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난상황에서 예술인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문화예술계 지원대책을 우후죽순 내놓았다. 문화예술노동연대는 미디어오늘에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연속기고를 보내왔다. 정부의 예술인과 문화예술계에 대한 코로나19 재난지원대책을 뜯어보고 그 방향과 실효성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지난 6월 3일과 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가 각각 코로나19 이후 문화예술계 지원을 위한 3차 추경 계획을 내놓았다. 두 추경계획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시각예술분야에 대한 지원이다. 문체부는 공공미술프로젝트 사업에 759억원을 편성하고 미술가·예술가 8436명에게 벽화·조각 작품을 제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규모는 해당 추경계획에서 공연예술인력을 3000명 채용해 문화예술단체에 파견하는 지원사업 예산 288억원에 비해 인력과 금액 면에서 3배에 가깝다. 서울시 역시 3차 추경계획에서 공공미술 작가와 신진미술인 지원에 42억원을 책정했고 작품 공모와 설치를 통해 전시 취소 등으로 위기에 처한 작가 100명을 3단계 오디션 형식으로 선발 지원할 것이며, 신진미술인의 경우 유망 신진미술작가의 작품을 공개 구입해 전시한다고 밝혔다.

본 추경계획에 포함된 문화예술분야는 디자인(디자인은 500건의 작품에 20억원 지원)과 미술이 유일한데, 계획에 따르면 이 두 분야의 예술인이 본 지원에 포함된 이유는 재난상황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라는 것이다.

피해 예술인을 위한 지원정책이라고 하지만 해당 추경계획들은 애석하게도 전체 문화예술계는 물론이고 본 추경안의 대표 지원범주로 지목된 시각예술분야 역시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추경계획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한 전체 예술계의 피해에 대한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이해도 부족할뿐더러, 미시적 차원에서 시각예술분야의 피해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시각예술분야 자체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서울시 코로나19 피해 긴급예술지원 공모 알림
▲서울시 코로나19 피해 긴급예술지원 공모 알림

시각예술분야가 전체 문화예술분야에서 가장 취약한 몇 개 분야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다. 또한 다수 시각예술인이 고용노동부나 개별 지자체의 직접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시각예술인이 경험한 이와 같은 배제와 경제적 취약함은 코로나19 때문이라기보다 예술활동은 지속하고 있지만 그 활동이 경제적인 수입으로 이어지지 않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한다.

시각예술인들은 대체로 작품판매 대가와 문화예술관련 기관에서 실시하는 지원사업으로 수입을 얻는다. 작품 판매는 상위 소수의 작가들에게 한정돼 있고, 지원사업의 예산은 작품 제작비 일부나 운송비 등 직접 경비만을 책정하고 있어 인건비 성격의 수익은 기대할 수 없다. 시각예술인들은 전시나 미술관련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제공하지만 그에 대한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단지 예산집행에서 시각예술인의 전문성 제공에 보수를 책정하는 항목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오히려 사비를 들여 예술활동을 하거나 심지어 예술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빚을 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현장의 문제를 당사자가 꾸준히 지적한 결과 1, 2년 전부터 인건비를 책정하는 기관이 하나둘 생기고 있지만 극소수다. 그렇기에 시각예술인들의 피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급작스러운 것이라기보다 상시적으로 발생하고 누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예술인 역시 특수고용노동자와 프리랜서라는 업으로 묶여 직접 지원하는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는데, 대부분의 소득과 노무제공확인을 증빙해야 가능했다. 그런데 시각예술인은 소득이 극히 적거나 없어 소득감소를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 왜 굳이 시각예술분야에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라는 명분으로 집중적인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는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혹여 두 추경계획이 시각예술분야의 저간의 사정을 고려한 지원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전체 시각예술분야를 아우르거나, 최소한 벽화나 공공미술이라는 특정 분야가 지원 대상이 된 이유라도 해명해야 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연합뉴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연합뉴스

어떤 성격이건 간에 지원의 대상으로 지목된 예술인들에게는 지원정책은 반가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와 문체부가 내놓은 지원사업 내용과 형식을 들여다보면 마냥 반가워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서울시의 지원사업은 100명을 3단계의 오디션으로 선발한다고 해 공모전의 성격을 지향한다. 이 사업에서 시각예술인은 지원금을 얻기 위해 비슷한 처지에 처한 동료를 떨어뜨려야 지원액을 취할 수 있다.

문체부는 피해예술인에게 일시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마치 벽화나 공공미술작품 설치를 전문으로 하는 시각예술인들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특정 분야를 지목한 이상 타분야 문화예술인은 처음부터 배제된 배타적인 지원사업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형평성 논란 소지가 있으므로 문체부는 먼저 왜 해당 장르의 시각예술가들을 우선으로 일자리를 만들었는지 의문을 해소해야 했다. 

그렇지만 문체부는 논란이 일자 해명하기보다 “예술가들에게 창작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하고, “예술작품은 지역관광자원으로 오래 남게 돼 도시경관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보도자료를 냈다. 지원대상 선정 근거를 명확하게 대지 못한다면 부족한 행정 대처를 인정하고 쓴소리를 감내해야 한다. 만약 지역활성화와 도시경관 개선이 본 사업의 핵심 목적이고 피해를 입은 예술인 중 적합한 대상을 선정한 것이라면 예술인 용역사업으로 사업의 명칭을 변경해야 할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예술인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배타적이고 경쟁적인 간접지원이 아니다. 피해상황 조사를 통한 근본 해결이다. 코로나19는 문화예술인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피해를 가져온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누적돼 풍선처럼 부푼 문제를 터뜨렸다. 노동부의 직접 지원 방안은 오히려 소득이 없어 소득감소를 증빙할 수 없는 예술인의 존재를 드러내며 애써 외면해온 사각지대를 가시화했다. 현행 법체계상 문체부는 예술인 직접 지원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특정 예술인만 선정해 다른 분야를 배제하는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예산 낭비하기보다 이런 사태가 다시 벌어졌을 때 발생할 충격과 피해를 최소화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고심해야 한다. 첫 걸음은 전체 문화예술 분야는 물론이고 각 분야의 피해 상황과 규모,원인에 대한 조사일 것이다. 이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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