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MBC PC방 전원차단 보도 ‘레전드 사건’ 희화화 잘못됐다
MBC PC방 전원차단 보도 ‘레전드 사건’ 희화화 잘못됐다
[기자수첩] 밈으로 띄우려다 비난 쏟아져, 본질은 ‘과장 부실보도’ MBC 책임도 작지 않아

MBC 엠빅뉴스의 새 유튜브 콘텐츠 ‘대리기자’가 시작도 하기 전에 논란이 됐다. ‘대리기자’는 MBC 유충환 기자가 사람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취재에 나서는 콘셉트의 콘텐츠로 유충환 기자의 ‘과거’를 언급하는 방식에 비판이 쏟아졌다.

엠빅뉴스는 ‘대리기자’ 티저영상을 통해 PC방 실험 리포트를 언급하며 “레전드 오브 레전드, 그 사건” “선을 넘어버린 의욕”이라고 했다. 해당 영상의 유튜브 제목은 “★본인 등판 레전드★ PC방 전원차단 기자! ‘또 꺼보겠습니다’?! 설마...”였고 영상에는 “엠빅뉴스도 한번 꺼보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왔다. 당시 누리꾼들의 격한 욕설과 비난도 영상에 담았다.

▲ MBC '대리기자' 티저영상.
▲ MBC '대리기자' 티저영상.

유충환 기자는 2011년 논란이 된 PC방 전원차단 실험을 해 비판을 받았다. 예고 없이 PC방 전원을 내리고 욕설을 쏟아내는 학생들을 보여주며 게임으로 인한 폭력성을 문제 삼은 그 실험이다. MBC는 유충환 기자 스스로를 희화화의 대상으로 ‘셀프디스’하면서 주목을 끌려고 했던 것 같다. 해당 리포트는 tvN ‘SNL’은 물론 MBC ‘무한도전’, ‘나혼자 산다’ 등에서 패러디 됐기에 ‘밈’으로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잘못된 선택이었다. 티저 영상이 나오자 ‘싫어요’가 쏟아졌고 사안을 가볍게 넘기려 한다는 댓글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MBC는 티저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22일 발표된 ‘대리기자’ 1편 말미에 유충환 기자의 사과 영상을 덧붙였다. 그는 “전원차단 실험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셨을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실험 당시 게임을 하던 학생들에게 PC방비를 보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과 영상이 담긴 첫 영상의 추천수는 746개를 기록한 반면 반대(비추천)는 5300여개로 논란은 사그라들고 있지 않다.

왜일까. 유충환 기자 입장에선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사안의 본질을 놓치고 있어서다. 당사자 동의 없이 PC방 전원을 내린 실험 자체는 문제의 일부다. 이후 학생들이 보인 격한 반응이라는 부실한 근거를 토대로 ‘게임의 폭력성’이라는 정해진 답에 껴 맞추려 한 부실한 보도, 과장보도가 핵심적인 문제다. 

티저영상이나 사과영상 모두 보도가 갖는 논리적 결함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무리수 실험’이라는 데만 초점을 맞추니 비판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애초에 부실보도, 과장보도라고 생각했다면 이를 소재로 희화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 유충환 기자의 사과 영상. 대리기자 1편 후반부에 실렸다.
▲ 유충환 기자의 사과 영상. 대리기자 1편 후반부에 실렸다.

유충환 기자가 사과 영상을 통해 유리한 대목만 언급하는 문제도 있다. 그는 2011년 자신의 보도를 비판한 언론에 법적 대응, 언론중재위 제소를 했다는 누리꾼들의 지적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유충환 기자는 2011년 논란 당시 미디어스에 자신을 비판한 언론에 법적 대응, 중재위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자신의 검토 발언이 발단이라는 점을 언급하지 않은 채 누리꾼의 주장만 거짓으로 규정한 것이다. 

유충환 기자만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 모든 게 유충환 기자 개인의 책임은 아니다. MBC의 방송뉴스와 유튜브 영상은 기자 개인의 콘텐츠가 아니기 때문이다. 2011년 당시 유충환 기자의 부실한 발제를 통과시킨 건 MBC다. 이번에도 문제 많은 티저 영상 제작을 기획하고 용인한 건 MBC다. 더구나 2011년 PC방 전원차단 리포트는 인터넷 콘텐츠가 아닌 정식 방송 뉴스였다. 실험 자체의 문제와 더불어 당시 리포트가 가진 논리적 문제를 MBC가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그렇다면 기자 개인의 유튜브 입장표명이 아니라 방송을 통해 정정보도부터 하는 게 순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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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6-28 17:34:38
이게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캄캄한 피시방 전원이 꺼졌을 때 갖는 폐소 공포증. 게임이라는 장르에서 1 vs 1하다가 도망쳤다는 패배감. 내장비가 없어졌으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당시에도 천만 원이 넘는 고가 장비가 있었고, 인터넷 이상으로 캐릭터가 죽으면 없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이걸 단순히 인터넷 비용을 보상한다고 해결될 문제였던가. 가장 중요한 것은 사소한 것이라도 상대방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존중하지 않은 것이다.

나주니 2020-06-29 08:59:52
당신 기사 쓰고 있는 도중에 누군가 기자들의 폭력성을 보기 위해 사무실 전원을 확 내렸다고 생각해봐...당신은 욕 안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