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제 MBC 사장이 19일 부산에서 열린 ‘2020 한국방송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 특별연설에서 “MBC는 과거에도 현재도 앞으로도 공영방송”이라고 강조하며 “MBC가 공영방송 철학을 실천하는 데 있어 거버넌스는 매우 중요하다”며 거버넌스 개혁을 위해 1998년 방송개혁위원회를 모델로 한 미디어혁신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제 사장은 “공영방송 MBC의 거버넌스와 재원 구조 불균형 등 현행 법·제도적 모순이 적지 않다”며 향후 “공영방송의 법적 지위와 공적책무를 명확히 해야 하며 공영방송 독립성 구현과 시청자 참여 확대를 위해 거버넌스를 개혁해야 하고 미디어 공공성과 공정한 경쟁 환경 구축을 위해 재원 구조를 재설계하고 관련 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제 사장은 “2016년 JTBC와 JTBC 메인 앵커였던 손석희 사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특종과 심층 보도로 정치 권력에 의해 망가져 버린 공영방송의 역할을 대신했다. (손석희와 JTBC는) 권력 감시와 민주주의를 위한 언론 본연의 역할, 그리고 막강한 힘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평가한 뒤 “주목하고 싶은 것은, JTBC 손석희 앵커가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저널리스트로 성장한 곳이 공영방송 MBC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비록 손석희 앵커는 정치 권력에 의해 공영방송 MBC를 떠날 수밖에 없었지만, MBC가 우리 사회의 방송과 언론현장에서 활약하는 수많은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해 배출해온 산실”이라며 “이 역시 공영방송 MBC가 우리 사회에 기여 해온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밝혔다. 

▲박성제 MBC 사장. ⓒ김도연 기자
▲박성제 MBC 사장. ⓒ김도연 기자

박 사장은 “(수년 전) MBC 종사자들은 시청자 국민 여러분들의 차가운 시선과 질책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청자 국민 여러분은 이후 ‘MBC·KBS 정상화 시민행동’ 등을 통해 양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거버넌스 개혁,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힘을 모아주셨다”며 “앞으로 공영방송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언론자유 침해라는 과거의 질곡이 반복되지 않아야 하며 이를 위해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과정에서 시청자 시민이 함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거버넌스가 개혁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미디어 환경과 시장변화에 적응하고 막대한 자본의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수립과 실천에 나서야 할 중요한 시기에 우리는 공영방송 독립과 언론자유 회복을 위한 싸움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며 “여러분들의 응원과 지지, 연대와 협력으로 공영방송 MBC가 다시 돌아올 수 있었지만 크게 변한 방송 언론현장은 녹록치 않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거대 미디어 자본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동안 국내 미디어, 특히 지상파는 총체적 난국 상황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글로벌 사업자들은 어떤 규제도 받지 않으면서 콘텐츠 광고에서 수조 원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넷플릭스·구글 고용은 두 회사 합쳐 500여명밖에 되지 않는다. 고용 창출도 없고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MBC는 겸손한 자신감을 잃지 않고 미디어산업의 진흥을 넘어 미디어 공공성을 재건하고, 지속가능한 공영방송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속가능성을 위한 공적 재원 마련의 필요성을 당부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MBC는 종편의 등장, CJENM의 성장, 그리고 유튜브·넷플릭스 등 글로벌OTT의 강세로 지상파3사 독과점체제 해체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독과점체제 당시 설계된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체제에 대한 해체, 지상파 비대칭규제 철폐, 수신료 인상 등 공적 재원 확대 등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MBC.
▲MBC.

박성제 사장은 “범사회적 논의기구로 가칭 미디어혁신위원회가 하루 빨리 설치되기를 희망한다. 모델은 1998년 한시적 대통령기구로 출범했던 방송개혁위원회”라고 말하며 “2000년 통합방송법 이후 20년간 현행 법과 제도는 미디어 시장과 환경, 사회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으며 미디어 공공성과 공정한 경쟁 구현의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사장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국민에게 필요한 공적 정보를 취재하고 전달하기 위해선 많은 예산과 인력이 필요한데, 선정주의적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며 “수신료나 방송통신발전기금 등을 바로 주면 좋겠지만 그것이 주요한 해결책이라기 보다는 광고집행이나 영업방식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앞서 박성제 사장은 지난달 7일 한국방송학회 웹 콜로키움에서 “공영방송 MBC도 수신료 등 공적 재원을 통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MBC 사장이 대외적으로 수신료를 요구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었다. 박성제 MBC 사장의 최근 행보는 20년 된 방송법과 39년째 그대로인 2500원 수신료 등 방송산업 전반을 둘러싼 본격적인 ‘새판짜기’를 주도하려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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