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와 SK텔레콤의 합작 동영상서비스 웨이브의 이태현 대표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웨이브·티빙·왓챠플레이 통합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화제가 됐다. IT매체 블로터는 “취재 결과 통합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제로(0)’에 가까웠다”고 했다. PR매체 더피알은 “넷플릭스를 이기기 위해선 당장 몸집 불리기보다 자체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을 전했다. 

지난 17일 서울 상암동 웨이브 사무실에서 만난 이태현 대표는 “정확한 발언은 급변하는 OTT 산업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을 모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여러 측면의 파트너십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현 대표는 지상파뿐 아니라 종합편성채널 등 다양한 방송사에 적극적인 콘텐츠 투자를 강조했다. 종영된 MBC ‘무한도전’이 여전히 웨이브 랭킹에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발굴 전략’에 대한 고민도 있다. 이태현 대표는 새로운 투자를 통해 성공작을 만들어내는 것 못지 않게 기존 종영 콘텐츠를 발굴해 ‘역주행’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웨이브가 도약하려면 신작, 구작 등 여러 측면에서 제2의 무한도전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미다.

▲ 이태현 웨이브 대표. 사진=웨이브 제공.
▲ 이태현 웨이브 대표. 사진=웨이브 제공.

다음은 일문일답.

- 티빙, 왓챠플레이에 통합을 제안한 발언이 주목을 받았다.
“협력을 강조한 것이지 특정 서비스를 언급한 것은 아니다. 당장에는 플랫폼들이 각자의 전략과 비전으로 움직이고 있다. 당분간은 빅딜이 이뤄지기 힘든 현실이다. 작게는 마케팅 제휴, 콘텐츠 투자 협력 등  분야에서 힘을 모으다 보면 언젠가는 시장의 흐름을 크게 바꿀 수 있는 협력관계도 모색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언제든 누구든 대화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 OTT(인터넷동영상서비스) 시장에서 넷플릭스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웨이브가 추구하는 전략은 무엇인가.
“넷플릭스에 대항한다는 프레임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초기에 마케팅 측면에서 잡힌 프레임이다. 물론 동종업계 사업자로서 속마음으로는 당연히 이기고 싶다. 그런데 웨이브와 넷플릭스가 서로 대체 가능하지는 않다. 필드는 같지만 가진 무기는 다르다. 넷플릭스에는 거액의 제작비를 투입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있다. 우리에겐 소니 등 넷플릭스에 제휴맺지 않은 해외 사업자들의 콘텐츠가 있다. 우리의 메인 요리인 지상파, 종편의 예능 드라마 다큐가 무제한으로 있다.”

▲ ㅍ​▲ 5월 OTT 순이용자수. 자료=코리안클릭.
▲ ㅍ​▲ 5월 OTT 순이용자수. 자료=코리안클릭.

- 과거에는 지상파가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제휴하거나 투자받지 않다가 최근에는 지상파 콘텐츠도 넷플릭스에 일부 나오고 있다. 이러면 웨이브 플랫폼의 차별성이 떨어지는 거 아닐까.
“초창기 푹 시절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했을 때 지상파가 문을 걸어 잠근 이유는 글로벌 사업자의 불공정 계약에 대한 방어 차원이었다. 처음 넷플릭스가 요구한 금액이 헐값이라고 여겼기에 우리뿐 아니라 여러 방송사들이 제휴를 맺지 않았다. 만일 방송사들이 그때 콘텐츠를 다 넘겼다면 ‘네이버 뉴스’처럼 주도권을 잃지 않았을까. 부족해진 광고 재원을 온라인서비스가 채울 수 있어 일부 콘텐츠에는 실용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웨이브가 제작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해 글로벌 사업자의 투자를 받는 상황이다.”

- 최근 종편에도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종편에 투자하는 이유가 있나.
“좋은 작품이 있다면 파트너를 가리지 않는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 독립제작사 등 많은 파트너들과 투자 논의를 하고 있다. 올해 600억 원대 투자를 할 것이고 2023년까지 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할 생각이다. 종편에 투자하는 이유는 주주사(지상파) 뿐만 아니라 종편이 중요한 파트너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들의 경쟁력이 곧 우리의 경쟁력이다.”

▲ 2020년 웨이브 투자 콘텐츠 라인업.
▲ 2020년 웨이브 투자 콘텐츠 라인업.

 

- 웨이브에서 가장 많이 보는 콘텐츠는 무엇인가.
“매주 장르별로 시청량을 집계한다. 예능은 MBC ‘놀면 뭐하니’가 1위로 올라섰다. 최신 에피소드가 없는 ‘무한도전’도 꾸준히 찾아보는 분들이 많아 4위에 올라왔다. 예능은 축적된 방송분량이 방대하고, 고정 팬들이 반복적으로 시청하는 경향이 있다. 이 외에도 시트콤 ‘순풍산부인과’, ‘하이킥’시리즈를 여전히 많이 찾는다. 사장된 콘텐츠를 다시 발굴해 역주행을 만드는 걸 고민해야 한다. 숨어있는 콘텐츠들을 어떻게 패키징 하느냐가 관건이다. 특정 배우가 주목을 받으면 그가 과거 출연한 작품이나 연관 작품을 추천하는 식으로 소비를 끌어낼 거다. 신작은 신작대로 신상품으로 내보내되 종영된 명작을 스테디셀러로 만들어야 한다.” 

- 해외 진출 상황은 어떤가.
“지난해 10월부터 국내 이용자가 해외 여행 시 이용할 수 있는 ‘웨이브고’ 서비스를 출시했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 7개국에서 현지 통신망으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다. 해외 교민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도 운영하면서 현지에서 마케팅 방법과 운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해당 국가 직접 진출에 앞서 준비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 넷플릭스 법이 얼마 전 통과됐고 OTT 대상 규제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20대 국회에 이어 콘텐츠 내용에 대한 심의 및 규제 이슈가 나올 수 있다.
“규제가 필요한 건 맞지만 실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저앉히는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기업들과 비교할 때 공정하지 않은 조건, 즉 세금이나 통신망 이용료에 대한 차별 이슈는 해소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 OTT에 방송 수준의 규제를 가하면 잃는 게 더 많다. 우선은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산업 자체를 키우는 방향이 맞다. ‘인간수업’이라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면 기존 방송에서 보여주는 것 이상의 수위가 나오는 등 자유로운 전개가 특징이다. 이런 콘텐츠를 방송 규제의 틀에 가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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