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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람이 죽었다
또 사람이 죽었다
[ 민언련 신문방송 모니터 ] 청년 장애인 노동자 ‘김재순의 죽음’을 아시나요?

2018년 12월10일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 사망사고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의 사망사고는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5월22일에는 광주 하남산업단지관리공단의 조선우드 소속 노동자 김재순 씨가 파쇄기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김재순 노동자의 사망사고 보도를 분석하여 언론이 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사건을 어떻게 보도하였는지 살펴봤습니다.

노동자 김재순은 어떻게 스러졌나

6월4일 고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는 ‘고 김재순 산재사망 사고 진상조사 중간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 경위와 함께 문제점을 정리한 이번 보고서를 바탕으로 언론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지점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와 같았다

김재순 노동자가 일한 조선우드는 폐지, 폐목제 등을 다루는 폐기물 처리 업체입니다. 김재순 씨는 굴착기로 파쇄작업장을 정리하고, 수지 파쇄기를 가동하는 업무 등을 해왔습니다. 5월22일 오전 김재순 씨는 여느 때와 같이 수지 파쇄기를 시험가동하고 점검하던 중 폐기물이 걸린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걸려 있던 폐기물을 제거하기 위해 파쇄기에 올라갔고, 제거작업 중 미끄러져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사망했습니다.

사고 직후 회사측은 “사수가 없는 상태에서 시키지 않은 일을 하다가 당한 것”이라며 김재순 씨에게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진상조사위원회 조사결과와 달랐습니다. 사고가 일어나기 이틀 전 5월20일부터 사고 당일 22일까지 CCTV를 분석한 결과, 김재순 씨는 반복적으로 같은 업무를 해왔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CCTV에서는 김재순 씨가 20일에도, 21일에도 수지 파쇄기를 시험가동하고 점검하며 파쇄기에 걸린 폐기물을 제거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즉, 김재순 씨는 반복적으로 해당 업무를 해왔던 것입니다.

▲ 5월20일, 21일 CCTV 영상에서 포착된 김재순 노동자의 단독 작업 모습
▲ 5월20일, 21일 CCTV 영상에서 포착된 김재순 노동자의 단독 작업 모습

CCTV에서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준수해야 할 2인 1조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김재순 씨가 중증 지적장애인이었음에도 고위험 작업을 단독으로 하도록 방치한 것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배치해야 할 관리감독자 역시 없었습니다.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습니다. 사고발생 즉시 파쇄기 가동을 멈출 수 있는 비상정지 리모컨은 조사위원회가 현장을 방문했지만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노동자 안전을 위한 파쇄기 투입구 덮개도 존재하지 않았고, 추락과 넘어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비계형 작업 발판도 없었습니다.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는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와 매우 유사합니다. 김용균 씨에게도 사고 발생시 컨베이어 벨트를 멈춰줄 동료 노동자는 없었고, 최소한 안전을 보장해줄 덮개 등 안전장치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2020년 5월 김재순 노동자의 사망사고는 2018년 12월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사고에도 우리 사회가 노동자의 안전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현실을 보여줬습니다.

6년 전에 이미 막을 수 있던 사고였다

진상조사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김재순 씨가 일했던 조선우드에서 이미 한 차례 파쇄기 끼임 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입니다. 2014년 조선우드에서는 컨베이어벨트 주변에 떨어진 폐목재를 정리하던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의 회전 관련 부품에 옷이 감겨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때도 사고위험이 있는 부품에 덮개는 존재하지 않았고, 가까운 거리에 비상정지 스위치도 없었습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해당 부품에 덮개 등을 설치하고 비상정지 장치를 추가 설치하는 등 개선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조치도 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했습니다. 진상조사보고서는 “2014년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덮개, 울 등을 설치하지 않은 부분이 상당수 발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사위원회 표현처럼 “고용노동부가 2014년 사고 직후 사고지점만 확인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부분”입니다.

사망사고가 일어난 사업장이라면 고용노동부가 더 철저한 관리, 감독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조선우드가 법에 명시된 최소한 조치조차 지키지 않았음에도 고용노동부는 이를 방치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안전보건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조선우드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을 했다면 김재순 노동자의 사망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폐기물 처리 업체의 구조적 문제 들여다봐야

진상조사보고서는 결론에서 구조적 문제로 검토할 사항을 정리했습니다. 그 중에는 폐기물 처리 업체 대부분이 영세하고, 이로 인해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이 어렵다는 분석이 등장합니다. 보고서가 인용한 2018년도 폐기물 재활용실적 및 업체 현황에 따르면 “종업원수 10인 이하의 업체 비율을 살펴보면 전체 재활용업체 가운데 4404개 업체로 그 비율이 73.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영세한 규모일수록 장비에 대한 시설투자가 어렵다고 보면 안전시설이나 방호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재순 씨가 일했던 조선우드 역시 “10인 내외 사업장으로 수지 파쇄기도 중고제품을 들어온 것이며, 목재 파쇄기 역시 컨베이어 장치에 문제가 있던” 사업장입니다. 진상조사보고서는 폐기물 처리 업체의 노동환경 전수조사와 함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재활용업체는 규모가 더 크고 파쇄기 등의 장비 역시 성능과 안전설비가 더 나은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영역 영세업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으로 보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근본대책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동시에 장애인 고용의 문제도 짚었습니다. 김재순 씨는 지적장애인이었지만 조선우드에서는 비장애인으로 취업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선 명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만, 김재순 씨가 2018년 2월부터 14개월간 근무하고 퇴사한 뒤 3개월 만에 재입사한 점을 두고 “장애인으로서 밖에서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을 것을 예상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현행법에서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큰 틀에서 이번 사고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법조항과 사회 편견이 만든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자 안전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필요하다

