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공항국제공사 보안검색요원 1900명의 정규직 전환 논쟁에 뛰어들었다가 조선일보 등으로부터 ‘자녀 유학 내로남불’, ‘학력컴플렉스’ 등의 공격을 받았다. 특히 조선일보는 김 의원이 전문대에 이장 출신이라는 점까지 들먹이며 학력비하하는 무분별한 주장을 그대로 옮겨적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불과 두 달 전 고아에 방직근로자 출신 변호사 김미애 미래통합당 의원엔 “공감을 자아낸다”며 극찬을 해 이중잣대를 드러냈다.

이에 김 의원은 가족털기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느냐며 조선일보가 곁가지 문제로 사실을 비틀어 가정을 파탄낸 것이 어디 한 두 번이냐고 비판했다.

이른바 인국공 논란에 김두관 의원이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26일 페이스북 ‘‘을과 을의 전쟁’을 반기는 세력이 있습니다’였다. 김 의원은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 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 글에서 △2019년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평균 연봉은 9100만원인 반면, 이번에 정규직 전환 연봉은 3850만원이며 △아르바이트하다가 정규직 전환이라는 주장은 사실무근이고 △이들이 정년까지 보안검색 업무만 하므로 정규직 자리를 빼앗는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사정이 이런데도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명 넘게 동의한 이유를 두고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공격하려는 조중동 류의 가짜뉴스 때문”이라며 “온갖 차별로 고통받는 비정규직의 현실을 외면하고 ‘을과 을의 전쟁’을 부추겨 자신들의 뒷배를 봐주는 ‘갑들의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왜곡보도”라고 규정했다.

이에 ‘인국공 정규직은 토익 만점, 컴퓨터 활용 능력 1급 받고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자리’라는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의 반론에 김 의원은 27일 “그렇게 대단하다 생각하는 청년들의 바람이 연봉 3500만원 주는 보안검색이냐”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자기가 갈 자리도 아니면서 험한 일 하던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 아닌가”라며 “생계 걱정 없이 5년, 10년 취업 준비만 해도 되는 서울 명문대 출신들이나 들어갈 ‘신의 직장’에, ‘감히 어디서 비정규직들이 공짜로 들어오려 하느냐'는 잘못된 특권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것은 저만 그런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김두관 페이스북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김두관 페이스북

 

이에 조선일보는 지난 30일자 사설에서도 “누리꾼들은 ‘자기 자식은 금수저로 키워놓고 흙수저 생각하는 척한다’는 반응”이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9일자 기사 ‘2030 분노 “김두관 아들은 英유학·딸은 中유학, 이런게 금수저”’에서도 김 의원 주장에 누리꾼들이 영국 유학을 다녀온 김 의원 아들의 신상을 추적했다며 한 청년은 “물가 비싼 영국에 아들을 기본 5년간 유학 보내놓고 그 아들은 생계 걱정 없이 몇 십만원씩 하는 축구 경기를 보러 다녔다”며 “진정한 특권 취준(취업 준비)은 이런 것”이라고 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두관 의원의 내로남불’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며 김 의원의 아들이 과거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크) 경기를 직접 보러 간 일, 좌석값이 10~20만원대라는 주장까지 썼다. 조선일보는 김 의원 딸이 중국 인민대에서 유학 생활을 한 사실도 알려졌다면서 “2030세대들은 ‘이게 금수저’, ‘김 의원의 내로남불 끝은 어디냐’고 분노했다”고 전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김 의원의 학력을 조롱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조금 더 배웠다고 정규직이 월급 2배가량 더 받는 건 불공정’ 등의 김 의원 지적에 “학력 콤플렉스가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고 썼다. 고시 준비생인 한 20대가 김 의원을 두고 경북전문대에서 동아대로 편입한 사실을 언급하며 “공부해서 대학 편입은 왜 한 거냐. 이장 하다가 군수, 장관, 국회의원까지 하려고 한 것 아니냐”며 “서울 대학과 정규직에 대한 열등감과 질투심 때문에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고 이 신문은 비하했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총선 직후인 지난 4월27일자 사설 ‘김미애 당선인의 평범한 포부에 보수 정치의 길이 있다’에서 “김 당선인의 얘기가 공감을 자아내는 것은 그가 살아온 삶의 경험이 배어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김 의원의 인생역정을 거론했다. 조선일보는 “김 당선인은 어려서 고아가 됐고, 방직공장 근로자를 거쳐 초밥집을 운영하다 세상의 부조리를 느껴 늦깎이 공부로 야간 대학에 들어갔다”며 “야간 대학 공부로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된 후 아동·여성을 도우려 700여건의 국선 변호를 맡았다”고 썼다. 이 신문은 “미혼이면서도 아이 셋을 입양해 키우고 있다”며 “그야말로 ‘흙수저’ 같은 배경에서 스스로 딛고 일어나 자신의 삶을 일군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불우한 환경을 딛고 약자를 위해 살아온 두 인생을 두고 미래통합당 인사에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반면, 자신들과 견해가 다른 주장을 하는 더불어민주당 인사에는 ‘흙수저 생각해주는 척하느냐’, ‘학력 콤플렉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여과없이 옮겨적었다. 이런 보도 역시 내로남불이 아닌지 의문이다.

▲조선일보 2020년 6월29일자 1면
▲조선일보 2020년 6월29일자 1면

 

이에 김두관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가족털기 말고는 할 줄 아는게 없나요?’라는 글에서 “제가 주장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혁파와 제 아들 유학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그는 아들이 영국에 가서 축구 스포츠마케팅을 전공했고 5년 전 귀국한 이후 평창 올림픽 때 잠깐 비정규직 일을 한 것 빼고는 아직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제 자식을 가족털기의 명수들에게 먹잇감으로 내 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지금까지 조선이 본질이 아닌 곁가지 문제를 가지고 사실을 비틀고 과장해 수많은 가정을 파탄낸 것이 어디 한두번이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가짜 뉴스와 견강부회로 청년들의 분노를 이용하고, 세상을 바꾸려는 정치인들을 몰락시키기 위해 본질과 벗어난 가족사를 들먹이며 사실을 왜곡하는 조선의 행태를 규탄한다”며 “조선일보는 청년과 노동자의 편일리 없는 기득권 수호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앞뒤 싹둑 자르고 필요한 말만 골라 사실을 왜곡하는 '발췌전문일보'와 같은 언론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언론개혁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역설했다.

▲조선일보 2020년 4월27일자 사설
▲조선일보 2020년 4월27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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