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때는 남한이나 북한이나”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진짜 어처구니가 없네”

KBS광주 유튜브 채널에 달린 댓글이다. KBS광주가 전두환 재임 당시 영상을 발굴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5·18 40주년 아카이브 프로젝트 ‘#전두환_경위서.mp4’ 콘텐츠로 현재 21건이 업로드됐다.

청와대에서 열린 전두환 손녀 돌잔치, 전두환을 위한 생일축하 노래 제창이 이어지는 전두환 생일파티 모습, 퇴임 당시 전두환의 결단을 찬양하는 언론 등이 담겼다. 일부 영상에는 전두환을 풍자하는 자막을 붙여 넣기도 했다. 이번 기획을 위해 KBS광주측은 2만3000여건의 아카이브 영상을 살폈다.

▲ 1987년 남영동 대공분실 스케치 촬영을 못하게 막는 경찰.
▲ 1987년 남영동 대공분실 스케치 촬영을 못하게 막는 경찰.

이들 영상을 통해 언론장악 현실이 드러나는 대목이 많았다. 전두환에 대한 시민 생각을 듣는 인터뷰는 찬양 일색이었다. 전두환의 출신 학교를 찾아가 어린 시절부터 비범했다는 내용을 전하는 리포트도 있다. 전두환 순방에 함께 한 스튜어디스들은 전두환이 다정했다고 입을 모았다. 전두환에게 끓여주는 된장찌개의 레시피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등 영부인 이순자의 신변잡기에 가까운 말들을 오랜 시간 동안 듣는 인터뷰 영상도 있다. 한 누리꾼은 댓글로 “기자 인터뷰 끝나고 소주 한잔했을 듯”이라고 꼬집었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당시 남영동 대공분실 앞에서 취재를 가로막는 공권력에 KBS 취재진이 맞서는 장면도 나온다. 신분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이들이 카메라를 막아서자 기자가 소리치며 반발한다. 경찰 간부로 보이는 한 남성은 기자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KBS에서 (취재 막는) 그 입장을 몰라? MBC에서 그런다면 또 내가...”라고 말해 당시 KBS의 현실을 드러내기도 한다. 

전두환의 손녀 돌잔치 영상은 58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다. 전두환과 그의 일가족은 청와대를 안방처럼 썼다. 돌잔치 후 전두환이 손님들에게 “느그 여기서 좀 더 놀다가”라고 하거나 술에 취해 부축을 받고 이동하며 “여기서 한잔 더하고 갈까”라고 말하기도 한다.

▲ 전두환 손녀 돌잔치 영상.
▲ 전두환 손녀 돌잔치 영상.
▲ 전두환 전역식 영상.
▲ 전두환 전역식 영상.
▲ 1980년 5월 당시 NHK 보도 영상. NHK는 광주 시민으로부터 편지를 건네 받아 보도했다.
▲ 1980년 5월 당시 NHK 보도 영상. NHK는 광주 시민으로부터 편지를 건네 받아 보도했다.

미공개 영상도 발굴됐다. 이번 기획을 맡은 지종익 KBS광주 뉴미디어추진단 기자는 “1980년 5월26일 방송된 NHK 특집방송 ‘계엄령 하의 한국’을 요약, 번역해 올린 영상에서 소개한 광주시민의 편지 내용은 5·18 기념재단에 확인한 결과 미공개 영상이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영상에서 한 패널이 광주 시민이 외신기자에게 넘긴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는 어린이에게 총격을 가하는 모습에 대한 목격 등 공수부대의 참혹한 학살 모습이 담겼다.

지종익 기자는 “디지털 영역에서 할 수 있으면서도 지역 언론의 정체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라며 “5·18에 관심이 없는 젊은층도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스낵 영상’을 만들고자 했다. 현대사의 맥락에서 전씨의 행적을 살펴볼 수 있거나 그를 판단할 수 있는 영상들을 추려내 재편집하고, 일부는 날 것 그대로를 업로드했다”고 설명했다.

지종익 기자는 “이번 시리즈를 통해서 과거 KBS가 기록한 역사의 장면들, 그러나 왜곡됐던 단면들을 일정 수준 이상의 편집 없이 공개함으로써 과오를 조금이라도 바로잡고 진실을 알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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