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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만든 BBC의 승부수
코로나가 만든 BBC의 승부수
[기고] BBC ‘연례 계획서’가 대한민국 공영방송에게 던지는 질문

BBC의 시련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이동금지령이 내려지고 상황 파악에 목마른 시청자들의 ‘채널 고정’에 힘입어 시청률이 80% 가까이 껑충 뛰었음에도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토니 홀 사장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수신료와 여러 수익사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하면서 올 한 해, 1860억 원(1억2500만 파운드)의 영업 손실을 전망했다.

사실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은 BBC만의 문제는 아니다. 상업방송은 더 큰 시련에 휩싸여 있다. 한 예로 ‘채널4’는 광고 수입이 반 토막이 나는 바람에 제작비를 4분의 1로 삭감한 상태다. 상업방송과 비교해 형편이 낫다고는 하지만 BBC의 ‘마른 수건 쥐어짜기’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계속돼왔다. 코로나19가 아니어도 향후 2년에 걸쳐 보도국 예산 1200억(8천만 파운드)을 포함, 1조2000억(8억 파운드)에 이르는 예산 감축 프로젝트가 가동 중인 상태였고 당장 보도국 소속 450여명이 보따리를 싸는 중이었다.

인원 감축과 제작비 삭감은 오랜 세월 계속돼온 낡은 해법이지만 위기는 계속됐고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BBC는 궁여지책으로 그동안 면제 대상이던 75세 이상 노인에게조차 수신료를 징수할 방침이었다. 인정머리 없다는 사회적 비난을 의식할 여유조차 없는 지경인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코로나19의 여파로 두 계획은 모두 잠정 연기됐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BBC 본사. 사진=정철운 기자
▲영국 런던에 위치한 BBC 본사. 사진=정철운 기자

고통을 더하는 건 언론에 대한 불신 또한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 이상의 국민이 수신료 폐지 의견에 찬성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떠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2020년 설문 조사결과를 보면 영국 언론의 신뢰도는 28%에 불과한 형편이다. 그나마 BBC가 신뢰도 64%로 절반의 체면을 세우고 있는 정도다.

우리나라의 평균 신뢰도는 21%로 조사대상 40개 나라 중 최하위다. KBS에 대한 신뢰도가 50%로 평균보다는 높으나 두 나라 모두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음은 매한가지다. 언론의 생명이 ‘신뢰’에 있다고 할 때 두 나라의 기간 방송은 모두 ‘반신불수’ 상태인 것이다. 이런 와중에 발간된 BBC의 ‘연례 계획서’(Annual Plan for 2020/2021)는 대한민국 공영방송이 생각해 볼 만한 고민거리를 담고 있다.

코로나19는 역설을 불렀다. 신뢰도 하락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의 이동금지령으로 ‘집콕’상태에 빠진 젊은 층이 대거 유입돼 BBC 온라인 뉴스 접속률이 80% 이상 늘었고 BBC 뉴스 유튜브 계정도 3월 기준 3800만 뷰로 지난해 대비 4배 이상 폭증했는가 하면 트위터 방문자도 5배 이상 증가하는 기록을 보인 것이다.

BBC는 사람들의 이동이 멈춘 기간 동안 자사 홈페이지와 앱(iPlayer)의 이용률이 24%로 넷플릭스의 3%를 크게 앞섰고, BBC 팟캐스트 이용자 숫자도 360만 명에 달했으며 젊은이 10명 중 8명이 BBC 팟캐스트를 이용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발표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발행된 연례 계획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담고 있다.

