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청주방송은 지난 3개월 동안 조사를 통해 도출된 ‘CJB청주방송 故 이재학 PD 사망 사건 진상조사보고서’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재학 PD와 소송 중에 이뤄졌던 회사의 위증·회유·협박 등 부당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인이 억울하다고 증언한 내용인 데다 ‘조사에 적극 협력하고 결과를 수용한다’는 합의문 정신을 위반한 대목이다.

청주방송 관계자들은 지난 24일 재개된 4자 대표자(청주방송·언론노조·유족·시민사회) 회의에서 회사 측 위법·부당행위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22일 진상조사위가 국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보고서를 공개한 지 2일 뒤였다.

사측 부당행위는 직원 회유·협박, 위증, 자료 은폐 등이다. 이 PD가 생전 직접 억울함을 호소했고 유서에도 쓴 내용이다. 진상보고서 상에서도 이 PD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핵심이다.

▲고 이재학 PD 영정사진.
▲고 이재학 PD 영정사진.

 

청주방송은 이 PD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1심 중 그를 돕던 직원들에게 경위서를 쓰게 하거나 이 PD 측에 준 진술서를 취소케 해 성사시켰다. 또 소송에서 이 PD가 AD(조연출) 업무만 했다거나 관리자와 구체적인 업무 내용을 주고 받는 관계가 아니었다고 위증했다. 이 PD가 법원을 통해 ‘이 PD는 청주방송 직원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는 핵심증거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가지고 있지 않다’며 숨겼다.

회사 측 부인에 논의가 공전되자 사측 관계자들은 회의 도중 ‘오늘 회의는 더 할 수 없다’며 퇴장했다. 나머지 3자 대표가 항의하며 이유를 묻자 ‘말할 수 없는 이유로 불가하다’고 답했다.

유족은 청주방송 입장 선회에 분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가 발표된 22일까지 청주방송과 유족은 서로 양보해가며 합의점을 찾아갔다. 특히 청주방송은 항소심 취하가 아니면 합의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대승적 차원에서 기존 입장을 대폭 양보한 수준의 안을 제안했다.

양측은 미리 의견 교환도 했다. 내부 사정을 아는 관계자는 대부분 사항에서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를 전제로 24일 최종 합의 채택을 예정했는데 사측이 회의 자리에서 태도를 돌변한 것.

▲이두영 청주방송 전 회장(현 이사회 의장). 사진=노컷뉴스
▲이두영 청주방송 전 회장(현 이사회 의장). 사진=노컷뉴스

 

청주방송의 태도 돌변은 이두영 청주방송 이사회 의장 때문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대주주(36.22% 지분)인 이 의장은 2000년부터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 PD 사망 후인 지난 3월 대표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 사측 교섭위원들도 회의 중에 “우리가 결정할 수 없다”거나 “그 분(이두영)의 입장”이라는 말을 수차례 했다.

보고서 발표 직전 협의가 결렬됐을 때도 이 의장이 있었다. 지난 11일 회사는 유족과 합의점을 찾던 중 갑자기 “회사가 돈을 줄 테니 이것으로 다른 건은 문제 삼지 말고 다 끝내자”고 제안하면서 모든 논의를 무효화시켰다.

이재학 PD 사건 시민사회대책위 내에서는 이두영 의장이 직접 회의 석상에 나서라는 요구가 높아진다. 한 관계자는 “사장 이하 간부진이 결정할 수 없는데 계속 회의에 나오는건 시간 끌기밖에 안 된다”며 “뒤에 있는 이두영 의장이 직접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방송 측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전화 등으로 연락을 취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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