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백승우 채널A 기자의 휴대전화에서 한동훈 부산고검 검사장과의 대면 대화 녹음파일을 발견하고 강요미수죄를 입증할 단서를 확보했다. 녹음파일은 지난 2월13일 백승우 기자가 회사 선배인 이동재 기자와 함께 부산고검 차장검사실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만나 나눈 대화를 녹음한 것.

그동안 검언유착 의혹 채널A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동재 채널A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통화한 파일 등을 모두 포맷해 수사 난항을 겪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백 기자 휴대전화에서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22일자 한겨레 1면.
▲22일자 한겨레 1면.
▲22일자 한겨레 3면.
▲22일자 한겨레 3면.

배치되는 조선일보와 한겨레 보도

하지만 백기자 휴대전화에서 나온 녹음파일 내용을 두고 조선일보와 한겨레 보도가 배치되고 있다.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중앙지검 수사팀이 지난 2월13일 백승우 채널A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나눈 대면 대화 녹음파일을 발견했다는 공통적인 사실을 입수했는데, 두 매체는 전혀 다른 내용의 대화 내용을 주장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20일 “[단독] ‘검언 유착’ 의혹의 A검사장, 알고보니 채널A 기자에 ‘유시민 의혹 관심없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한동훈 검사장이 ‘유시민 의혹에 관심 없다고 말했다’고 선을 긋는 보도를 했다. 조선일보는 “당시 채널A 기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한 신라젠의 로비 의혹’을 여러번 언급했으나, A검사장은 ‘(유시민 의혹에) 관심 없다. 신라젠 사건은 (로비 의혹 사건이 아니라) 다중 피해가 발생한 ‘서민·민생 금융범죄’’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지난 3월31일에 이뤄진 MBC 보도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법조계에서는 이날 대화는 MBC가 보도한 검언유착 ‘공모’의 근거로 보기 어렵거나 오히려 반대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

▲20일자 조선일보 단독 보도.
▲20일자 조선일보 단독 보도.

반면 한겨레는 22일자 1면 “‘검언유착 의혹’ 한동훈 수사 제동거는 대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동재 기자는 이철 전 대표 측근에게 ‘(이철 전 대표 쪽)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한테 알려달라. 수사팀에 그런 입장을 전달해줄 수 있다. 수사를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양쪽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한 검사장과의 통화 내용을 전했다. 채널에이 자체 진상 조사에서도 이 기자가 후배인 백아무개 기자에게 ‘수사팀이 얘기해줄 수도 있으니 만나보고 나에게 알려달라. 나를 팔아’라는 현직 검사장의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모두 이 기자의 입에서 나온 전언일 뿐이다”고 했다.

이어 한겨레는 “수사의 실마리는 의외의 지점에서 풀렸다. 백 기자의 휴대전화에서 한 검사장과의 대면 대화 녹음파일이 발견됐다”며 “이들은(중앙지검 수사팀) 신라젠 수사는 물론 법무·감찰 관련한 대화를 나눴고 수사팀은 특히 녹취록과 채널에이 진상보고서에서 전언 형태로 존재했던 내용과 비슷한 한 검사장 발언을 확인했다고 한다. 수사팀이 한 검사장의 신분을 피의자로 전환하게 된 이유다. 수사팀은 이를 근거로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16일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22일자 조선일보 10면.
▲22일자 조선일보 10면.

지검 수사팀, 조선일보 보도 반박…조선일보, 재반박

지난 21일 서울중앙지검은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왜곡과 호도”라며 비판했다. 중앙지검이 기자단에게 “해당 기사에 언급된 내용은 확보된 증거자료 중 관련자에게 유리할 수 있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보도했다. 사실관계 전반을 호도하거나 왜곡해 수사과정 공정성에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금까지 확보된 다양한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수사과정에서 그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해 드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서울중앙지검 해명을 재반박했다. 조선일보는 22일자 10면 “이성윤 ‘채널A 기자 영장 치겠다’…윤석열, 일단 제동”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1일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월 A 검사장이 채널A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시민 (의혹)에 관심 없다고 말했다’는 20일 본지 보도에 대해 ‘관련자에게 유리할 수 있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보도했다’는 입장문을 내놨다”고 썼다.

이어 조선일보는 “그러나 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15일 MBC가 ‘채널A 기자와 A검사장이 지난 2~3월 5차례 이상 통화했고, A검사장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도했을 때는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 기자의 변호인은 ‘수사팀이 미리 결론을 내놓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5일자 MBC 단독보도.
▲지난 15일자 MBC 단독보도.

한겨레 “수사팀과 대검 충돌로 늦어지는 검언유착 수사”

한겨레는 22일자 “수사팀-대검 충돌로 번진 ‘검언 유착’ 수사 난맥상”이라는 사설 제목을 달고 “검찰 고위직이 연루된 이 사건을 두고 유독 많은 잡음이 불거지는 것을 보면 ‘엄정한 수사’와 ‘내부 인사 비호’라는 두 기류가 부딪치고 있다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수사팀은 이달 초 채널에이 기자와 한동훈 검사자의 대화 녹음 파일을 통해 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확보한 뒤 한 검사장을 피의자로 전환했다. 이후 채널에이 이아무개 기자 구속영장 청구, 한 검사장 소환조사 등을 추진했지만 대검이 범죄 혐의 구성이 어렵다며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22일자 한겨레 사설.
▲22일자 한겨레 사설.

같은 증거를 놓고 수사팀은 ‘구속수사’ 대검은 ‘범죄 불성립’이라는 극단적 시각차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같은 증거를 놓고 대검은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극단적인 시각차가 존재한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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