향이 미미하다는 얘기다.

사실은 맞지만 본질은 아니다. 전문가와 당사자는 이들 보도가 정규직 전환의 핵심 취지, “사용자가 노동 가치만큼 노동자에게 비용을 치르고 권한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빗겨간 지적이라고 말한다. 팩트체크 과정에서 ‘비용부담’과 ‘자격’에 집중하다 보면 자칫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의 정당성을 따지는 주요 근거로 삼게 될 위험이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인천공항)의 간접고용 보안검색 노동자 직접고용 결정을 둘러싼 반발을 두고 ‘팩트체크’ 문패를 단 보도만 20여건에 이른다. 포털 뉴스 검색결과 갈무리
▲인천국제공항공사(인천공항)의 간접고용 보안검색 노동자 직접고용 결정을 둘러싼 반발을 두고 ‘팩트체크’ 문패를 단 보도만 20여건에 이른다. 포털 뉴스 검색결과 갈무리

보안검색 노동자들은 공항 이용자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업무를 한다. 공항이 문을 여는 한 상시‧지속 업무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 보안검색요원들은 국토안보부 산하 교통보안청(TSA) 소속으로 일한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2001년 개항 뒤 보안검색 업무를 외주화할 수 있게 한 항공보안법과 특수경비원은 쟁의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한 특수경비업법을 바탕으로 보안검색 업무를 외주화했다.

노동자들은 외주업체 소속으로 저임금의 불안정하고 고된 노동을 사명감으로 견뎌왔다고 강조한다. 보안검색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 임금을 받고 12일에 8일, 하루 14시간 밤낮 없이 근무한다. 고용은 3~5년마다 갱신되는 원하청 계약 탓에 불안정하다. 노승식 한국노총 공공노련 보안검색노조 사무처장은 “직고용을 바라보고 뒤늦게 들어온 이들조차 까다롭고 고된 업무라 못 버틸 정도”라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인천공항 직접고용 선언한 뒤부터 2019년 말일까지 근 3년 새 1900여명 정원 가운데 600여명이 퇴사했다.

이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 아래 오히려 직고용이 결정된 뒤 오히려 일부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청년 선호 일자리’이자 예민한 관심 대상이 되면서다. 공사가 2018년 2월 2터미널을 개통하면서 사측의 필요로 고용된 노동자 700명도 같은 처지에 놓였다. 노 처장은 “원래 공항공사가 책임 질 업종에서 수년 일한 직원들을 직고용을 계기로 자르고 다른 직원으로 대처하는 것이 공정한 지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한국노총 공공노련 인천국제공항보안검색노동조합이 6월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고용 합의 이행과 고용안정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인천공항 보안검색노조
▲한국노총 공공노련 인천국제공항보안검색노동조합이 6월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고용 합의 이행과 고용안정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인천공항 보안검색노조

반복되는 ‘공정성 논란’과 거센 반발은 정부가 당초 선언한 ‘고용구조 개선과 불안정 노동 해소’란 정책 취지를 거스르는 가운데 시혜 관점으로 접근한 결과라는 진단도 나온다.

정부는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밝히며 ‘청년선호 일자리는 경쟁채용한다’고 규정했다. 반면 사용자가 책임지지 않는 구조와 고용불안은 그대로라는 비판을 받는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에 해당한다고 선언했다. 공공부문부터 노동시장의 잘못된 고용구조를 바꾸겠다는 취지를 일그러뜨리는 한편 ‘선호 일자리’엔 취업문을 좁히면서 직접고용 자체가 시혜이자 운이란 인식이 커졌다는 것이다.

엄진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은 “정부가 결과가 비정규직 전반을 직고용하고 공공부문 일자리를 제대로 운영하겠다는 시각이 아니라 일부만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준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 결과 ‘정규직’ 자체가 선호 일자리가 된 현 상황에서 무엇이 정당하고 부정한지를 따지는 기준이 주요하게 대두됐다”고 했다. 엄 집행위원은 “청년 분노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처지와 마찬가지로 이들을 취업경쟁에 내몰고 권리를 박탈하는 비정규직 양산 노동시장에서 비롯한다. 정부가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정책을 근본 정비하지 않는다면 유사 사태는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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