김재순 노동자 아버지는 6월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습니다. 김 씨는 “본인 역시 2002년 산재사고로 지체장애 3급 장애인”이라며 “못난 아비가 죽음을 대신했다면 재순이가 이번 사고를 안 겪지 않았을까. 돌이킬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심정을 밝혔습니다. 이어 “두 번 다시는 재순이처럼, 김용균처럼, 구의역 김군처럼 죽어가는 청년노동자가 없도록 해달라”며 “21대 국회에서 첫 번째 입법으로 대한민국 모든 노동자와 가족들이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도록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해주길 간곡히 간청드린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촉구했습니다.

김재순 노동자 아버지의 기자회견 이후 정의당은 6월11일 강은미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습니다. 이번 법안에는 “사업주가 유해‧위험 방지의무를 위반해 노동자를 사망케 할 경우 3년 이상 유기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상 10억 원 이하 벌금형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정의당은 “사람이 죽어도 사업주가 10년간 징역 및 금고형에 처한 비율은 0.56% 밖에 안되는 현실, 벌금을 내더라도 평균 450만 원에 불과한 현실”을 법안발의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정의당의 법안 발의는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시작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법안이 발의에 머무르지 않고 제정까지 도달해야 합니다. 이미 고 노회찬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같은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으나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해보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언론은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를 제대로 보도했나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는 언론이 보도해야 할 이슈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고 당일인 5월22일부터 정의당이 법안 발의를 한 6월11일까지 신문·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을 모니터한 결과 언론은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종편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 보도 전무했다

6개 주요 중앙일간지와 2개 경제지, 8개 방송사의 저녁종합뉴스 보도량을 확인한 결과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를 다룬 언론은 신문에서는 경향신문‧한겨레,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는 KBS‧MBC‧JTBC뿐이었습니다. 보도량에서도 경향신문‧한겨레가 2건, KBS‧MBC‧JTBC는 1건으로 매우 적었습니다. 중앙일보의 경우 지면보도 없이 온라인판에 1건의 보도를 냈습니다. 결국 기성 언론은 청년 장애인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를 외면한 것입니다.

▲ 지난 5월22일부터 6월11일까지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내용을 다룬 신문·방송 보도량, 신문은 지면보도 기준. 방송은 저녁종합뉴스 기준.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지난 5월22일부터 6월11일까지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내용을 다룬 신문·방송 보도량, 신문은 지면보도 기준. 방송은 저녁종합뉴스 기준.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종편3사(TV조선‧채널A‧MBN)의 8개 시사대담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신문,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는 그나마 일부 매체에서 관련 내용이 등장했지만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는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가 단 1초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 지난 5월22일부터 6월11일까지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날짜별 방송 시간(단위:분).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지난 5월22일부터 6월11일까지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날짜별 방송 시간(단위:분).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에 초점 맞춘 경향신문‧한겨레

신문에서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를 다뤘던 경향신문‧한겨레는 방식은 달랐지만 모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먼저 경향신문은 <김용균법만으로는 제2 김용균 못 막아>(5월26일 이효상‧정대연 기자)에서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를 짧게 설명하며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지키지 않은 노동공약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확산>(5월28일 이효상 기자)에서는 김재순 노동자 아버지의 발언을 전한 뒤 “일터의 사망사고가 반복되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중대사고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중대사고기업처벌법’ 제정을 약속한 바 있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겨레는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를 5월28일부터 온라인판 보도로 낸 뒤 6월8일에서야 지면에서 다뤘습니다. <프리즘-김재순은 김용균이다>(6월8일 이재훈 기자)는 고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의 진상조사 중간보고서 내용을 다루며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가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와 유사하다”는 점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기업은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동자들을 몰아넣고, 사고가 일어나면 죽음의 원인은 외면한 채 자신들의 과실 흔적을 은폐하기에 바쁘다. 여기에 사회는 미온적인 처벌로 화답한다”며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겨레는 하루 뒤 <“중증장애인 청년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6월9일 강재구 기자)에서 김재순 노동자가 중증 지적장애인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권명숙 서울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의 “김재순의 죽음은 운이 없어서 죽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죽어야만 하는 시스템이 만든 사회적 타살”이라는 발언을 인용해 구조적 문제를 짚었습니다. 이어 또다른 장애인 노동자였던 고 설요한 씨 사례를 설명하며 장애인 노동권과 장애인 고용분담금의 활용방안 개선을 지적했습니다. 보도 마지막에는 김재순 노동자 아버지의 발언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의 필요성을 부각했습니다.

