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채널A·검찰 유착 의혹을 검찰이 셀프 수사한다’는 지적에 “저로서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수사 결과를 보고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추 장관은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이렇게 답했다. 국회 보이콧 중인 미래통합당은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채널A 사건은 대검 감찰부에서 감찰하다 대검 인권부로 넘어갔고 이후에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수사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채널A 사건에 대한 의구심이 날로 높아지는데 결국 다시 ‘셀프 수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사건 발생 몇 개월이 지나서야 관련 검사의 통화목록을 압수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검찰을 감독해야 할 법무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추 장관은 “법무부는 보도 직후 4월2일자로 대검 감찰부에 공문을 보내서 진상확인을 지시했다. 아마도 그 사이에 검찰총장은 MBC와 채널A 측이 가진 녹취록 전체를 보고 위법 여부를 판단한 뒤에 감찰 여부를 판단하자는 입장을 낸 걸로 안다”고 전한 뒤 “관련 녹취록을 보고 판단하겠다면서 감찰 여부는 그때 가서 결정해야 한다는 이유로 감찰을 중단시킨 것은 저로서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검 스스로 감찰을 이끄는 감찰부장을 외부인사로 영입해서 잘한 것이라 명분을 삼고 회피함으로써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관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시정하는 조치를 밟겠다”고 답했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채널A와 검찰 유착 의혹은 지난 3월 MBC 보도로 알려졌다. 채널A 이동재 기자가 이철 전 신라젠 대주주 측 지인에게 협박성 취재를 했고 그 배경에 일부 검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4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해당 기자와 검사를 고발했다.

박범계 의원은 검언유착 관련 당사자가 한동훈 검사장이 맞느냐며 추 장관의 직접적인 답변을 끌어내려 했다. 추 장관은 “제가 확인을 해드리는 것보다는 의원님께서 그냥 말씀하시는 것이 편할 것 같다”며 말을 아끼다 “제가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채널A가 작성한 자체 조사 보고서에 이동재 기자가 후배 기자와 통화한 녹취록이 공개돼 있다. 한동훈 검사장이 ‘아무개 만나보라’고 기자에게 얘기했고 그 아무개는 다른 검사다. ‘(한 검사장이) 내가 손을 써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이 기자가 얘기했다”며 “녹취록이 맞다면 (한 검사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거나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 사람이 수사 일선에 영향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감찰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냐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관련 고발 사건을 열심히 수사하고 있다. 의원님들과 같은 우려는 없을 걸로 생각된다”며 “언론 보도처럼 휴대전화 압수수색도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됐고 그 결과에 따라서는 또 다른 조치의 필요성이 있다면 취할 수 있을 것”이라 답했다.

일부 의원들은 추 장관의 검찰 개혁 의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소병철 의원은 추 장관에게 “검사들에 대해서 굉장한 신뢰를 하고 계시나”라고 물었다. 추 장관이 “그렇다”고 답하자 “그런데도 검찰개혁이 안 된다”며 “장관으로서 검찰 통솔하는 두 가지 요체가 인사와 감찰이다. 감찰의 요체는 독립성과 투명성 아닌가. 감찰부서 실무자들이 하고 싶을 때 하고 간섭 안 받는 게 감찰의 독립 아닌가. 지금 일어나는 일이 가관”이라 말했다.

▲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추 장관이 “저도 (검찰의 잘못된 행태를) 옹호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으나 소 의원은 “비춰진 것이 그렇다” “주저하는 걸로 비춰진다”고 연신 추 장관을 꼬집었다. 소 의원이 “검찰총장과 감찰부장들이 서로 싸우고 있다. 감찰 독립 지키라고 말씀하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자 추 의원은 “어제도 장관의 지시 공문이 내려갔다”고 답했다. 소 의원은 질의 말미에도 추 장관에게 “눈치 보지 않는다는 걸 보여달라”고 말했고 추 장관 역시 “눈치보지 않고 있다”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송기헌 의원은 “장관 같은 분들도 검사들과 일하다 보면 검사들에게 순치되어가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얘기인가”라는 말로 질의를 시작했다. 송 의원은 “한동훈 검사장 핸드폰 압수한 게 어제다. 가장 핵심적인 게 한동훈과 이동재 기자의 핸드폰 아닌가. 가장 핵심적인 증거를 두달 반 지나서 압수했는데 장관님은 압수수색이 이뤄졌기 때문에 사실이 밝혀질 거라 기대한다고 했다. 장관님이 (임명되지 않았던) 5개월 전이라면 절대 그렇게 대답 안 했을 거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은 송 의원의 발언에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며 “압수수색이 빨랐다고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조치도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조치 전의 단계가 진행되고 있으니 지켜보겠다고 말씀드린 것이다. 수사 속도가 바람직한가, 수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랑은 별개의 문제”라며 “질문을 통해서 업무의 진정성을 폄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려고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후로도 송 의원이 “검사들이 훌륭하긴 한데”라며 의구심을 보이자 추 장관은 “의원님도 검사였고 소병철 의원도 검사였다. 오늘의 검찰개혁에 다 책임이 있으시다”고 다소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