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주도적으로 제기한 4·15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조선일보가 제기했다고 보도한 KBS에 행정지도가 결정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방통심의위 방송소위·위원장 허미숙)는 24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KBS 뉴스 프로그램 ‘코로나19 통합뉴스룸 사사건건’이 방송심의규정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다. 행정지도 권고는 방송사 재허가 심사 때 반영되지 않는 경징계다.

▲조선일보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 한 것처럼 자막이 표시됐다. 사진=KBS 코로나19 통합뉴스룸 시시각각 화면 갈무리.
▲조선일보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 한 것처럼 자막이 표시됐다. 사진=KBS 코로나19 통합뉴스룸 시시각각 화면 갈무리.

KBS ‘코로나19 통합뉴스룸 사사건건’은 지난 4월21일 “보수 일각 ‘부정 선거’ 제기… 선거 불복?”이라는 주제로 진행자와 출연자들이 대담을 나눴다. 진행자는 김원장 KBS 기자, 출연자는 홍성걸 국민대 교수, 김성완 시사평론가였다.

김원장 기자가 4월 총선 사전투표에 관련 “민주당은 다 63%가 나오고, 미래통합당 후보는 36%가 나오더라”라며 보수진영의 부정선거 주장을 설명한 뒤 “조선일보가 사흘 전에 인천도 봤더니 63%:36%더라. 진짜 똑같네. 어떻게 이렇게 똑같지? 이런 기사를 썼다가 ‘오늘 계산해봤더니 저희가 계산 잘못했습니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원장 기자의 발언과 동시에 화면 자막에는 “사전투표, 민주당 63% vs 통합당 36%… 조작 의심” “조선일보, 의혹 제기 후 계산오류 사과 보도”라는 자막이 나왔다.

▲사진=KBS 코로나19 통합뉴스룸 시시각각 화면 갈무리.
▲사진=KBS 코로나19 통합뉴스룸 시시각각 화면 갈무리.

민원인은 방통심의위에 “조선일보가 의혹 제기를 한 게 아니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의혹 제기를 (조선일보가) 팩트체크한 것이고, 팩트체크 내용 중 계산 오류가 있어 정정보도한 것”이라고 지적한 뒤 “해당 방송은 조선일보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가 그 주장을 철회한 것으로 잘못 인용했다”고 했다.

KBS 사사건건은 지난 23일 이에 대해 사과했다. 진행을 맡은 박찬형 KBS 기자는 “한가지 바로 잡도록 하겠다. 지난 4월21일 방송에서 야권에서 제기한 부정선거 주장을 다루면서 조선일보가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나중에 이를 정정한 것으로 보도했었다”고 말한 뒤 “확인 결과 해당 부정선거 의혹은 조선일보가 아니고 가로세로연구소가 제기한 것으로 조선일보는 이를 팩트체크한 기사를 실었고 부정선거 의혹 제기와는 관련이 없어서 이를 바로잡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KBS 사사건건은 4월21일 방송분을 바로 잡았다. 사진=KBS 코로나19 통합뉴스룸 시시각각 화면 갈무리.
▲지난 23일 KBS 사사건건은 4월21일 방송분을 바로 잡았다. 사진=KBS 코로나19 통합뉴스룸 시시각각 화면 갈무리.

심의위원 5인(정부·여당 추천 강진숙·이소영 위원, 허미숙 위원장, 미래통합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전원 의견으로 행정지도 ‘권고’를 주장했다.

심의위원들은 KBS가 바로잡는 방송을 한 점을 제재 수위 결정에 반영했다. 박상수 위원은 “자료화면 자막 등을 살펴보면 마치 조선일보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고 오인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 조선일보 명예를 훼손한 소지가 있다. 하지만 KBS가 뒤늦게 사과하고 오류를 인정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소영 위원도 “마치 조선일보가 앞장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것처럼 보도했다. 하지만 사과한 점을 감안한다”고 했다. 강진숙 위원 역시 “조선일보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것처럼 말해 명확하지 않은 방송을 했다. 하지만 정정 보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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