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경제부 간부와 한 대기업 상무의 술자리가 뒤늦게 구설에 올랐다.

자리 자체를 문제 삼는 건 아니었다. 대기업 상무가 말없이 먼저 자리를 떠나자 MBN 간부가 문제를 제기했고, 그러자 대기업 홍보팀 직원이 이 소식을 상무에게 알려 귀가하던 상무가 다시 자리로 돌아와 MBN 간부에게 인사하고 갔다는 이야기가 보도국 내에 알려지자 우려가 나온 것이다.

MBN 경제부(부장과 기자 3명)와 대기업 상무와 홍보부장, 홍보부 소속 직원 2명 등 총 8명은 지난달 29일 서울에 있는 한 식당에서 만나 저녁 자리를 가졌다.

▲MBN 로고.
▲MBN 로고.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던 중 대기업 A상무는 다음날 주말 일정 때문에 먼저 자리를 떴다. 복수의 취재원 말을 종합하면 이 상무는 갑자기 인사하고 자리를 뜨면 분위기가 깨질 것으로 판단, 인사 없이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A 상무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 B MBN 경제부장. 취재를 종합하면 B 부장은 A 상무가 없는 상황을 문제 삼았다. B 부장은 ‘인사도 없이 먼저 일어서는 게 말이 되냐’며 기업 홍보팀 직원들에게 항의했고, 직원들은 상무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귀가하던 상무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MBN 간부에게 인사를 하고 갔다고 한다.

당사자들은 문제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해당 기업 홍보부장은 18일 미디어오늘에 “B 부장이 전화해서 오라고 하진 않았다. 상무님이 스스로 판단해 다시 돌아오신 것이다. 출발하고 나서 5분도 지나지 않아 상무님이 다시 돌아오셨다”고 말했다. A 상무는 18일 “문제될 것이 없었다”고만 했다. 

MBN의 B 부장은 19일 미디어오늘에 “저는 예의 문제를 이야기한 것이다. 그 자리에서 저는 MBN을 대표했고 기업 측 대표는 A 상무였다. 혼자 갔다는 말에 어떻게 혼자 가실 수 있냐고 말했다. 그러자 아마 기업 홍보팀 직원 중 누군가 연락해서 상무가 다시 오신 것 같다. 저는 예의 문제를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MBN 내에선 한두 차례 입말이 돈 상황. B 부장 해명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MBN의 한 기자는 “언론사 부장이 귀가 중인 기업 상무를 돌아오게 할 만큼 대단한가. 언론사 부장 비위까지 맞춰줘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자는 “언론사 내부에선 별일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일반의 시각에서 보면 언론사 갑질로 여겨질 수 있다. 돌아온 상무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과 언론의 상하 관계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써 부적절했다는 지적들이다.

한편 전국언론노조 MBN지부(MBN노조)는 지난 17일 MBN 경제부와 대기업 사이에 있었던 일과 관련 내부 구성원으로부터 민원 제기를 받았다. 자사 부장 행동은 분명 문제였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 

이 같은 목소리를 대변한 MBN노조는 지난 18일 보도 책임자인 MBN 보도국장을 만나 내부 민원을 전달하고, 진상 규명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 수정 : 22일 오전 12시 20분] 

미디어오늘은 한 언론사와 대기업이 만나는 자리에서 벌어진 불미스런 일을 보도했습니다. 미디어오늘 보도 취지는 언론사 간부의 행위가 해당 언론사 내부에서 ‘갑질’에 해당될 수 있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올 만큼 부적절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도 이후 대기업 임원은 미디어오늘 기사 취지와 달리 기업명과 직위가 공개돼 자신이 특정되면서 피해자가 오히려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해왔습니다. 이에 미디어오늘은 개인 피해를 막기 위해 공개했던 기업명을 비공개 조치하기로 했습니다. 독자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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