JTBC ‘사고 전달’ 집중, MBC ‘장애인 노동권’ 초점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는 KBS‧MBC‧JTBC가 다른 보도양상을 보였습니다. 가장 먼저 보도를 낸 방송사는 JTBC였습니다. JTBC는 5월26일 저녁종합뉴스 3번째 보도로 <안전장치‧동료 없이 홀로 파쇄기 작업… 또 노동자의 죽음>(5월26일 정진명 기자)를 배치해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를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JTBC는 “2인 1조로 일하는 게 원칙이지만, 당시 김 씨는 홀로 일하고 있었고, 파쇄기 주변엔 안전장치도 없었다”고 지적하며 사고경위를 설명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MBC는 JTBC의 보도 하루 뒤 5월27일 구의역 사고 4주기 특별보도와 함께 <노동자 고 김재순… 왜 홀로 파쇄기에 올라야 했나>(5월27일 우종훈 기자)로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를 다뤘습니다. 왕종명 앵커는 “중증의 지적장애를 가진 이 청년은 칼날이 돌아가는 파쇄기 근처에서 혼자 일을 했고 안전장치는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지난 5월27일 구의역 사고 4주기 특별보도와 함께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 전달한 MBC ‘뉴스데스크’
▲ 지난 5월27일 구의역 사고 4주기 특별보도와 함께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 전달한 MBC ‘뉴스데스크’

이어 우종훈 기자는 “중증지적장애가 있어 위험에 대한 인지능력이 부족한데도, 김씨는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파쇄 업무를 계속했다”, “지원자가 많지 않은 업계 특성상 장애인과 외국인 등을 고용해 위험업무를 시키는 것이 흔한 일” 등을 언급했습니다. 보도 마지막에는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업무현장을 점검해 위험한 업무에서 장애인을 제외시켜주는 제도가 있지만, 김씨는 이마저도 혜택을 못봤다”며 장애인 노동권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두 방송사 모두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를 추가로 다룬 보도는 없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2014년 조선우드 노동자 사망사고’, ‘폐기물 처리의 구조적 문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주요 쟁점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KBS광주방송총국 유의미한 보도, 정작 KBS 본사는 무관심

KBS는 6월11일 정의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하자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발의… 책임 강화>(6월11일 류란 기자)에서 “2016년 구의역, 2018년 석탄화력발전소, 2020년 이천물류창고, 광주 파쇄기 사고” 등의 멘트에서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를 짧게 언급했습니다. 문제는 이 내용이 KBS가 5월22일 이후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를 언급한 유일한 사례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KBS는 5월27일과 28일 구의역 사고 4주기를 집중 조명했지만,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는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KBS의 보도태도가 실망스러운 이유는 KBS광주방송총국에서 유의미한 보도를 했기 때문입니다. KBS광주방송총국은 <6년 전 사고 분석해보니 사고경위 유사>(5월26일 김애린 기자)를 통해 고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 진상조사 중간보고서 발표에 앞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6년 전 사고경위 보고서를 입수해 2014년 노동자 사망사고의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또한 조선우드 작업장 CCTV 화면을 분석해 “파쇄기 주변에 설치된 안전 난간이나 덮개 등을 찾아볼 수 없다”며 “안전보건규칙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사업주의 법 준수와 감독기관의 꼼꼼한 점검이 있었다면, 26살 청년 김재순씨는 지금도 일하고 있을지 모릅니다”라며 사고의 본질을 꿰뚫었습니다. 그럼에도 해당 보도는 KBS광주방송총국에서 방송되는 것에 그쳤습니다. KBS가 김재순 노동자 사망사고를 ‘노동문제’가 아닌 ‘지역문제’로 다뤘다는 점이 유감입니다.

언론이 침묵하면 ‘일하다 죽는 노동자’ 사라지지 않는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은 노동의 종류와 상관없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모니터와 키보드 앞에 있는 노동자도, 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 앞에 있는 노동자도, 수지 파쇄기 앞에 있는 노동자도, 그밖의 어떤 노동자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공유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합니다. 언론이 노동자의 사망사고를 무시하고 외면한다면, 우리 사회에 노동자 안전과 생명의 문제가 공론화될 수 없습니다. 언론 노동자가 ‘노동자 안전과 생명’을 보도할 때 비로소 ‘일하다 죽는 노동자’가 없는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출연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0년 5월22일~6월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경제, 한국경제,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YTN <뉴스나이트>,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뉴스A라이브>,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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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6-16 12:03:10
우리가 사각지대 법제화를 위해 노력/참여해서 입법안을 만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요구만 하지 말고 시민단체는 국회와 토론해서 입법안을 같이 만들라. 같이 소통하고 참여하지 않고, 비난만 하는 것은 진정으로 취약계층을 위하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