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하면서 17일 모든 주요 일간지 아침 신문은 1면 머리기사와 사설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대부분 신문들은 진보 보수 성향 할 것 없이 연락사무소 폭파를 남북화해의 상징 파괴로 봤다. 또 북한이 최근 밝힌 대남 적대선언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가 이번 폭파 후속조치로 남북 합의로 비무장된 지역에 군대 투입 가능성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 1면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 1면

 

아래는 17일 주요 일간지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와 폭파 관련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1면 머리기사] 남북 화해의 상징이 무너졌다

[사설]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한 북, 긴장 조성 행위 즉각 멈추라

국민일보

[1면 머리기사] 北, 연락사무소 전격 폭파… 남북화해 상징 무너졌다

[사설] 북, 무력시위로 긴장 고조… 정부는 비상대비 태세 갖춰야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 北, 남북화해 상징 폭파시켰다

[사설]남북관계 최소 선의마저 짓밟은 北의 연락사무소 폭파 만행

서울신문

[1면 머리기사] 北, 경고 사흘 만에…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사설] 남북연락사무소 폭파한 北,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나

세계일보

[1면 머리기사] 경고 사흘 만에…北,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사설] “협력사업 찾자” 文 제안에 연락사무소 폭파로 답한 北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 文정부 남북화해 상징이 폭파당했다

[사설] 北 도발 시리즈는 '힘들다'는 것, 제재 지키면 북핵 폐기 열린다

중앙일보

[1면 머리기사] 김정은, 판문점 선언을 폭파했다

[사설] ‘남북 관계 개선’의 상징 폭파한 북한…추가 도발 철저 대비를

한겨레

[1면 머리기사] 북,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청와대 “평화 기대 저버려”

[사설] ‘합의·신뢰’ 무너뜨린 북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한국일보

北, 연락사무소 폭파… 판문점선언 잿더미 됐다

[사설] 北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남북관계 개선 노력 짓밟은 폭거다

 

▲한겨레 1면
▲한겨레 1면

 

아침 신문들은 북한이 건립과 개·보수에 남한 세금 178억원이 들어간 연락사무소를 폐쇄 등의 조치가 아닌 폭파라는 초강경 조치를 택한 건 비무장 합의 지역 군대 파견도 행동으로 보여주겠단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했다. 북한이 예고한 군대 파견 비무장 지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지역으로 예상된다. 경향신문은 개성공단 지역 군대 재배치 가능성을 두고 “남북관계의 결정적인 퇴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2003년 12월 개성공단 착공 전까지 이 지역에 북한 전차와 자주포, 방사포로 무장한 사단과 포병여단이 주둔했고, 금강산 지역도 관광특구가 되기 전 잠수정과 전차, 방사포 기지가 있었다. 경향은 “개성과 금강산 지역에서 군대를 빼내 평화지대로 만드는 과정에서 북한 군부가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개성공단·금강산 지역이 다시 요새화하면 완충지대가 사라져 전방 지역 긴장 고조는 불 보듯 뻔하다. 남북 협력의 상징인 개성과 금강산을 첨예한 군사 대결의 장으로 되돌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 의도는?

문제는 북한이 왜 이렇게 폭력을 동반한 초강경 대응 노선을 선택했느냐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대북 제재에 코로나19 창궐까지 겹치면서 전에 없는 경제난 봉착을 한 원인으로 봤다. 또 북·미 하노이 핵 담판 실패 후 높아진 내부 불만에 대한 단속 강화 필요성, 대선을 앞둔 트럼프 미 대통령을 움직이려는 ‘벼랑 끝 전술’ 등의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도 일단 코로나19로 인한 북한 내부 위기 가중을 꼽았다. 동아일보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속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의 지원마저 끊기자 자해 수준의 도발로 미국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김정은 정권이 처한 총체적 난국의 유일한 탈출구는 비핵화 이행이지만 이를 외면하니 도발 이외엔 의지할 수단이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대북제재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김정은은 살기 위해 도발하는 것”이라며 “이번 도발도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뒤에 ‘극적’ 타결을 노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해묵은 ‘벼랑 끝 전술’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최종 목표는 대북 제재 해제에 두고 일부러 위기감을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역으로 대북 제재 효과가 마침내 제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위기 돌파를 위해 도발 시리즈로 상황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뒤 문재인·트럼프에게 ‘극적 반전’을 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겨레는 “북한은 남쪽을 압박해 판세를 바꾸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한반도 냉전 구도를 조금씩 녹이면서 남북이 평화와 번영을 향해 전진해왔던 성과를 허무는 게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날 무너진 것은 연락사무소 건물만이 아니다. 북한 당국의 신뢰도 크게 훼손돼, 애써 북한의 처지를 이해하려고 했던 국내 여론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 강경 대북제재 유지 주문

진보 보수 성향 신문 모두 북한의 군사적 행동엔 모두 회의적이면서도 북한에 대한 주문의 결은 약간 달랐다. 특히 보수 성향 신문은 북한의 비핵화만이 유일한 해법임을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북한의 모험적 행동은 한·미 양국의 운신을 더 어렵게 할 뿐이다. 북한은 추가 행동을 멈춰야 한다”며 정부에 대북 감시·대비 태세를 강화 주문과 동시에 북한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는 모든 방안 도출도 주문했다.

