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디지털 중심 조직개편에 막바지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자체 마련한 CMS를 도입했고 다음달 온라인 중심 통합뉴스룸 전환을 앞두고 있다. 신문 제작에 기대 돌아가던 공정을 버리고 디지털 콘텐츠를 중심에 놓는다는 목표 아래서다.

한국일보는 지난 20일 자체 CMS(콘텐츠관리시스템, 뉴스 작성‧데스킹‧출고가 이뤄지는 플랫폼) ‘허브’의 전면 가동에 들어갔다. 오는 7월1일부터는 편집국과 디지털콘텐츠국으로 나뉘었던 콘텐츠본부를 ‘뉴스룸’으로 통합한다. 통합뉴스룸은 온라인 콘텐츠(기사)를 제작하고, 산하에 편집부 기자와 조판, 에디터 등 최소한의 실무 담당자로 꾸려진 신문제작국을 둔다.

개편 방향은 철저히 ‘디지털 퍼스트’다. 취재와 보도에 관여하는 모든 인력이 온라인 중심 뉴스룸으로 넘어간다. 그만큼 신문 제작에 힘을 뺀다. 기자들은 새 CMS로 세 가지 분량 유형에 맞춘 기사를 쓰고 이후 지면 제작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신문제작국 에디터가 지면에 들어갈 본문 편집도 전담한다. 한국일보는 신문 보도와 디지털 콘텐츠 구분을 없애기 위해 ‘기사’란 말보다 ‘콘텐츠’란 표현을 권장하고 있다.

▲2015년 6월9일 한국일보 ‘통합 뉴스룸, 디지털 미디어의 미래를 열다’ 인포그래픽(기사와 무관).
▲2015년 6월9일 한국일보 ‘통합 뉴스룸, 디지털 미디어의 미래를 열다’ 인포그래픽(기사와 무관).

한국일보는 당초 편집국 안에 뒀던 디지털 부서를 국으로 승격하는 등 디지털 전환을 위한 조직개편을 시도했지만 내부 평가에 따르면 마감 일정부터 콘텐츠 생산까지 모든 업무가 신문 제작을 전제로 이뤄졌다. 

이성철 한국일보 콘텐츠본부장은 “신문이탈 미디어 환경에서 여러 실험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올초 일하는 프로세스와 조직, 도구(CMS)를 바꿔보자는 선언 아래 논의를 시작했다”며 “단순히 조회수를 높이거나 속보에 힘주는 것이 아니라 신문을 넘어 디지털 환경에서 콘텐츠 질과 차별성을 높이고 독자 신뢰와 사회 반향을 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미디어 관련 사업에 관여하지 않던 승명호 한국일보 회장이 이례적으로 개편 논의를 주도했다. 올초 승 회장을 중심으로 경영진과 편집국장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주 개편 대상인 편집국 등에서도 다중으로 회의체가 구성됐다. 전국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이 일부 회의에 참관해 방향 제시 의견을 냈다. 매체 영향력과 콘텐츠 활용성을 최대화한다는 목표 아래서다.

변화를 앞두고 내부 기대와 함께 우려가 제기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중심 전환에 성공할지와 디지털 전환 결과 종이신문 질이 낮아지지 않을지에 대한 경계 등이다. 

현장 기자들이 온라인 전용 콘텐츠를 추가 생산하느라 노동강도가 세질지도 관심 대상이다. 이성철 본부장은 “개편에 앞서 제기된 유의점을 놓고 두어 달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보완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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