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한국경제 ‘재포장금지법’ 보도, 진짜 왜곡일까?
한국경제 ‘재포장금지법’ 보도, 진짜 왜곡일까?
한경 ‘묶음할인’ 금지 단독 보도에 환경부 “할인금지 아냐” 해명…당초 환경부 자료 “판촉 아닌 재포장은 예외”

한국경제(한경)가 환경부에서 발표한 ‘재포장금지법’이 “묶음할인을 막아 가격경쟁 체제를 무너뜨린다”고 보도하자 환경부가 묶음할인 혜택과 무관하고 불필요한 재포장을 줄이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한경 보도와 환경부 해명을 반영한 기사가 이어졌고 일각에선 한경이 왜곡 보도를 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미디어오늘은 환경부가 지난 1월과 지난 18일 발표한 자료를 다시 검토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경 보도 후 환경부 해명’과 달리 당초 환경부 자료에는 묶음할인제도를 규제하려 했던 표현이 있었다. 시장질서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재포장만 금지할 방안을 좀더 정교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 재포장 막으려 판촉규제 명시했나

환경부는 지난 1월28일 “제품의 과대포장을 방지하기 위한 ‘자원재활용법 하위법령’을 1월29일 개정·공포하고 오는 7월1일부터 시행한다”며 “제품 판촉을 위한 1+1, 묶음상품 등 불필요한 비닐 재포장을 퇴출한다”고 발표했다. 환경부는 “개정 주요 내용은 앞으로 대규모 점포에서 제품을 제조·수입하는 자는 제품을 다시 포장해 제조·수입·판매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불필요한 포장을 막겠다는 취지는 명확해보인다. 

▲ 환경부 1월28일자 자료
▲ 환경부 1월28일자 자료

그렇다면 업계에선 어디까지가 ‘재포장’인지 기준을 알아야 한다. 이날 환경부는 “바코드가 없거나 통상적 판매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재포장으로 간주한다”며 예시로 “맥주 6개, 12개 등 상자 포장의 경우 바코드가 있으며 통상적 판매에 해당하므로 재포장이 아니며, 판촉용 묶음 포장으로 바코드가 없으며 상황에 따라 판매 단위가 변경되면 재포장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발표를 보면 논란이 될 만한 소지를 포함하고 있다. 지난 18일 환경부는 ‘포장제품의 재포장 관련 가이드라이드(안)’을 발표했다. 1월에 발표한 내용을 구체화하는 내용으로 ‘재포장에 해당하는 경우’와 ‘재포장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재포장이지만 예외인 경우’를 구분해 설명했다. 

18일 자료를 보면 “1+1, 2+1 등 판촉(가격할인 등)을 위해 포장한 단위 제품을 2개 이상 묶어 추가 포장하는 경우”를 재포장으로 규정하며 예시로 1+1 판촉사례(2000원짜리 상품 2개를 묶어서 2000원에 판매)와 가격할인 사례(2000원짜리 상품 2개를 묶어 3000원에 판매)를 재포장으로 규정했다. 이를 금지하겠다는 내용이다.

▲ 지난 18일자 환경부 '재포장 가이드라인'
▲ 지난 18일자 환경부 '재포장 가이드라인'

반면 재포장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금지 대상이 아닌 것)를 보면 “현행법에 허용된 종합제품으로써 판촉(가격할인 등)을 위한 게 아닌 경우”로 규정했다. 예시로 2000원짜리 2개를 묶어 4000원에 판매하는 경우를 들었다. 즉 묶음 할인을 하지 않을 경우 금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또한 환경부는 재포장이지만 예외인 경우(금지 대상에서 제외)를 발표했는데 “판촉(가격 할인 등)을 위한 것이 아닌 경우”라고 명시했다. 

이날 환경부 자료를 보면 환경부가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려고 한 의도는 명확했지만 재포장 주범을 판촉 행위로 보고 이를 일부 규제하려고 했던 것도 분명하다. 

한국경제 지난 20일(지면) 1면 톱기사 “‘묶음할인’ 세계 최초로 금지한 환경부”, 3면 “‘햇반·라면 묶음’ 싸게 팔면 불법…과자·맥주값도 줄줄이 오를 판” 등을 보면 ‘평균비용’이라는 경제학 용어와 영미권 ‘번들(bundle)’ 등의 개념을 설명하며 왜 묶음할인을 규제해선 안 되는지 비판했다. 

▲ 지난 20일 한국경제 3면 보도
▲ 지난 20일 한국경제 3면 보도
▲ 지난 19일 한국경제 온라인 보도.
▲ 지난 19일 한국경제 온라인 보도.

“세계 최초”라는 표현이 강하고, 환경부 예시에서 통상적으로 묶어서 팔아온 맥주의 경우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했는데도 한경이 기사 제목에서 맥주값이 오른다고 했으니 일부 과장이나 왜곡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환경부 해명처럼 당초 환경부 자료에 판촉에 대한 규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환경부는 보도 이후 “이번에 도입하는 새 제도 내용은 기업의 할인 판촉 과정에서 과도하고 불필요하게 다시 포장하는 행위만 금지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환경부 해명 이후 다수 매체에서 한경 보도와 환경부 해명만을 갖고 ‘논란’으로 처리했다. 이런 기사만 읽어서는 실제 규제 내용을 명확하게 알 수 없다. 

▲ 환경부 재포장 규제 관련 보도들
▲ 환경부 재포장 규제 관련 보도들

창고형 매장만 재포장을 용인해 역차별이 벌어진다는 내용 역시 환경부의 설명이 미흡한 대목이다. 환경부 18일 자료를 보면 재포장 예외(규제예외)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형마트 중 창고형으로 운영되는 매장에서 대량 판매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를 들었다. 

이에 한경은 “창고형 할인마트에는 묶음할인 판매를 허용했고, 온라인쇼핑 업체에 대해서도 판단을 보류했다”며 “과대포장으로 많은 문제가 제기됐던 쿠팡, 마켓컬리, 쓱닷컴 등 온라인 유통업체 재포장 관련해선 아직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환경부는 설명자료에서 “(창고형 할인 매장을) 예외로 한 바 없으며 창고형 할인마트, 온라인업체도 오프라인 매장과 동일하게 재포장 금지규정 적용을 받음”이라고 했다. 18일 자료와 20일 해명 중 창고형 할인마트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상충된다. 

환경부는 해명자료에서 “기업의 할인 판촉 등을 통해 국민이 저렴한 가격으로 물품을 구매할 기회는 유지하면서 판촉 과정에서 과도한 재포장으로 인한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방안을 찾도록 관련 업계와 지속적 협력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계도 기간을 갖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야당에서도 환경부 대처를 비판했다. 배준영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21일 논평에서 “묶음 판매는 가능하지만 ‘묶음 할인 판매’는 금지된다는 발표에 대해 사실상 ‘가격규제’가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르고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던 포장업체 역시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불만을 터뜨리자 환경부는 어제 부랴부랴 수습자료를 내놨다”고 비판한뒤 “정부의 설익은 규제들이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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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6-21 13:47:28
세계의 현상(파리 기후 협정)을 보라. 자동차(내연기관)부터 비닐봉지까지 규제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어기는 국가는 앞으로 세계에서 왕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취지를 먼저 설명해야지, 이렇게 단독으로 쓰는 게 맞는가. 한국경제는 지나치게 이슈를 부풀렸고, 환경부는 꼼꼼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