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표현의 자유’ 독일에서 네트워크집행법이 강화됐다
‘표현의 자유’ 독일에서 네트워크집행법이 강화됐다
[ 이유진의 베를린 노트 ]

독일의 SNS 사업자들은 이제 위법적인 게시물을 의무적으로 연방범죄수사청에 신고해야 한다. 그동안 독일은 네트워크집행법(Netzwerkdurchgesetz)을 통해서 SNS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혐오 발언과 불법적 게시물의 관리 의무를 부과해왔다. 여기서 관리란, SNS 상의 혐오, 협박, 국민선동 등 위법적인 게시물을 신고받고 삭제하는 것이다.

지난 18일 독일 연방의회에서 결의된 개정안에 따르면 SNS 사업자는 신고된 게시물을 삭제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연방범죄수사청에 신고까지 해야 한다. 불법 게시물과 작성자의 IP주소를 함께 알려 원활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SNS 사업자의 역할과 책임이 더욱 커졌다. 

독일은 이뿐만 아니라 혐오 발언과 협박 등 온라인에서 시작되어 실제로 이어지는 폭력적인 행위를 막기 위해서 형법 개정 등 총체적인 패키지 법안을 내놨다. 법안을 주도한 독일 법무부는 꽤 단호하다. 수년간 극우파들이 득세하고 주류 정치권 진출까지 성공한 이후, 독일에서 극우파들의 테러행위가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지난해 6월 독일의 중소 도시 카셀의 시장이 신나치주의자에게 살해당했다. 당시 한국 언론에는 '지역 정치인' 정도로 보도되어 그렇게 큰 사건이 아닌 것처럼 지나갔지만, 한 도시의 시장이 살해당한 엄중한 사건이었다. 

이어 9월에는 할레 유대교당 테러로 2명이 살해당하고 2명이 부상당했다. 독일은 이 사건을 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는데, 명백하게 유대인을 타깃으로 '나치 역사'가 되새김질 되었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그날 저녁 바로 베를린의 유대교당에서 열린 연대추모 행사에 직접 참석한 것에서 독일 정부가 이 사안을 얼마나 심각히 받아들였는지 알 수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추모 행사에서 "나와 정치인들의 목표는 여러분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 사건은 그것이 그렇게 쉽지 않으며, 우리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독일 법무부의 혐오 및 극우범죄 대처를 위한 법률 개정 작업은 바로 이 시점에서 시작됐다. 

그 와중에 지난 2월 하나우에서는 인종주의 테러가 또 발생했다. 외국인과 이주 배경을 가진 독일인 등 10명이 살해당했다. 이 사건들은 모두 극우주의자들의 범죄로 특히 최근 두 건은 가해자가 범죄 사실을 SNS를 통해 알리고 생중계하면서 충격을 더했다. 

굵직한 사건뿐만이 아니다. 일상에서의 인종차별 폭력과 극우시위 등에서 저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폭행 및 살해 협박, 온라인상의 살해 협박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네트워크집행법은 그동안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과 법 규정이 약하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아왔다. 하지만 할레와 하나우 테러 이후 법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이번 네트워크집행법 개정이 단일법 개정이 아니라, 형법 개정 등 여러 법률 패키지로 묶어서 진행된 이유이기도 하다. 

개정안에 따라 신고 의무가 부과되는 게시물은 나치 등 위헌 조직의 표지 사용 및 선전 행위, 국가안보에 위협을 끼치는 범죄를 준비하는 행위, 범죄 및 테러조직의 지원 및 교육, 국민선동 및 폭력 묘사, 공공의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 범죄 조장 및 청부, 성적지향 및 신체적 안전함과 개인의 자유에 대한 위협, 아동 성착취 영상 유포에 관한 게시물 등이다. 

신고 사례가 가장 많은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은 신고 의무에서 빠졌다. SNS 사업자는 물론 연방범죄수사청의 업무 과중이 심해진다는 비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또한 형법 개정안을 통해서 온라인의 모욕과 협박죄를 기존 최대 1년 자유형에서 최대 2년 자유형으로 처벌을 강화했다. 

독일의 민주주의와 미디어 담론에서 ‘표현의 자유’는 그 어느 것보다 고귀한 가치였다. 하지만 그 표현의 자유가 방종이 되고, 타인을 직접적으로 해하는 범죄가 되면서 이제는 사람들의 이성과 교육에만 맡겨둘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법무장관은 18일 “이 법률안은 인종주의자와 극우주의자들에게  협박받고 혐오를 당하는 모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그러한 행위를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최근 테러 범죄는 혐오와 폭력의 고리를 끊기 위한 강력한 법이 필요함을 보여준다”면서 “폭력의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장하는 민주주의와 인간의 적들에 대한 단호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독일 법무장관의 마지막 발언은 ‘표현의 자유’ 주의자도 반박하기 어려운 진실을 말하고 있다.  “말이 행동이 된다.” 혐오의 말에서 범죄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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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6-27 13:22:41
"독일의 민주주의와 미디어 담론에서 ‘표현의 자유’는 그 어느 것보다 고귀한 가치였다. 하지만 그 표현의 자유가 방종이 되고, 타인을 직접적으로 해하는 범죄가 되면서 이제는 사람들의 이성과 교육에만 맡겨둘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 마치 수정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같다. 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기면 알아서 잘 돌아가는가. 시장이 완벽한데, 빈부의 격차는 왜 자꾸 커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