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이 한국 정부의 개인정보를 활용한 확진자와 접촉자 추적 등 조치를 “좋은 사례”라며 적극 호평했다는 최근 보도는 사실과 달랐다.

연합뉴스는 지난 11일 “UN이 개인정보를 활용해 코로나19 확진자와 이들의 접촉자를 추적하는 한국 정부의 조치를 호평했다”며 “동선 공개 등을 두고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논란이 일었던 상황에서 ‘K방역’이 사실상 최선의 조치였다는 평가”라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케이 UN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이달 44차 UN 인권이사회에 내는 ‘전염병 위기와 표현의 자유’ 보고서를 인용했다.

▲6월11일자 연합뉴스.
▲6월11일자 연합뉴스.

기사는 케이 보고관이 “정부가 보건 정보 수집을 허용할 때도 정보수집 결과에 대한 알 권리를 증진하는 동시에 엄격한 개인정보보호 조치를 수반하고 제한된 기간에만 적용돼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한국은 좋은 사례”라고 밝혔다고 썼다. 끝무렵엔 정부 관계자의 반응 코멘트를 빌려 “정부의 조치가 개인정보 보호와 감염병 방역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하지만 원문을 보면 한국 정부 조치를 단언해 ‘칭찬’하는 대목은 없다. 보고서 해당 대목을 보면 케이 보고관은 “일부 국가는 인권이나 공공 보건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기에 너무 이른 시기임에도 활발한 보건 감시에 착수했다”며 한국을 예로 들었다. 케이 보고관은 “한국의 경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아래 공중보건 당국이 감염병 국면에 전국적으로 개인 보건 데이터를 수집할 중대한 권한을 누리고 있다”고 전제했다.

▲WHO(세계보건기구) 웹페이지 갈무리
▲WHO(세계보건기구) 웹페이지 갈무리

케이 보고관은 이어 정부의 데이터 추적‧수집이 투명하고 일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한국은 관련법이 개인정보 보호 의무와 정부조치에 대한 알권리를 규정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이 법은 사생활권을 보장하면서 질병 감시를 허용하면서도, 정부 관리들이 공중과 정부의 접촉 추적 조치에 관한 기본 정보를 공중과 공유하도록 규정한다. 이로써 이 법은 정부의 보건 정책 요구와 공중의 정보에 대한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보인다(appear).”

한국의 조치에 대한 종합 평가는 자제하면서, 한국 감염병예방법상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권리와 정부 조치에 대한 알권리 규정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케이 보고관은 “정부가 데이터 수집을 허가하는 경우에도, 그러한 수집은 개인 데이터 보호를 보장을 동반하고 일시적이어야 한다. 또 한국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처럼 공중에게 수집 결과를 알권리를 촉진해야 한다”고 했다. 기사가 직접인용한 “한국은 좋은 사례”란 구절은 없다.

한편 보고서는 오히려 감시체계 산업화와 일상화의 위험성을 염려했다. 케이 보고관은 “국가들이 감시 도구를 개발하면서, 인권이사회는 적법성과 필수성, 비례성, 목적의 정당성이란 기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채 최근 광범하고 과도하게 실시해온 감시의 역사를 유념해야 한다”며 “코로나19는 감염자의 접촉을 추적할 공중보건 필요 때문에 더 크고 침략적인 감시를 가하도록 압력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 데이비드 케이 UN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이달 44차 UN 인권이사회에 내는 ‘전염병 위기와 표현의 자유’ 보고서에서 한국이 언급된 ‘공중보건 감시’ 관련 대목.
▲ 데이비드 케이 UN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이달 44차 UN 인권이사회에 내는 ‘전염병 위기와 표현의 자유’ 보고서에서 한국이 언급된 ‘공중보건 감시’ 관련 대목.

연합뉴스의 보도는 매일경제와 한겨레 등에서 전재됐다. IT조선은 같은 내용으로 새 기사를 내놨다. 다만 현재 한겨레에서는 해당 기사 페이지에서 기사가 없는 빈 페이지로 나타난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해당 보고서를 종합하면 적극적 감시가 인권에 미칠 영향은 평가하기 이른 반면, 한국의 경우 투명성 부분을 긍정 평가할 수도 있다는 정도인데, 상당한 오역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감시체계가 산업화할 때 위험성을 강조해 염려하는데, 기사는 이 부분은 빼놓았다”고 지적했다.

황 변호사는 “현재 정부가 ‘K방역’ 수출을 적극 홍보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감시체계도 수출된다면 코로나19를 이용해 감시를 강화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전체주의 독재국가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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