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집권 3년을 넘기고도 수도권 집값 뿐 아니라 전셋값 마저 안정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처럼 집값이 폭락할테니 사지말라고 측근에게 얘기했다는 주장도 나와 진위여부가 주목된다.

조기숙 교수는 27일 페이스북에 쓴 ‘슬기로운 전세생활’이라는 글에서 우리 부동산정책과 일본의 부동산정책을 빗대어 “일본처럼 우리도 곧 집값이 폭락한다던 진보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다 뻥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쓰러져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잃어버린 10년간 아파트 건설에 올인했으나 얼마 후에 신도시는 공동화가 됐고, 도쿄 집값은 꾸준히 오르기 시작했다고 했다.

조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와 부동산문제로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문 대통령이 “일본처럼 우리도 집값이 곧 폭락할테니 집을 사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했다고 했다고 썼다. 조 교수는 “대통령이 참모로부터 과거 잘못된 신화를 학습했구나, 큰일 나겠다 싶더라”며 “그 분이 제 이야기를 듣더니 (자신이 쓴) ‘대통령의 협상’에서 부동산대책 부분을 따로 달라고 해, 책 나오기 전에 프린트해서 대통령에 전달했다는데, 그걸 읽었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제안한 것 가운데 ‘분양가 상한제’만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제가 제안한 모든 대책이 함께 가야 분양가 상한제가 집값 잡는데 효력을 발휘하지, 이것만 해서는 오히려 공급을 위축시켜 지금 같은 전세대란을 가져오게 된다”며 “이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 원인이 전문성 부족에 있다고 믿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 보유와 수도권 1가구1주택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점도 꼬집었다. 그는 “참여정부 때 경험이 있으니 현 정부가 들어서면 부동산 투기 같은 건 발을 붙치지 못할 거라고 믿었다”며 “공직자는 저처럼 1가구 1주택일 줄 알았는데 제겐 신선한? 충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참여정부 때 고위공직자 중에는 다주택자가 많았던 기억이 별로 없는데 이 정부 공직자는 다주택자가 많아서 충격을 받았고, 대통령과 국토부장관이 팔라고 해도 팔지않는 강심장에 다시 한 번 놀랐다”고 썼다.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지난 2017년 12월말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지난 2017년 12월말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조 교수는 지난 25일에도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비판을 했다. 그는 “왜 자신들의 대책이 잘못되었다는 반성은 없고, 국민들을 투기꾼 취급하며 더 센 대책이 기다리고 있다고 협박을 하느냐”며 “대책 놓으면서 잘못했다는 사과 한 마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특히 조 교수는 “부동산 대책은 집이 없는 사람이 만들어야 한다고 몇 번을 말했느냐”며 “등 따습고 배부른 사람이 집없는 서민들의 고통을 모르니까 임대계약 무기한 갱신 같은 소리나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정책을 두고도 “지금 대책도 현금부자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며 “다주택자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썼다.

다만 조 교수는 부동산 대책의 대안으로 부동산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조 교수는 “부동산 공급을 막아놓고 수요를 억제하면 손해보는 건 서민이고, 현금 부자들은 지금도 여전히 투기 잘만 하고 있다”며 “기득권들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게임”이라고 비판했다. 현금 부자들과 같은 자산 기득권에게 유리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부동산 공급 확대 정책이 대안일 수 있는지에는 의문이 나온다. 참여정부 때도 부동산 공급을 늘렸다 오히려 집값이 더 뛰었던 전례가 있다. 경실련은 지난 2018년 9월3일 이해찬 대표가 공급확대 정책을 펴겠다고 하자 “노무현정부가 2005년 당시 송파, 양주옥정, 김포신도시 개발확대를 위해 연간 300만 평의 공공택지 공급 방침을 밝혔다”며 “이후 벌어진 일은 정권의 몰락을 가져올 정도의 부동산 폭등이었고, 막대한 불로소득이 유발됐으며 자산격차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부동산 공급확대 방안은 건설업자들과 조중동, 경제지 등이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계속해서 주장해왔던 해법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 같은 평가에 조기숙 교수는 29일 오후 “서울을 대체하기 어려운 신도시 건설은 불필요한 공급이고 토지보상금으로 오히려 부동산 거품만 만들 수 있다”며 “사람들이 편의시설이 없는 신도시로 나가기 보다는 재건축, 재개발을 통해 서울에 머물기를 원하는데 집값 상승이 두려워 이를 막고 있는 게 잘못이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교수는 “오히려 이를 원활하게 해주고 높은 삶의 질에 대한 욕구를 만족해주되 댓가로 외국처럼 임대주택 기부체납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해 영구임대주택을 확보하면 전세값이 안장되니 집값이 오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조기숙 교수의 비판에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김상조 정책실장을 비롯해 청와대 공식 창구인 국민소통수석실과 대변인등에 질의를 했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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