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로 이상회 사장이 불법해고를 자행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그러나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지난 14일 조대기 전 노조위원장, 조정진 세계일보 기자협회 지회장과 함께 고등법원으로부터 해고무효 판결을 받은 조민성 화백(전 세계일보 노조 사무국장)은 세계일보를 상대로 불법해고에 따른 정신적 피해는 물론 인쇄물 등을 통해 자신을 명예훼손한 사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시는 회사가 불법해고를 남발하지 못하도록 할 작정이다.

“판결 직후 회사측은 소를 취하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거절했습니다.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소송을 통해 단 10원이라도 받아내 불법해고로 한 사람에게 되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히면 회사도 그 이상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선례를 만들 것입니다.”

지난 97년 7월 회사가 조직상에 없는 자리로 전직배치를 하자 이에 맞서 노조를 만들고 출근을 거부하다 해고된 지 1년 6개월만에 따낸 ‘승리’이지만 조 화백의 마음은 편칠 않다. 지난해의 파업투쟁 등 그동안 회사를 상대로 한 노조의 치열한 싸움이 잇따른 패배로 이어져 노조가 약화될대로 약화돼 있기 때문이다.

“사측의 노조탈퇴 공작으로 이제 편집국 기자 일부만 노조에 남았습니다. 우리가 힘이 없었다기보다는 가진자의 공격이 너무나도 집요했습니다. 가슴 아픈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해직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끝까지 노조를 지키고 있는 여승철 위원장에게 고맙고도 미안합니다.”

그는 또 해직기간 동안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딸 ‘솔비’와 아들 ‘선’에게 항상 미안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노조활동으로 해직된 데 후회는 없다. “다시 그상황이 오더라도 싸우겠다”고 한다. 그는 또 그동안 신동아, 기자협회보 등에 작품을 게재하며 화백으로서의 긴장도 놓치 않으려 노력했다.

오는 2월 1일 세계일보는 창간 10주년을 맞는다. 조 화백은 이에 “지난 2년여간 이상회 사장에 대한 평가는 끝이 났습니다. 신문으로서 위상도 급격히 떨어졌고 판매망도 무너졌습니다. 창간 10년을 맞는 세계일보는 새로운 경영자를 찾아 제2의 창간을 해야 합니다.

더이상 노조탄압과 같은 구시대적인 소모전을 끝내고 대승적인 자세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라며 그토록 자신에게 고통을 안겨준 세계일보사에 대해 마지막 애사의 끈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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