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이 삼성의 노조 와해 재판기록 3만3000여 쪽을 입수한 가운데 2012년 삼성 미래전략실의 선물리스트를 공개했다. 

한겨레21의 지난 29일 단독 기사 “삼성 미전실 인사팀 선물리스트 보니”에는 2012년 설(88명)과 2013년 추석(65명)에 미전실 인사지원팀 임직원이 보낸 선물 명단이 공개돼 있다. 

미전실은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를 통해 22만~65만원짜리 한우선물세트 등을 보냈는데 선물 명단에는 미전실 직원과 삼성 퇴직 임원도 있지만 한국의 노·사·정·학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인물이 포함돼 있었다.

선물을 받은 사람은 강아무개 한나라당 의원,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게 노동 자문을 한 이아무개 교수, 송아무개 전 고용노동부 장관 보좌관, 전직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과 상임위원, 이명박 정부 청와대 노동비서관실 행정관을 포함한 고용노동부 공무원,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현대차그룹 임원, 노동계 인사, 노동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 노동 사건에서 주로 기업을 대리했던 변호사, 경찰 간부 등이 총망라돼 있다. 

▲한겨레21 보도 갈무리.
▲한겨레21 보도 갈무리.

보도를 한 박태우 한겨레21 기자는 30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삼성 미래전략실, 특히 인사지원팀이 해왔던 일은 복수노조를 유예시킨다든가, 노동법을 삼성에 유리한 방식으로 개정하려는 식이었다”며 “(선물리스트는) 일종의 로비를 위한 어장관리”라고 말했다. 

박 기자는 “2012년 설에는 명단, 액수, 선물 이름만 적혀 있지만 2013년 추석 리스트는 선물을 배송받길 희망하는 날짜와 실제 수령인 이름까지 있다”며 실제 선물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짚었다. 그가 선물 받은 사람들을 취재한 결과 “의례적으로 받은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박 기자는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하던 곳이다. 2011년 7월부터 복수노조가 시행되는데 그 전에 삼성이 이 제도 시행을 유예하려고 애를 썼다. 삼성 미전실 문건에는 2009년 복수노조 시행이 1년 반 정도 유예될 때 적극적으로 활동했다고 등장하는 한나라당 의원이 있었다. 그분도 2012년 ‘한우 선물 리스트’에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박 기자는 “선물 리스트를 보면 유착이 있었다고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에서 한겨레21은 2012년과 2013년 선물리스트를 지금 시점에 공개한 이유에 “다시 구속 위기에 몰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더는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노동삼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며 사과와 반성을 말했다”며 “잘못이 무엇인지를 낱낱이 밝혀야, 사과의 진정성을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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