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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시집보낼 때 남자가 한화 팬이면 무조건 허락” 해주라니요?
“딸 시집보낼 때 남자가 한화 팬이면 무조건 허락” 해주라니요?
[ 민언련 종편 일일모니터 ]

종편의 문제발언 중 핵심을 뽑아 알려드리는 ‘종편 뭐하니?’입니다. 6월15일 종편에서는 최근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북한 옥류관 주방장만 놓고 13분씩이나 대담을 하거나, 진행자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을 유포하려다 출연자에게 제지당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펼쳐졌어요. 종편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대착오적인 농담도 빠지지 않았고요. 

1. 남북관계보다 ‘옥류관 주방장’에 주목

6월13일 북한 옥류관 주방장인 오수봉 씨가 북한 대외선전 매체 ‘조선의 오늘’에서 남측을 향해 막말을 퍼부었는데요.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월15일)에서는 ‘오수봉 씨가 냉면을 만드는 사람이 맞는가’에 주목했어요. 김미선 정치부 기자는 오수봉 씨가 ‘구이로에 처넣고 심정’이라고 했는데, ‘구이로라고 하는 것은 화로를 의미’하기 때문에 “냉면이 아니고 구이 요리를 하는 사람으로 추정되는 표현”이라고 말했어요. 김미선 씨 말에 옆에 있던 출연자들조차 웃음을 참지 못했죠. 

진행자 윤정호 씨는 ‘오수봉 씨가 옥류관에서 냉면을 만들지도 않은 사람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어요. 이에 김미선 씨는 직접 찾아본 결과, 오수봉 씨는 ‘옥류관 요리 전문식당’에서 일하는 ‘자라 전문 요리사’로 보인다고 답하기까지 했는데요. 오수봉 씨가 “다른 자라 전문가 1명과 함께 일하는 모습이 소개”됐으니 ‘자라 전문 요리사’라는 거예요. 김미선 씨는 오수봉 씨 나이가 ‘40대쯤으로 추정’된다는 깨알 정보도 놓치지 않았어요. 

남북관계의 긴장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수봉 씨의 막말이 나오자 대다수 언론은 북한의 비난 배경과 현재 상황, 남북경색 국면을 타개할 방법 등에 주목했어요. 그러나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의 관심은 오수봉 씨에게 있었고, 오수봉에 관한 이야기를 무려 13분이나 계속했던 거예요. 참 씁쓸하네요.

→ TV조선 <이것이 정치다>(6월15일) https://muz.so/abTy 

▲ 지난 6월15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 지난 6월15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2. 트럼프 건강이상설 유포하려다 제지당한 MBN 진행자

MBN <아침&매일경제>(6월15일) 진행자 이상훈 씨는 트럼프 건강이상설을 소개했어요.  미국 대통령의 건강이 이상하다면 세계가 주목할 만한 일이죠. 그렇기에 매우 신중하게 보도를 해야 할 텐데요. 과연 이상훈 씨는 신중했을까요? 

“지금 보면은 저게 육사 졸업식인데 저거 보세요. 한 손으로 손이 안 올라갑니다. 받쳤죠. 좀 이상합니다. 뭔가 손이 자유롭지 않다는 것. 그리고 걸음걸이 보세요. 옆에 있는 군 장성은 잘 걸어가요. 그런데 어색하죠? 가까스로 내려왔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이 화면에는 안 나왔지만 계단에 가기 전에 난간을 꽉 잡는 모습도 있었어요, 계속 난간에 의지하면서”라고 트럼프의 육사 연설 영상을 보며 중계하듯 말한 이상훈 씨는 출연자에게 물었어요. “이상한 건가요? 이상하지 않은 걸 너무 이상하게 본 건가요? 뭡니까?”라고 말이죠. 출연자 윤경호 논설위원은 이 영상만 놓고 건강이상설을 제기하는 건 과하고 “주목할 만한 가치가 많지 않다”고 일축했어요. 