동아일보는 “이제라도 비핵화에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인다면 남한은 물론 미국도 언제든 손을 내밀 것”이라며 “무력도발의 끝은 더더욱 극심한 고립과 자멸로 이어질 체제 위기뿐임을 김정은은 명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선일보도 북한의 비핵화만이 답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선일보는 “북한은 핵무기만 포기하면 제재가 풀리고 마음껏 숨을 쉴 수 있다”며 “앞으로도 북의 발버둥이 계속될 것이다. 한·미가 흔들리지 않으면 사실상 처음으로 북핵 폐기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강경 대북 제재 유지를 주문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말은 하지 않지만 이미 북핵 폐기는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악재가 쌓이고 있는 트럼프 역시 2년 전 싱가포르와 같은 거짓 쇼 유혹을 느낄 수 있다”며 “북핵의 최대 피해자인 우리 국민이 눈을 부릅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침 신문 중 유일하게 1면 머리기사 제목에서 청와대 입장을 함께 담은 한겨레는 사설에서도 청와대 입장에 힘을 실었다. 한겨레는 “북한이 9·19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하면 통제 불능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은 이를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남북 당국은 역사에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대화를 통한 돌파구 마련에 최선을 다할 때”라고 촉구했다.

코로나19 경제위기, 금산분리 니가 왜 거기서 나와?

17일자 남북관계 파탄 기사 사이에서 경향신문은 거대 여당과 정부가 코로나19 경기침체 극복 방안 중 하나인 벤처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금산분리 완화라는 독사과를 베어 물려는 상황을 다뤘다.

삼성 같은 산업자본이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을 소유하지 못하게 한 금산분리 정책은 재벌그룹의 은행 소유에 따른 경제력 집중현상을 막기 위한 정책이다. 이런 금산분리 원칙이 현재 민주당이 주축이 돼 예외 인정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17일자 1면 “대기업 지주사 벤처캐피털, 총수 일가 지분 보유 막는다” 기사에서 “정부가 ‘금산분리 완화’ 논란을 빚고 있는 대기업 일반지주회사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소유를 허용하되, 총수 일가는 계열 CVC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금산분리 예외 조항을 만들면서도 재벌 대기업 특혜 우려를 벗어나기 위해 총수 일가에 대한 규제를 마련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온라인에서 ‘단독’을 붙여 “대기업 지주사 벤처캐피털 허용…총수일가 지분 보유는 금지”로 나갔다. 경향신문은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 지주회사가 금융사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총수 일가의 지분 취득을 막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CVC가 총수 일가의 ‘사금고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 “총수 일가가 지분을 가진 벤처회사에 대한 계열 CVC의 투자 역시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CVC 허용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시민사회의 반발에 따라 정부가 보완에 나선 것이다. 현행 규제로는 CVC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를 막기 어렵다”고 우려를 전했다.

▲경향신문 5면
▲경향신문 5면

경향신문은 아예 5면 전체를 털어 벤처 육성 CVC의 금산분리 무력화 문제와 대기업 집중 가속 우려 등의 부작용을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짚었다. 이 신문이 짚은 부작용은 재벌들의 지배구조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타날 △재벌 CVC, 총수 일가 투자 제약 없인 지배권 승계 악용 우려 △금산분리 ‘예외 인정’ 뒤 재계 추가 완화 요구 가능성 △ 조항 자체 유명무실화 가능성 등이다.

경향신문은 “총수 일가가 지분을 가진 벤처회사에 대한 계열 CVC의 투자를 금지하는 규제방안 없이 CVC가 도입될 경우 총수 일가의 ‘지배권 승계’에 악용될 것이란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비상장회사를 통해 일감을 몰아주고 이를 토대로 만든 종잣돈으로 경영권 승계를 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CVC라는 다른 ‘통로’까지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서 나온 전문가 의견은 새겨들을 만하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조금씩 예외를 만들면서 조항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며 “과거 재벌들이 규제를 무력화시킬 때 썼던 수법으로 지주회사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국내 상황에서) 금산분리 원칙 완화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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