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저널리즘 책무실이 지면을 통해 삼성과 한겨레의 관계에 입을 열었다. 

이봉현 저널리즘 책무실장은 17일 한겨레 오피니언면 ‘말거는 한겨레’ 코너에서 “최대 광고주 삼성과의 올바른 관계 설정은 한겨레에도 늘 힘든 도전”이라면서도 삼성 비리 특종 이후 수년간 광고 중단에 시달린 사실을 들며 “한겨레가 삼성의 ‘가방셔틀’을 했다면 지난 12년 중 6년 가까이 이런 일이 일어났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KBS가 ‘저널리즘토크쇼 J’ 에피소드 일부를 유튜브 등에 공개한 영상을 언급하면서다.

언론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 J’는 지난 14일 본방송에 앞서 삼성의 ‘언론 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단적 사례로 한겨레에서 삼성으로 이직한 박효상 삼성전자 상무를 들었다. 박 상무는 지난 2017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영장 기각 후 구치소를 나설 때 이 부회장의 종이가방을 받아드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입길에 올랐다.

이봉현 저널리즘 책무실장은 칼럼에서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언론 윤리와 취재보도의 원칙이 희미해지는 한국 언론의 현실”을 언급하며 “이런 속에서 언론이 자본에 독립적인 기사를 쓰기는 갈수록 어려워진다. 특히 최대 광고주 삼성과의 올바른 관계 설정은 한겨레에도 늘 힘든 도전”이라고 했다.

▲지난 12일 공개된 KBS ‘저널리즘토크쇼 J’ 홍보용 영상 갈무리.
▲지난 12일 공개된 KBS ‘저널리즘토크쇼 J’ 홍보용 영상 갈무리.

이 실장은 이어 ‘저널리즘 J’의 방송 장면을 언급하며 “(박 상무가) 비판적인 언론사 기자마저 홍보맨으로 영입하는 삼성의 ‘치밀한 언론관리’ 사례라며, 지난 2017년 1월 영장이 기각돼 이 부회장이 풀려날 때 구치소 앞에서 해당 홍보임원이 가방을 받아드는 화면을 반복해서 보여줬다”고 했다. 그는 “화면이 보여주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자극적 장면이 감추어 버리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는 것을 저널리즘비평 프로그램이라면 고려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 실장은 최근까지 한겨레가 삼성의 비리를 보도할 때마다 수년간 삼성이 대폭 줄이거나 끊어 경영 위기에 시달린 현실을 강조했다. “2016년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보도를 주도한 뒤 한겨레는 3년 가까이 삼성 광고가 대폭 삭감되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2007년 말 김용철 변호사가 이건희 회장 일가 비자금을 폭로한 내용을 한겨레가 특종 보도했을 때도 약 3년간 삼성이 광고를 끊거나 줄여 직원들이 무급휴직을 하며 버텨냈다. 이 방송이 암시한 것처럼 삼성의 ‘치밀한 관리’가 통했고, 한겨레가 삼성의 ‘가방 셔틀’을 했다면 지난 12년 중 6년 가까이 이런 일이 일어났겠는가?”

▲17일 한겨레 오피니언면 ‘말하는 한겨레’ 칼럼
▲17일 한겨레 오피니언면 ‘말하는 한겨레’ 칼럼

이 실장은 언론사 수익이 광고와 협찬에 의존하는 현실을 벗어나려면 새로운 수익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구독 기반 모델이다. 이 실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유료구독자가 지난해 말 23만명에서 지난 5월 30만명으로 늘어난 프랑스의 ‘르몽드’, 구독자가 배로 증가한 독일 주간지 ‘슈피겔’, 100만명의 후원자를 확보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언급했다. 이 실장은 “한국은 걸음마 단계이다.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언론에 대한 낮은 신뢰, 뉴스는 무료라는 뿌리 깊은 인식 등 걸림돌이 많다”며 “하지만 멀어도 꼭 가야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말거는 한겨레’는 최근 한겨레에 신설된 저널리즘책무실의 이봉현 실장이 격주로 내는 칼럼 코너다. 자사 콘텐츠를 취재보도준칙과 저널리즘 원칙에 비춰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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