윤경호 씨의 일축에도 이상훈 씨는 호기심을 멈추지 못했어요. “이 내용과 영상하고 같이 보니까 더 이상하게 보이기는 했어요”라며 “육사 졸업식이면 굉장히 어떻게 보면 대통령 입장에서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갈 거 아니에요. 군 그리고 앞으로 장교가 될 인물들에 대해서 뭔가 자신감도 주고 본인의 어떤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 생각지도 않게 이런 모습이 나타났어요. 이게 아까 똑같은 질문이에요. 이상해 보입니까? 아니면 이상하다고 하는 게 이상한 겁니까?”라고 또 물었죠. 하지만 조대원 정치평론가 역시 “이런 부분들에 우리가 일희일비할 건 없다”면서 이 씨가 원하는 답을 주지 않았어요.   

출연자들이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할 때 제지해야 할 진행자가 오히려 출연자에게 제지당한 거예요. 누군가의 영상 속 모습에서 특이점을 발견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이는 취재의 시작점이지 그 자체가 뉴스가 되어서는 안 돼요. 

→ MBN <아침&매일경제>(6월15일) https://muz.so/abT2

▲ 지난 6월15일 MBN ‘아침&매일경제’
▲ 지난 6월15일 MBN ‘아침&매일경제’

3. ‘성차별’ 농담, 더는 웃기지 않아요

TV조선 <신통방통>(6월15일)은 그야말로 시대착오적 발언의 향연이었어요. 진행자와 출연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의 소식에서 한 번, 한화 이글스의 승리 소식을 전하면서 또 한 번 성별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말을 했어요.

진행자 윤태윤 씨는 멜라니아 여사가 트럼프에게 제시한 협상 방법을 소개하며 “멜라니아 여사가 트럼프 대통령 머리 위에 있다고 합니다. 보통의 아내들은 남편의 머리 위에 있기 마련입니다만”이라고 말했어요.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아주 진부한 성별 고정관념이죠. 출연자 장예찬 시사평론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내밀자 멜라니아 여사가 손을 쳐버린 한 행사화면을 보면서 “전 세계가 다 보는 자리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굉장히 민망했는지 넥타이를 만지는 모습이 같은 남자로서 안쓰럽긴 한데요”라고 말했어요. 역시 ‘아내는 남편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배어 있는 말이죠.

한화 이글스가 17연패 끝에 첫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장예찬 씨는 “그래서 인터넷에 이런 말이 있어요. 이제 딸 시집보낼 때 남자가 한화 팬이면 무조건 허락해줘라. 절대 한 눈 안 판다. 이런 말이 있을 정도로 한화 팬들의 팬심이 대단한데”라고 말했어요. 윤태윤 씨는 “이 정도로 한화 팬이면 곱게 키운 딸도 쉽게 내줄 정도로 굉장히 인내심이 좋다라는 이런 지적이 나오는데”라며 한 술 더 떴죠. 한화 이글스 팬들의 인내심을 설명하고 싶었던 취지는 알겠지만, 더 이상 그런 발언이 농담으로 인식되지 않는 시대가 됐죠. 사람은 누군가가 내어줘야 하는 대상이 아니에요. 여성이라는 이유로 진부한 고정관념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되겠죠. 게다가 아내는 남편을 돌보라고만 있는 사람이 아니랍니다. 방송하는 사람이라면 농담도 시대 흐름을 반영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겠죠? 

→ TV조선 <신통방통>(6월15일) https://muz.so/abT4

▲ 지난 6월15일 TV조선 ‘신통방통’
▲ 지난 6월15일 TV조선 ‘신통방통’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6월15일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 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뉴스A 라이브>,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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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2020-06-18 09:44:43
진짜 아직 무슨 1970년대인줄.

바람 2020-06-17 19:14:13
혐오/차별 금지법이 입법되지 않으면, 이 현상은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