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정부에 비판적인 유튜브 채널과 콘텐츠에 과도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식의 기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사는 논리적인 근거가 취약하다.

조선비즈는 지난 24일 “[단독] 여권 의혹 잇달아 터진 작년 하반기... 文정부 구글에 콘텐츠 삭제요청 1.8배 급증” 기사를 냈다. 조선일보는 지난 25일 지면에 대동소이한 기사 “조국사태 등 여권 의혹 쏟아지던 작년 하반기 정부, 구글에 삭제 요청 정권초보다 3배 급증”을 냈다. 부제는 “유튜브 영상이 절반 차지”였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하반기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정부 여권이 연루된 비리 의혹으로 시끄러웠던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펜앤드마이크는 지난 25일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김상진TV’와 안정권 대표가 이끌고 있는 GZSS, 우파 유튜버 김미숙 씨의 ‘잔다르크TV2’ 등 유튜브 채널이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채널은 소녀상 앞에서 수요집회에 반발하는 집회를 여는 등 극단적 언행을 보여왔다.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은 펜앤드마이크와 인터뷰에서 “‘소녀상’ 앞 집회 직후 문재인 정권은 우리에 대한 탄압을 시작했다. 집회 개최 다음날인 25일 우리 유튜브 채널들이 모두 일방적으로 삭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국 사태 당시 유튜브 영상삭제 급증?

조선일보와 조선비즈 보도는 심의가 이뤄진 시기가 ‘조국 사태 등’이 있었던 때라고 강조했다. ‘조국 사태 영상을 삭제 요청한 것’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조국 전 장관 관련 콘텐츠에 대한 삭제가 다수 이뤄졌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구성이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조국 사태, 여권인사 연루 의혹 관련 정보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구글에 삭제 요청한 내역은 없다.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게시글 심의가 과도한 경우가 있지만 현 정부에서 코로나19 현안 외에 정치 쟁점 현안 영상에 대한 삭제를 의결한 경우는 없었다. 기사에 언급된 시기 방통심의위의 관련 심의를 담당하는 통신심의소위의 위원장이 미래통합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이었다. 미래통합당 추천 위원 모르게 밀실에서 논의할 수도 없는 구조였다. 

▲ 구글 등 인터넷 게시글 삭제 요청 심의를 논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 가운데 소위원장이 미래통합당 추천 전광삼 당시 상임위원.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 구글 등 인터넷 게시글 삭제 요청 심의를 논의하는 방송통신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 가운데 소위원장이 미래통합당 추천 전광삼 당시 상임위원. 사진=방통심의위 제공.

굳이 조국 전 장관 이슈가 아니더라도 시사 현안에 대한 영상 삭제가 다수 이뤄졌다고 볼 수는 있지 않을까.

구글이 발표한 투명성 보고서를 자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 전체에 대한 지난해 하반기 정부의 콘텐츠 삭제 요청 건수는 403건이다. 세부적인 사유를 보면 규제 상품 및 서비스 233건,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103건, 명예훼손 27건, 저작권 21건, 외설/과도한 노출 10건, 국가안보 4건 순이다. 안보 이슈를 제외한 정치 현안에 해당되는 항목은 ‘명예훼손’이다. 

조선비즈는 “‘명예훼손’을 사유로 삭제를 요청한 건수가 지난해 상반기(12건) 대비 125%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했으나 전체 27건은 대대적인 규모라고 보기는 힘들다. 명예훼손 관련 삭제 요청에는 방통심의위 심의 뿐 아니라 사법부의 판결도 해당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유튜브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 이용자가 크게 늘고 정치시사 현안을 포함한 전 분야에 걸쳐  콘텐츠가 급증한 점에 비춰보면 삭제요청 건수가 급증했다고 보기도 힘들다. 

▲ 25일 조선일보 기사.
▲ 25일 조선일보 기사.

오히려 정부의 과도한 대응을 문제 삼으려면 ‘정부 비판’ 항목의 삭제 요청에 주목해야 한다. 조선비즈와 조선일보는 이 항목의 존재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관련 항목에 해당되는 경우가 없어 관련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전반기 2건, 2017년 전반기 때는 1건이 있었다. 2017년 전반기 가운데 5월 이후는 문재인 정부 집권기지만 문재인 정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 이전이다.
 

유튜브 채널 삭제가 정권 탄압?

