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지도한 여성 무용 전공생을 수차례 강제 추행해 1심에서 실형을 받았던 유명 현대무용 안무가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제8형사부(부장판사 정종관)는 26일 성폭력특별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 혐의로 기소된 무용가 류아무개씨(50)의 선고공판에서 피고인과 검찰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류씨는 1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고,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기관에 3년 동안 취업 제한 명령을 받았다.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재범 위험성은 단정할 수 없다며 검찰의 보호관찰 명령 청구를 기각했다.

▲자료사진. 사진=게티이미지
▲자료사진. 사진=게티이미지

 

재판부는 류씨 주장에 모두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자신이 피해자의 보호·감독자가 아니라는 류씨 주장에 “피해자가 다닌 대학 강사이자 개인 교습자로 중첩적인 지위를 가졌고 무용계의 특성과 피고인의 입지를 보면 보호·감독자라는 지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무용계는 다른 직업으로 이동이 쉽지 않아 어느 정도 폐쇄성이 있다고 보이고, 객관적 평가 지표가 많지 않고 예술성이 주요 요소가 돼 주관적 평가에 따라 단원이나 출연자 선발, 역할 배정 등이 결정되는 것 같다”며 “인맥이나 평판, 특히 자신을 가르친 사람의 평판은 무용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4차례 추행 행위 모두 피해자 의사에 반해 이뤄졌다고 넉넉히 인정된다”며 “피해자는 사건 몇 일 후 무용단 선배에게 피해를 털어놓고 도움을 구했고, 피해자가 거짓말을 할 동기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3차례 추행 당시 울면서 ‘그만 좀 하시면 안돼요’라고 거부 의사 분명히 표했고, 류씨도 피해자가 울었던 사실 자체는 수사기관에 인정했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친밀감을 표하는 문자를 보냈거나 사건 후에도 무용단에 나가 류씨와 친밀하게 지냈다는 주장에 재판부는 “피해자는 없었던 일로 행동하면 부모님이 피해나 상처를 받지 않고 자신도 무용을 계속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내적으로 감내하면서 좋아하는 무용을 계속 하려 한 것”이라며 “성폭력 피해자로서 이례적으로 보이는 행동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위력은 “피해자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충분한 유·무형의 세력을 뜻하며, 폭행·협박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나 권세도 포함된다”며 “류씨와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 류씨의 나이와 사회적 지위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피고인의 영향력 자체에 의해 자유의사가 제압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추행 중엔 옷을 벗기고 신체를 만지며 성기를 삽입하는 시도도 포함됐다. 범행 정와 경위, 피해자와 관계에 비춰 죄질이 나쁘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용서를 받지 못했고 피해회복을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1·2심에서 피해자 의사에 반하지 않았다며 범행을 부인했고 상처받은 피해자는 더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