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7월1일 경영혁신안을 발표한다. 지난 6월24일에 열린 비공개 KBS 이사회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노출된 KBS 경영혁신안에는 ‘1000명 감축’이 핵심으로 간주됐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는 이를 ‘뺄셈 뿐인 혁신안’이라고 비판했다. 경영혁신안 외에도 다시 불붙은 수신료 이슈, 현재 진행 중인 임금협상, KBS 내 노노 갈등 등 새노조가 마주한 현안은 한 가득이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30일 유재우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 7월1일 KBS 경영혁신안이 발표된다. 경영혁신안에 대한 설명부터 해 달라. 
“단기적으로는 대형 콘텐츠를 통한 수입 확대, 광고 촉진이 눈에 띈다. 장기적으로는 성과를 내고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조직 구현, 공적 재원 안정화를 위한 준비 작업, 불합리한 규제 개선 노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 새노조는 이번 경영혁신안을 비판했는데? 
“혁신안을 다룬 기사를 토대로 보면 사측은 1000명 감축, 채용 전면 중단 등 ‘사람 줄이기’에 초점을 맞춰 혁신을 이야기하고 있다. KBS의 자구 노력을 알리는 효과는 있겠지만 사람보다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게 맞다. 장기적 시야가 있다면 인력 채용을 줄일 수는 있어도 채용 중단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살을 빼야겠다면 식사량을 줄이고 근육을 키워야지, 바로 밥을 굶으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관련기사: 1000명 감원 KBS 경영혁신안에 “뺄셈 뿐인 혁신안 집어치워라”)

▲유재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장.
▲유재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장.

- 인력 감축 등은 노조와 협의해야 하는 사안이다. 노조는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혁신안에 거론된 내용 중 임금체계 능력급제 전환, 저성과자 퇴출제도 실효성 강화 등의 내용은 노조 합의 없이는 시행이 불가능하다. 공정한 운용과 조직 내 활력이 전제돼야 하며 구성원들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제도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 노조 입장에서는 사측의 혁신안을 거부하고 강한 목소리로 투쟁을 결의하는 것이 오히려 쉽다. 하지만 ‘과반노조’로서 책임감을 생각하면 KBS를 성장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드는 것은 사측뿐 아니라 노조도 함께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 KBS의 방대한 인력과 방만한 경영은 오랫동안 지적 받아왔다. 하지만 노조는 무조건적인 인력감축에 찬성하기도 어려운 입장일 것도 같다. 
“노조 입장에서 채용 전면 중단을 포함해 무조건적 인력감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반면 KBS 안팎에서 수차례 지적돼 왔던 인력구조가 효율적이지 않고, 조직이 일 중심으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는 것 역시 받아들여야 한다. KBS 인원이 많다는 지적은 알고 있으나, 다른 매체보다 광고 없는 1TV를 포함, 해외방송 등 채널이 월등히 많은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 이를 위한 구체적 전략이 있다면?
“퇴직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충원이 안 돼 남아 있는 인력에 업무가 몰리는 부서가 늘어나고 있다. 조직이 비대하다는 평과 ‘인력이 모자라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는 아이러니를 풀어야 한다. 사람은 많은데 정작 일할 사람이 없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장 구성원 목소리 반영이 절대적이다. 혁신안에도 현장의 애로와 지혜를 담아야 한다.”

▲KBS.
▲KBS.

- 최근 노보를 보면 사측에 대한 비판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새노조는 2008년 MB정부의 방송장악에 맞선 기자·PD들의 모임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사원행동’에서 출발했고, 양승동 KBS 현 사장은 사원행동 초대 공동대표였다.)
“노사의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게 어려움 중 하나다. 노조는 본질적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이 ‘반 노동자적’이라는 비판, 사측에 경도됐다고 비판받고 있다. 일각의 비판을 피하려는 목적에서 조합으로서의 선명성만 강조하며 반드시 필요한 변화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 것이다.”

(관련 기사: KBS ‘새노조’ 조합원들 “새 새노조 생길수도” 비판)

- 회사에 대한 견제와 협조 사이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일까?
“공정방송에 대한 토론 활성화가 필요하다. 기계적 균형 잡기에서 벗어나서 정의를 추구하거나 진실 보도와 같은 저널리즘의 새로운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과거 공정방송위원회, TV위원회, 편성위원회 같은 기구는 제작 자율성 침해에 항의하는 역할을 많이 했고 책임자 징계나 편성 변화로 이어졌다. 이런 경험으로 인한 선입견 때문에 제작 실무자나 책임자가 논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한다. 우리 방송에 관한 말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문화와 제도를 부활시킬 것이다.” 