김상진TV 등 유튜브 채널 삭제는 이례적인 일일까. 과거 혐오발언과 행동으로 논란이 된 신태일, 윾튜브 등 채널이 영구 정지된 전례가 있다. 특히 김상진TV는 지난해에도 규정 위반으로 채널이 영구 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이름을 바꿔 채널을 다시 개설했다. 이 경우 유튜브는 영구 정지라는 취지에 맞게 다시 채널을 폐쇄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시사 유튜브 채널 폐쇄는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일도 아니다. 미국의 극우뉴스 사이트 인포워즈가 약자와 소수자를 모욕하는 콘텐츠를 올리자 유튜브는 “편파적 발언과 괴롭힘에 대한 우리의 정책을 반복해서 위반할 때 계정을 종료시킬 수 있다”면서 채널을 영구 정지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유튜브는 지난해 12월 증오성 콘텐츠와 괴롭힘 및 사이버폭력 관련 대책을 강화하는 정책 개정을 발표하는 등 자율규제로서 관련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유튜브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월~3월 동안 유튜브가 전세계에서 삭제한 채널은 부문별로 사이버폭력 위반 채널 1만1842개, 폭력조장 및 폭력적 극단주의 채널 9997개, 여러 정책위반 채널이 9507개, 증오성 또는 악의적인 콘텐츠 채널이 2672개다. 국내 특정 채널에 대한 표적 탄압이 이뤄진다고 보기는 힘든 수치다. 

▲ 수요집회 현장에 나타난 안정권 대표와 김상진씨. 사진=노컷뉴스 캡처.
▲ 수요집회 현장에 나타난 안정권 대표와 김상진씨. 사진=노컷뉴스 캡처.

논란이 된 채널 삭제와 관련 구글코리아는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는 유튜브 사이트 내 허용되는 콘텐츠들에 대한 내용을 명확히 표시하고 있으며, 이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폭력 혹은 증오를 조장하는 콘텐츠에 대한 정책을 포함한다”며 “유튜브는 관련 정책을 위반하는 콘텐츠가 신고되면 빠르게 삭제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명백히 밝히진 않았으나 주간경향, MBC ‘스트레이트’ 등에서 이들 채널의 극단적 발언, 폭력적 행위 등을 조명하면서 구글코리아가 중점 모니터를 한 것으로 보인다.

김상진 사무총장은 경고 누적이 없었는데 채널이 삭제된 점을 ‘정치적 탄압’의 근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튜브 정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90일 내에 커뮤니티 가이드 위반 경고가 3회 누적되거나, 심각한 악용 사례(약탈적 행동 등)가 1회 적발되거나, 가이드를 위반하는 데 전적인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채널을 폐쇄한다. 심각한 악용 사례에 해당돼 삭제됐을 가능성이 높다. 

안정권 대표가 운영하는 GZSS 채널의 경우 정부가 아닌 변희재 미디어워치 고문과 법적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신고를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변희재 고문은 안 대표가 자신을 음해한다며 모욕, 명예훼손, 협박 등 혐의로 고소했고 유튜브에도 수차례 신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튜브 투명성은 개선 필요해

다만 유튜브의 채널 계정 삭제 조치 자체가 완벽한 건 아니다. 의혹이 제기되고 확산되는 데는 구글코리아와 구글 본사가 제공하는 데이터가 구체적이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사업자가 자율규제 차원에서 심의 제재를 할 권한이 있고 이는 정부 주도의 규제보다 바람직하지만 유튜브의 권한이 막강한 만큼 투명한 소통이 뒷받침돼야 한다. 글로벌 기업인 구글은 개별 국가에 투명성 보고서를 내긴 하지만 내용이 추상적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일부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유튜브 콘텐츠 부문에서 개별 내역을  자세히 살펴볼 수 없다. 

▲ 막강한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 유튜브의 정책 결정에 관한 소극적 소통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그래픽= 이우림 기자.
▲ 막강한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 유튜브의 정책 결정에 관한 소극적 소통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그래픽= 이우림 기자.

특정 채널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경우 채널 당사자는 물론 기자들의 요청에 제대로 응답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 구글코리아 보도자료를 받는 기자들이 유튜브가 특정 콘텐츠와 채널을 어떤 이유로 삭제했는지 문의하면 “개별 채널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한다. 최근 투명성 보고서에 대해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구글코리아는 “투명성 보고서는 본사에서 집계·분류하는 것이라 따로 설명할 게 없다”고 답했다.

유튜브는 국내 자율규제 기구에 참여하거나 이용자 대변 기구를 별도로 운영하지도 않는다. 네이버의 경우 실시간 검색어, 자동완성 검색어 등 조작 논란이 불거지자 관련 데이터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에서 구성한 외부 전문가들을 통해 검증받아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낸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