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수위 높은 대남 비판 담화가 이어진 가운데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았다. 신문들은 이날 현 상황을 다룬 분석 기사들을 냈다. 자사가 주최하는 포럼 관련 기획 기사를 올린 세계일보를 제외하면 모든 신문이 관련 기사를 1면 톱에 배치했다. 아래는 15일자 전국단위 주요 종합일간지의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한국이 뭘 하든…북한의 ‘마이웨이’
국민일보: 달래도 소용없는 북…단절→군사도발 예고
동아일보: 北 “다음은 軍이 행동”…되돌아간 ‘위기 시계’
서울신문: 김여정 “대적 행사권은 軍으로” 南에 결별선언…군사행동 예고
세계일보: ‘그린 뉴딜’로 친환경·고용창출 속도 낸다
조선일보: “남조선 것들과 결별 軍이 곧 행동 취할 것”
중앙일보: 북한은 주먹 흔드는데 트럼프 관심 멀어졌다
한겨레: 파국 위기 앞에 선 ‘남북 6·15 정신’
한국일보: 北 군사행동 예고까지…文정부 남북관계 ‘벼랑 위’

현재 김여정 제1부부장을 필두로 한 대남 비판 성명이 무엇을 노리는지는 해석이 분분하다. 한겨레는 3면 기사(대남 강경책, 김정은 위임 ‘국론’ 강조…적대 장기화 예고)에서 “‘인민의 필독 매체’인 ‘노동신문’이 연일 보도하는 항의군중집회와 각종 논평의 표적은 ‘탈북자 쓰레기들’과 ‘남조선당국’이다. 리선권 외무상이 11일 담화로 ‘우리의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군사 위협을 관리할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 밝히긴 했지만, 항의군중집회의 표적에 미국은 없다. 아직은 ‘대남 제한전’”이라고 봤다.

이어 “당장 6·15 남북공동선언 스무돌 기념일인 15일 개성 공동사무소 현판 제거 등 북쪽의 이른바 ‘보복 행동’이 실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그는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며 ‘군사적 보복 행동’을 강력하게 예고했다. 추가 대북전단 살포 대응을 명분으로 한 비무장지대(DMZ) 철거 ‘지피’(GP·초소) 복원이나 정전협정의 사각지대인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군사 충돌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며 “북한이 예고한 남북관계의 파국을 피하려면 정부가 대증요법과 근원치료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우선은 대북전단 문제를 조기에 해소하는 대증요법이다. 북쪽이 ‘남쪽에서 법안이 채택돼 실행될 때까지’ 대남 ‘보복 행동’(5일 통전부 담화)을 예고한 터라, 추가 대북전단 살포 차단에 더해 최대한 신속하게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다.

▲ 6월15일자 서울신문 3면 기사 그래픽.
▲ 6월15일자 서울신문 3면 기사 그래픽.

서울신문 3면 기사(이틀간 네 번 말폭탄 던진 北…대남 도발로 美양보 압박 ‘죄기’)는 “북한은 12일 리선권 외무상 담화, 다음날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담화를 통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없이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대남 공세와 대미 압박을 동시 수행했다. 특히 권 국장은 담화에서 한국 외교부가 12일 ‘정부는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와 남북 관계의 발전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비핵화 문제 관련, ‘통미봉남’ 기조를 드러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대응, 흑인 사망 항의 시위 등으로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은 우선 남한에 대한 도발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놓고 미국에 양보를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박원곤 한동대 교수) 전문가 해석을 전했다.

중앙일보 1면(북한은 주먹 흔드는데 트럼프 관심 멀어졌다)의 경우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2년 동안 하지 못한 일을 당장에 해낼 능력과 배짱이 있는 것들이라면 북남 관계가 여적 이 모양이겠는가’라고 했는데 ‘2년 동안 하지 못한 일’엔 대북 제재 이탈과 대미 설득이 모두 담긴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은 미국을 설득할 능력이 없는 게 확인됐으며, 그렇다고 대북 제재를 이탈하지도 않았고, 총선 승리 이후에도 제재 전선을 이탈하려 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북한 담화에 깔렸다’고 설명했다”며 “선을 넘은 북한의 대남 위협 속에 북·미 중재와, 남북-북·미 관계의 선순환이라는 정부의 대외 전략은 한계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일보 박재규, 중앙일보 위성락, 조선일보 자유북한방송 대표 인터뷰

한국일보는 이날 6·15 남북공동선언 주역 중 한명인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 인터뷰(“北, 한반도 긴장으로 몰고가선 안 돼…文정부는 인내심 갖고 설득을”) 기사를 4면에 게재했다. 박 전 장관은 인터뷰에서 ‘6·15 선언 이후 2007년 10·4선언, 2018년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등이 있었다. 남북 간 합의가 이어져도 이행 속도를 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느냐’는 질문에 “근본적 원인은 북미관계”라 답했다.