① 코로나19로 미래에 대한 예측이 중요해짐에 따라 국제뉴스의 비중을 크게 늘리겠다.
② 고정형TV 프로그램 제작을 줄이고 온라인 콘텐츠 제작에 집중투자하겠다. 온라인 콘텐츠에 맞춰 더 따뜻하고, 개인적이며 몰입을 유도하는 이야기 중심 프로그램을 제작할 것이다.
③ BBC 앱도 올해 말까지 35세 이하 모바일 세대에 맞춰 완전히 새롭게 만들 것이다. 애플뉴스나 페이스북처럼 직관적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 그들보다 더 나은 소비자 맞춤형 뉴스를 제공할 것이다. 데이터베이스와 홈페이지 개선 등의 사업에 180억 원(1200만 파운드)을 투자할 것이다.
④ 전문가적 편집과 저널리즘을 통해 더 중요한 뉴스, 개별 시청자가 원하는 맞춤형 뉴스를 강조해 제공할 것이다. 대중이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생방송과 속보를 다룰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도 구축할 것이다.
⑤ BBC의 간판 탐사보도 프로그램 ‘파노라마’를 팟캐스트로 제작/출시할 것이다. 더 많은 젊은이가 BBC를 즐기도록 팟캐스트에 대한 투자도 늘릴 것이다.

BBC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언론사와의 협업 계획도 발표했다. 지역 언론사들과 제휴해 지역뉴스를 제공받는 ‘지역 민주주의 보도 서비스’(The Local Democracy Reporting Service)다. 전국적으로 참여 기자가 150명에 이르는데 올해 이들과의 계약을 연장해 코로나19 관련 지역 소식을 지속해서 받기로 했다. 그리고 지역 라디오 방송국과도 협력해 해당 라디오 방송 홈페이지에 그 지역 BBC 뉴스 게시판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BBC는 지역 시청자들에게 더 가깝고 역동적인 방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BBC는 지역화에 더불어 세계시장을 향해서도 공격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막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세계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미디어 전쟁에 뛰어들어 BBC 이용자 숫자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미국판 BBC는 이미 신뢰도 면에서 뉴욕타임스를 앞서고 있다. BBC는 이렇게 말한다. “위기 속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단순하고 효율적인 신기술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상 소개한 BBC의 계획은 새롭지 않을 수 있다. BBC의 위기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BBC 뉴스 편집장인 아몰 라잔 (Amol Rajan)은 그 답답한 심경을 이렇게 전한다. “토니 홀의 후임은 현 정권을 잘 요리할 줄 알아야 하고, 경영에 능하며 재정관리 능력이 있어야 하고 탐사 프로그램을 잘 만들 만큼 용감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의 BBC 사장 토니 홀은 오는 9월 팀 데이브에게 사장 자리를 넘겨준다.

BBC가 그러하듯, 제작비 삭감과 감원은 피할 수 없는 위기 극복의 과정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위기가 극복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한국의 지상파는 언제 실현될지 모를 광고 규제 개선과 수신료 인상을 이야기한다. 이제 누구의 협조나 도움 없이도 가능한 일을 찾아 병행하는 건 어떨까. 앉아서 죽을 수 없다면 보이지 않는 길이라도 걸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영국을 능가하는 IT 강국이고, 세계 최고의 뉴미디어 소비자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던 ‘한류’를 일으킨 경험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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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20-06-29 16:06:08
우리는 수없이 방송사와 대주주의 유착을 봤다. 누가 그대들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언론의 미래는 무엇일까? 과연 언론이 일본 버블붕괴와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를 막을 만큼 탐사/공격적인 보도를 했다면, 국가의 재정이 파탄 났을까(미/일은 기축통화라 버틸 수 있었다). 왜 선제 대응을 못 하고 다 망한 나라에서 고용유지와 월급인상만 찾는가. 언론은 사회적 공기다. 위기 징후가 나타나면, 제일 먼저 나서서 비판하고 총제적 보도를 해야 하지 않는가. 그러나 일본과 미국을 보면 언론은 자본에 휘둘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결과만 보면 일본 버블붕괴와 미국 서브 프라임 사태로 취약계층은 더 취약해졌다. 누구의 탓인가. 월급, 연봉, 직위, 눈치만 보면서 탐욕을 멈추지 않는 한 언론의 장래는 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