- KBS에는 노조가 3개다. KBS 노동조합, ‘새노조’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공영노조가 있다. ‘노노 갈등’도 KBS 내부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노조 간 불화를 멈추고 화합해야 한다. 다만 조건이 있다. 공정하고 자율적인 취재‧제작이 엄연한 노동조건이라는 것. 이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정당하다는 것을 타 노조가 인정하면 된다. 그럴 때라면 언제든지, 누구와도 KBS본부는 연대할 것이다. 다른 노조에도 건전한 상식과 공영방송 언론인으로서 자부심이 있는 KBS인들이 많다고 믿는다. 연대, 나아가 통합은 느리지만 곧 다가올 미래라고 생각한다.”

▲지난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가 발행한 노보. KBS 노조의 역사가 담겨있다.
▲지난 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가 발행한 노보. KBS 노조의 역사가 담겨있다.

- 수신료 이슈도 다시 대두됐다. KBS는 ‘수신료 현실화’를 외치지만 정작 수신료는 수십 년 동안 오르지 않고 있다. 
“KBS가 수신료에 걸맞은 공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에 국민들이 흔쾌히 동의할 때 수신료 인상이 이뤄질 것이다. KBS가 지고 있는 공적책무를 다시 한 번 법으로 정립하고 이에 걸맞은 재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려면 경영 상황보다 먼저 공영방송의 ‘가치’를 이야기해야 한다. 재원 문제는 공영방송 개혁과 한 묶음이라고 본다. 우리 노조는 이미 전국언론노조와 시민단체, 국회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방송법 가운데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공적 책무를 확립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정당과 맺은 총선협약안이 그 결과물이다. 회사에도 개혁 방향 및 방법과 관련 통일적이고 유기적인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촉구하면서 지상파미래발전특위 노사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 지역국 문제도 있다. KBS는 지역총국의 TV제작과 송출 기능을 총국에 통합한다는 방침이나 지역 시민단체나 KBS 소수노조가 반대하는 상황에 부딪혔다. 새노조 입장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역국 통폐합’이 아니라 ‘지역국 기능 변화’로 본다. 7개 지역국 송출 기능을 해당 총국으로 옮기는 것이며 이는 송출 방식의 변화다. 기자의 경우 약간의 인원 조정이 있을 뿐 여전히 지역국에서 지역 소식을 전달하게 된다. 지역 매체와 연합해 KBS 지역국이 플래폼 역할을 하고 지역민이 통신원으로 활약할 수 있는 미디어교육의 장으로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산불이 난 경우 KBS 지역국에서 교육과 장비를 지원받은 지역민이 통신원 역할을 한다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소식을 전달할 수 있다. 지역 뉴스 프로그램을 살리면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국에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 2월부터 매일 ‘지역뉴스7’이 40분으로 확대되고 지역총국 스스로 지역 아이템을 선별하고 뉴스 순서를 배치하고 있다. 사내 게시판에 사원들이 찬성과 반대 표시를 할 수 있는데, 지역국 기능 조정에 찬성하는 숫자가 훨씬 많다. 지역의 우리 노조원 절대 다수가 지역국 기능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KBS노조 안에도 지역국 기능 조정의 방향을 고민하면서 찬성하는 인원이 적지 않다고 들었다. 지역 의원들도 오해를 풀고 나면 조정 방향을 고민하지 무조건적인 반대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수가 지역국 기능 조정을 찬성하고 있지만, KBS노조와 지역민의 우려는 계속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효율성만 중시한다든지, 지역국 주민들의 박탈감을 외면하면 곤란하다.”

(관련 기사: KBS 새노조, ‘지역방송국 변경허가’ 방통위 방문)

-앞으로 새노조 과제가 있다면?
“5월부터 시작한 임협을 합리적으로 마무리 지을 것과 혁신안에 노조원 목소리를 담도록 애쓸 것이다. 언론개혁에도 적극 나설 것이다. 혁신안에 공영방송 제도개선도 포함돼 있다. 노조가 깊이 있는 논의를 바탕으로 노사가 따로 없는 숙제를 주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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