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의 문제발언 중 핵심을 뽑아 알려드리는 ‘종편 뭐하니?’입니다. 그간 문제발언이 너무 많아 ‘종편 뭐하니?’에서도 소개하지 못하고 넘어간 것이 꽤 있었는데요. 이런 내용을 ‘놓칠 수 없는 문제발언 특집’에서 다루려고 해요. 오늘 소개할 문제발언은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거나 성별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답니다.

1. MBN 남성 출연자, 김종인 위원장을 ‘젊은 오빠’에 비유

MBN <뉴스와이드>(6월10일)에서는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후 열흘을 평가했어요.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은 “김종인 위원장이 팔순의 노인이면서도 단순히 노익장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고 젊은 오빠의 생각으로 가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보수정당의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말했어요.

최경철 씨의 비유는 굉장히 부적절해요. ‘오빠’라는 표현을 쓴 데서부터 성차별적 인식을 담고 있는데요. 최경철 씨는 남성 발화자로서 여성 시청자를 겨냥해 ‘오빠’라는 표현을 쓴 것일까요? 그렇다고 해도 여성 시청자를 우롱하는 표현이에요. 미래통합당 비대위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를 듣고 싶은 시청자들은 본의 아니게 최경철 씨의 성차별적 표현만 듣고 말았네요.

→ MBN <뉴스와이드>(6월10일) https://muz.so/acbd

▲ 지난 6월10일 MBN ‘뉴스와이드’
▲ 지난 6월10일 MBN ‘뉴스와이드’

2. ‘행위 이하 처벌’ 비판 없이 ‘행위 이상 처벌’ 걱정만 하면 돼요, 안 돼요?

아동 성착취물 웹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에 대한 미국 송환 여부가 다음 달로 연기됐어요. MBN <아침&매일경제>(6월17일)에서 출연자 변환봉 변호사는 “국내에서 사실상 이중 처벌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이제 좀 뭔가 대응을 하고 싶어 하는 생각”, “자신이 말도 통하지 않고 돈도 없는 상황인데 미국 가서 거기서 제대로 대응을 못한다고 하면 종신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의 사법 절차를 신뢰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최대한 방어권을 행사하면서 이중처벌을 받지 않고 국내의 법규가 정한 대로 처벌을 받고 싶다는 표현을 했던 것”이라며 손정우 입장을 상세히 읊어줬어요. 변환봉 씨는 “서울고법에서도 (손정우를) 단심죄로 해서 섣불리 미국으로 보냈다가는 분명히 우리 국민에 대한 잘못된 해가 있을 것”, “분명히 나쁜 것은 맞지만 그 사람의 행위 이상으로 처벌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엄중하게 심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서울고등법원 입장까지 설명했죠.

변환봉 씨 말처럼 아무리 나쁜 범죄를 저질렀어도 그 사람의 행위 이상으로 처벌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죠. 그런데 과연 손정우가 본인이 저지른 행위만큼 처벌을 받긴 한 걸까요? 손정우는 인터넷 암시장이라 불리는 다크웹에서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를 운영하며 성착취물을 배포한 혐의 등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어요. 고작 1년6개월이었죠.

미국에서 손정우는 연방대배심에 의해 2018년 8월 아동 음란물 배포 등 6개 죄명, 9개 혐의로 기소되었지만 이중처벌 금지 원칙에 따라 범죄인 인도와 관련해서는 돈세탁 혐의만 심사 대상에 오르게 되어 있어요. 변 씨가 말한 ‘사실상 이중처벌’ 주장은 행위보다 약한 처벌을 받자 갑자기 한국 법정을 좋아하게 된 범죄자 손정우를 위한 억지 변론일 뿐이에요.

손정우가 우리나라 법정에서 ‘행위 이하의 처벌’을 선고받은 문제는 외면하고 ‘손정우의 걱정’만 생각해서 사건을 설명하고 있는 거죠. 변환봉 씨는 손정우의 변호를 해주는 것이라 오해받고 싶은 게 아니라면 발언에 주의를 기울이는 게 좋겠네요.

→ MBN <아침&매일경제>(6월17일) https://muz.so/acbe

▲ 지난 6월17일 MBN ‘아침&매일경제’
▲ 지난 6월17일 MBN ‘아침&매일경제’

3. 고영환 “김여정 담화에서 ‘더 밉더라’는 여성들이 쓰는 표현”

6월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한 후, 종편에서는 김여정 제1부부장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어요.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월18일)에 출연한 고영환 전 북한 외교관은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에 “여성들이 쓰는 표현 같은 것들이 있다”고 주장했어요. 담화에 나온 표현 중 “‘더 밉더라’, 이런 말은 남자들이 잘 안 쓴다”는 게 유일한 근거였는데요. ‘밉다’라는 말을 남자들이 잘 안 쓴다는 주장은 듣다 처음이네요.

고영환 씨는 참사실 같은 곳에서 담화를 작성해 올리면 “김여정 제1부부장이 가필을 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최종 재가를 해서 나오는 것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했어요. 담화에 ‘여성의 감수성이 들어가 있다’는 고 씨 느낌이 근거였죠. 이 과정에서 고영환 씨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빙의라도 한 듯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너가 한번 (담화를) 보라”고 지시하는 깨알 연기까지 선보였답니다.

고영환 씨는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에 여성들이 쓰는 표현이 있다거나 여성 감수성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지만, 그저 성별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주장일 뿐이에요. 종편 시사대담에서 자주 등장하는 성별 고정관념은 남북관계를 논하는 자리에서도 빠지질 않네요.

→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월18일) https://muz.so/acaz

▲ 지난 6월18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 지난 6월18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6월10~18일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 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뉴스A 라이브>,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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