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 코레스폰덴트(De Correspondent)’라는 네덜란드의 언론사가 있다. 2013년 9월, 네 명의 젊은 기자들이 ‘저널리즘의 혁신’을 주창하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창간한 ‘드 코레스폰덴트’는 당시 새로운 저널리즘 프로젝트로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이후, 뉴스의 새로운 프레임과 모델을 제안하면서 창간 초기 2만6000명이었던 유료독자가 2019년 말에는 6만 명으로 늘었다.

이미 몇 년 전 소개한 적이 있는 ‘드 코레스폰덴트’를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이 매체를 통해 이 시대에 적합한 언론 모델을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제이 로젠(Jay Rosen) 뉴욕대 교수가 자신이 알고 있는, ‘신뢰를 끌어올리기 위해 참조해야 할 유일한 언론 모델’로 선정하기도 한 ‘드 코레스폰덴트’는 독자와 함께 일상의 뉴스에 대한 해독제 역할을 하는 기사를 생산하는 매체다. 즉 뉴스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장하는 것이다.  

▲‘드 코레스폰덴트(De Correspondent)’ 메인 화면.
▲‘드 코레스폰덴트(De Correspondent)’ 메인 화면.

이 매체의 대표인 로브 위즌버그(Rob Wijnberg)는 “지금 언론이 뉴스로 간주하는 정보의 유형은 2세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뉴스는 대체로 감각적, 예외적, 부정적이고, 현재 일어나는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그것은 주로 갈등, 사고, 비극, 전쟁 및 엘리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한다.

세상이 엄청나게 변화했는데 뉴스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의 뉴스는 점진적인 진화를 알아차리기에는 너무 이벤트 지향적이고 편향되어 있다. 그래서 그는 ‘컨스트럭티브(constructive) 저널리즘’을 제안한다.

그가 말하는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은 긍정적인 뉴스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진보에 대한 낙관론이 너무 많으면 우리는 여전히 세상에 존재하는 방대하고 체계적인 불의에 눈을 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은 체계적인 불의를 깊이 파헤치고 동시에 잠재적인 해결책에 중점을 둔 행동의 관점을 제공한다. 다시 말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는 뉴스다. 

‘드 코레스폰덴트’의 웹사이트에는 이런 소개 글이 적혀 있다. “드 코레스폰덴트는 끊임없는 뉴스의 흐름에 대한 장벽 역할을 하며, 선정적이고 눈길을 끌만 한 헤드라인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주제에 대한 건설적인 분석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는 최근 제기된 불안이나 폭로된 사안들에 대해 추측하지 않고 세상을 구성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한국 언론이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 ‘사실 확인’의 규율을 망각하면서 언론 불신 현상이 팽배해진 지는 꽤 오래됐다. 거기다 코로나19 관련 보도마저 신뢰를 주지 못하면서 외신에 눈을 돌리는 독자들이 늘고 있다. 이제 언론의 신뢰 회복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뉴스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몇몇 언론사만이라도 정파성과 속보 경쟁, 자극적인 뉴스의 인기에 종속되는 상황에서 한 발짝만 벗어나, 자신들이 생산한 뉴스가 어떤 모습인지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이 전대미문의 사태를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지 않고 함께 극복하기 위해, 공동체 구성원들이 휴머니즘을 잃지 않고 연대하도록 돕기 위해 언론은 무엇을 전달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그래서 독자에게 언론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기를, 나아가 자괴감에 빠진 젊은 저널리스트들이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것은 언론에 대한 독자의 인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하지 않던가.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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