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KBS는 ‘만삭의 위안부’ 영상을 단독 발굴했다. 1944년 9월 일본군 진지가 함락되는 날 중국 윈난성 쑹산에서 미‧중 연합군에 의해 발견된 위안부 피해자가 ‘만세’를 외치는 영상이었다. KBS가 1990년부터 ‘한국전쟁’ 등 근현대사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과거의 영상을 모아온 결실이었다. 18일 방송하는 KBS 1TV ‘다큐인사이트’의 ‘개그우먼’도 지난 30년 KBS의 개그 프로그램 자료들과 개그우먼 인터뷰를 버무려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1961년 개국 이래 KBS의 방대한 아카이브(archive, 소장품이나 자료를 디지털화해 관리하는 작업)는 영상 파일만 60만 시간 분량이다. 미디어오늘은 KBS에서 아카이브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성아 KBS 디지털미디어국 콘텐츠아카이브부 팀장을 16일 서면 인터뷰했다. 

KBS 콘텐츠아카이브부(이하 아카이브부)의 이전 명칭은 ‘자료실’이었다. 1976년 편성국에 ‘자료부’가 설치되면서 본격적으로 수집됐다. 1973년에는 음악 자료실이 설치됐다. 이외에도 비디오아카이브, 오디오아카이브, 도서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KBS 수원센터에서 보관중인 테이프 사진. 사진 제공=KBS.
▲KBS 수원센터에서 보관중인 테이프 사진. 사진 제공=KBS 콘텐츠아카이브부.

2018년부터는 아카이브 자료를 활용해 유튜브 채널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미디 채널 ‘크큭티비’와 가요채널 ‘Again가요톱10’이 있다. 김성아 팀장은 “당시 마침 ‘뉴트로’(새로움을 뜻하는New와 복고를 뜻하는 Retro를 합친 신조어)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방대한 KBS아카이브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료창고에서 보물창고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온라인 탑골공원’이라고 불리며 유튜브에서 1990년대 히트 유행가들이 다시 인기를 얻은 것이 대표적이다. 김 팀장은 “Again가요톱10 채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십세기 힛트쏭’ 같은 프로그램은 아카이브 영상만으로 만든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아카이브 영상을 재미있게 구성하고 재해석한 프로그램이라 구독자들이 신선하게 느끼신 것 같다”고 밝혔다. 

▲KBS의 '가요톱10' 아카이브를 이용해 재가공한 영상을 제공하는 '어게인 가요톱10' 채널. 이 채널은 현재 구독자 16만명을 보유 중이다.
▲KBS의 '가요톱10' 아카이브를 이용해 재가공한 영상을 제공하는 유튜브 '어게인 가요톱10' 채널. 이 채널은 현재 구독자 16만명을 보유 중이다.

김 팀장은 1983년 방송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를 KBS 아카이브 힘을 보여준 사례로 꼽았다. 그는 “해당 방송 기록물은 30년이 지난 2015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며 “생방송을 녹화한 테이프 463개를 비롯한 자료들이 보존돼 있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관련 영상은 10대나 20대 시청 비율이 높은 편이다. 김 팀장은 “최근 SNS에서 오래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이산가족 영상에서 봤다는 글을 읽었다. 이산가족이었던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영상을 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놀랍고 신기하게도 헤어진 가족을 찾기 위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할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보게 됐다는 것”이라고 당시 감동의 순간을 전했다.

유튜브에서 최초 공개했던 KBS 드라마 ‘사랑의 굴레’(1989년 4월22일~1989년 10월8일 방영)의 경우 현재는 퇴직한 ‘사랑의 굴레’ 연출 염현섭 PD가 VHS테이프를 기증해 유튜브 채널 ‘옛날티비’에 공개했다. 당시 이 드라마는 배우 고두심이 “잘났어. 정말!”이라는 유행어로 화제였고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까지 거머쥐었을 정도로 인기였다. 김 팀장은 “평일 저녁 1편씩 공개해서 2달가량 서비스했는데, 실시간 채팅이나 댓글 등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유튜브에서 방송한 마지막회는 동시 시청자가 약 3500명 이상이었다”고 자사 콘텐츠에 자부심을 보였다. 

▲KBS 콘텐츠아카이브부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중 하나인 '옛날TV'.
▲KBS 콘텐츠아카이브부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중 하나인 '옛날TV'. 인기 드라마 '사랑의 굴레', '달빛가족' 등을 다시 방송했다. 

아카이브부는 ‘사랑의 굴레’처럼 예전 영상을 소장한 사람들을 직접 찾아 자료를 확보하기도 한다. “작년에 시청자 소장 영상 공모를 진행했다. 퇴직 선배님들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자료가 제법 있을 거란 얘기를 들었다. 사우회, 사내 직능단체 등에 집중적으로 홍보했고, 사우회 30주년 기념행사가 있던 때 팀원들이 다 같이 가서 사우회 행사 안내를 하며 직접 홍보물을 나눠드리기도 했다.” 

아카이브부가 소장하지 않은 영상을 유튜브에서 발견하면 유튜버에게 연락해 파일로 받는 일도 있었다. 그만큼 자료수집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 “이전부터 꾸준히 아카이브를 구축해왔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더 주목을 받는 듯하다. 영상 파일은 60만 시간 이상이다. 필름이 13만 롤, 테이프 24만 개 이상이고 라디오 파일은 71만 개 이상 구축돼 있다. 역사가 있는 만큼 한국 방송사 아카이브는 우리가 최대 규모 아닐까 한다.”

김 팀장은 아카이브 영상이 유튜브뿐 아니라 TV 프로그램 등으로도 많이 소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타 방송 사례지만 SBS의 아카이브 토크쇼인 ‘선미네 비디오가게’와 같은 TV 프로그램을 인상 깊게 봤다고 했다. 김 팀장은 인터뷰 말미에도 아카이브를 향한 열정을 강하게 드러냈다. 
 
“안타깝게도 1990년대 초기까지는 테이프 비용도 고가여서 방송 이후 재사용하기도 했고, 자료 보관에 대한 개념도 약했다. 그래서 90년대 이전 자료는 많지 않다. 혹시라도 아직 집에 옛날 KBS 방송을 녹화했던 테이프가 있다면 연락 바란다. 특히 쇼 오락드라마 같은 프로그램 녹화본은 더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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