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취해야 할 해법으로 “대북전단 문제 해결책을 강구하고 북한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정세관리를 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빠른 시일 내 특사 파견도 필요하다. 단순히 남북관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코로나19, 미국 대선 과정, 미중 갈등 관계 속에 남북이 머리를 맞대어 진지하게 제반 문제를 논의할 시점이라고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한미 간에도 불필요한 악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보와 상황, 대응을 공유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내심 있는 대북 설득 노력이 필요하고,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일관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북핵 상황을 현상유지로 가져갈 것으로 보이지만, 북미정상회담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한미 간 역할 분담도 협의해 나가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등을 계기로 중국이 북한을 견인해 남북대화에 나서도록 권유하는 한중 협력도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 6월15일자 한구일보 4면 기사.
▲ 6월15일자 한구일보 4면 기사.

그는 또한 ‘6·15 선언을 잇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결실을 맺기 위해 “최근 한반도 정세를 감안하면 정부가 ‘남북관계 2.0’을 준비할 시기다. 정권 향배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 가능한 통일정책을 세울 수 있도록 ‘통일국민협약’을 추진해야 하고,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도 필요하다. 우리로서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북한이 다시 대화 테이블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설득하고, 북미대화 중재를 위해 힘을 기울일 시점”이라 촉구했다.

서울신문 평화연구소는 6·15선언 20주년을 맞아 전문가 8인 대상 앙케트를 진행했다. 앙케트 결과는 2면과 4면에 나뉘어 실렸다. 4면 “그날 평화의 첫발 이후 20년…견고한 제재의 벽, 요원한 新경제” 제목의 기사는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6·15 선언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한반도 신경제구상으로 계승,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촉진한 데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고 전했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서울신문에 “문재인 정부가 평화공존의 실천을 위해 남북 관계 영역을 확보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다만 제재로 인해 비핵화와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동시에 추진하기 어려웠다. 신경제구상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조건을 외교적으로 충분히 만들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문 정부는 북한 정권에 남한이 국제 정세와 상관없이 일방적 지원을 할 것으로 기대하게 만들었다”며 “하지만 현실의 한계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함에 따라 역설적으로 북한의 심각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서울신문은 전했다.

중앙일보는 3면에 이명박 정부(2009년~2011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맡았던 전 주러시아 대사 기고(북한 대남공세는 대미도발 전초전…한국, 미국을 움직여라)를 실었다. 위 전 대사는 “북한이 대남 공세를 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남측에 분개하기 때문이다. 하노이 회담 언저리에서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행보에 대한 분노다. 북측은 남측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고, 미·북 사이에서 잘못된 처신을 했다고 본다. 그 결과 북측이 하노이에서 낭패를 보았다고 인식한다. 그러다가 이번 총선에서 태영호·지성호씨가 당선되고, 전단 살포가 방치되자 남측 정부의 탈북자 대처를 걸어 거친 공세를 취하게 된 것”이라며 “경제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김정은 권력에 문제가 있다는 근거도 없다. 군중대회는 퇴로가 없다는 결기의 과시다. 군중대회는 코로나19가 심각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취해야 할 태도로 △북한의 지속하는 공세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 △대처 방안을 남북관계에서 찾으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라도 미·북을 대좌시켜 대미 도발을 지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등 세 가지를 주장했다. 위 전 대사는 “이제 6월 중순이니 시기적으로나, 분위기상으로나 미·북 대화를 다시 붙일 여건은 좋지 않다. 그러나 북한이 대미 도발을 하기까지 기회의 창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그전에 미국을 움직여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 수 있다면 추가적 상황 악화는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

▲ 6월15일자 중앙일보 3면 기사.
▲ 6월15일자 중앙일보 3면 기사.

조선일보는 28면 최보식 선임기자의 인터뷰 연재 코너에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인터뷰를 게재했다. “김여정 담화 의도는 후계 구도와 관련…‘수령 반열’에 슬그머니 올려져”라는 제목이다. 김 대표는 ‘대북전단이 접경지역 주민을 위협한다’는 주장에 “과거에는 임진각 등에서 대북 전단을 날리는 퍼포먼스를 했지만 지금은 시간과 장소를 알리지 않는다. 그럴 경우 어디서 날렸는지를 북한이 알 수 없다. 접경지역 주민 안전 문제를 내세우는 것은 북한 주장에 편승한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부터 북한의 압박에 계속 밀려온 것이다. 북한에서 하지 말라면 안 하는 흉내를 내거나 조치를 취해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김여정이 나서서 대북 전단 문제를 꺼낸 데는 다각적 포석이 깔려 있다”며 “한국과 미국에 대해 누적된 불만을 대북 전단으로 터뜨린 것이다. 또 다른 숨은 의도는 후계 구도와 관련 있다. 이게 보다 핵심일 것이다. 지금 상황을 김여정을 부각시킬 기회로 판단한 것 같다. 대북 전단 관련 담화는 김여정의 첫 대외 사업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한겨레는 이날 4면 기사(“대북전단, 돈벌이수단 이용” 의혹 나와)에서 “탈북민 가운데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북한 국경경비대 초소장 출신 탈북민 홍강철씨는 지난 13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대북전단 살포) 활동 내용을 미국(의 보수단체)에 제출하면 후원을 받는다’며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 날리기 경쟁도 뜨겁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북전단 단체 ‘대북풍선단’의 이민복 대표도 ‘풍선 한번 날리는 데 원가는 10여만원에 불과하지만 박상학 대표는 150만원, 300만원씩 후원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며 “박 대표(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정부의 접경지역 원천봉쇄를 피하기 위해 드론을 이용해 전단을 살포하려는 계획도 우려를 낳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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