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를 실질 지배하는 태영건설이 지주회사 TY홀딩스 설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지난 11일 공시를 통해 자회사 SBS 매각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노동조합 지적이 현실이 됐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태영건설은 지난 2일과 11일에 걸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게시한 증권신고서 핵심투자위험 알림문에서 “투자자분들께서는 태영 기업집단의 자산증가로 인해 방송사업부문에 대한 지분 매각이 이뤄질 수도 있을 가능성에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은 “태영 기업집단의 자산 총계가 10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며 “만일 자산 총계가 10조원을 넘을 경우 방송법 8조3항 및 동법 시행령 4조1항에서 규정하는 자산총계 10조원 이상 기업의 방송사업자 주식 및 지분의 100분의10 초과 보유 금지 사항을 위반하게 되며, 이를 치유하기 위해 증권신고서 제출일 현재 보유하는 방송사업자인 (주)SBS 지분을 처분할 필요가 발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진행사항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으니 투자자분들께서는 태영 기업집단의 자산증가로 인해 방송사업부문에 대한 지분 매각이 이뤄질 수도 있을 가능성에 유의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기업분할 과정을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며 SBS 매각 가능성 등을 투자위험 요인으로 밝히는 대목이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 사진=이치열 기자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 사진=이치열 기자

지난 5월 태영그룹 자산총액은 9.7조원을 넘어섰다. 방송법은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통한 여론 독점을 막기 위해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기업은 지상파 방송사 지분의 10%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태영건설 자회사 TSK코퍼레이션 상장 계획과 자산 증가속도에 비추면 올해 말 10조원 돌파는 상수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그간 SBS는 “대주주는 SBS 매각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은 방통위에 “(자산 규모가) 10조원이 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24일 노보를 내고 “태영 측의 공시 내용은 (방송법) 10조 규제 위반에 따른 SBS 매각설에 물음을 던졌던 노동조합의 지적이 모두 사실임을 고백하는 내용이다. 또한 윤석민 회장의 ‘자산총액 10조원을 넘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발언은 처음부터 지킬 수도, 지킬 의사도 없는 거짓말임이 드러난 셈"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태영건설의 이러한 공시 내용은 TY홀딩스 체제가 SBS 미래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위험 요인임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들로 가득차 있다. 또한 윤석민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기업의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SBS는 매각 가능한 종속변수에 불과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방통위는 지난 1일 TY홀딩스를 SBS 최다액 출자자로 사전승인하며 종사자 대표와 성실한 협의를 조건으로 부가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지배주주에게 즉시 협의 일정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지만 윤 회장 측은 한 달이 다 되도록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태영건설이 방통위 사전승인 직후 승인조건에 배치된 내용을 공시한 것도 문제 제기했다. 태영건설은 방통위 사전승인 이튿날인 지난 2일 증권신고서를 공시한 뒤 11일에 추가 정정내용을 포함한 신고서를 게시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SBS 매각 가능성 및 SBS 자회사 매각 가능성 등을 태영건설 스스로 투자위험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전 승인 전에 SBS 매각 가능성 등을 밝힐 경우 방통위의 사전승인 절차에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통화에서 “지주회사 전환은 아버지(윤세영 명예회장)가 아들(윤석민 회장)에게 튼튼한 지배력을 물려주는 마지막 단계다. SBS가 윤석민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과정의 종속변수로 전락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SBS 사측은 이날 노보가 공개된 뒤 회사 내부망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원론적 정보 제공 차원의 공시”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사측은 ‘SBS 매각설 근원지는 노보입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금감원 담당자가 4월 말 공문을 통해 ‘방송법상 소유제한 위반 가능성’ 설명을 추가해 정정 공시할 것을 지시했다. 일부 언론과 노조를 통해 ‘SBS 매각설’이 제기되고 있다며 사실이 아니랄지라도 모든 투자자들에게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한 유의사항을 알릴 것을 요구했다”며 이에 따라 정정 공시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론적 정보제공 차원의 공시를 인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새로운 사실을 공식화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사측은 그러면서 오히려 10조 상한 기준 개정이나 예외 규정 신설을 꾀하겠다고 했다. 사측은 “단기적으로는 태영의 자산이 10조원을 넘어 방송법에 저촉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되, 장기적으로 불가피한 경우 방송법 시행령의 10조원이라는 제한을 높이거나 예외규정을 신설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정부는 방송법 시행령 10조원 기준으로 인해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 벌어지기 전에 기준 변화나 예외규정 신설 등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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