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곽상도 의원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곽 의원은 고(故) 손영미 정의기억연대 마포쉼터 소장의 사인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 의원은 기자회견을 하면서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곽 의원은 “우선, 고인이 되신 손영미 ‘평화의 우리집’ 소장에 애도를 표한다. 아울러 손영미 소장 사망과 관련 의문점 및 조사가 필요해 보이는 사항에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곽 의원은 고인이 된 손 소장이 발견 당시 어떤 상태였는지 자세히 묘사했다. 발견된 상황 모습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자세였다며 타살 가능성을 제기하는 듯한 내용을 서술했다.

▲12일자 한겨레 5면.
▲12일자 한겨레 5면.

한국기자협회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보면 구체적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은 보도하지 않는다. 또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는 고인 인격과 유가족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 그동안 언론이 고 손영미 소장 죽음을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는데 곽 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자세한 소식을 알리면서 많은 언론이 이를 받아썼다.

곽 의원이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을 자세히 보도한 언론사는 데일리안, 파이낸셜뉴스, 쿠키뉴스, 매일경제, 아주경제, 대구신문, 뉴데일리, 펜앤드마이크, 헤럴드경제, 경상매일신문, 대구일보, 조세일보, 동아일보(동아닷컴), 이데일리 등이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쓴 기사들.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쓴 기사들.

한겨레는 아침종합신문 중 유일하게 1면에 곽 의원의 이 같은 행태를 비판했다. 한겨레는 비판 기사를 쓰면서 보도자료에 있는 자세한 자살 방법, 도구 등을 인용하지 않았다. 이어지는 5면에서는 곽상도 음모론을 팩트체크하고, 곽상도가 누구인지 상세히 보도했다. 사설로도 비판했다.

다음은 12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아동학대 매년 늘어나는데… 보호시설은 ‘태부족’”
국민일보 “암호화폐도 양도세 물린다”
|동아일보 “기업은 어느 장단에…”
서울신문 “청(靑) ‘대북전단 살포 땐 강력 조치’”
세계일보 “북(北) 압박에… 청(靑) ‘대북전단 철저 단속’”
조선일보 “국내외 비판에도… 청(靑)까지 ‘대북전단 엄정대응’”
중앙일보 “미국선 정부 지원받아 시민단체 연명 못한다”
한겨레 “음모론 흘리고 키우고… 죽음마저 이용하는 곽상도”
한국일보 “지주사들 ‘금감원 흔들기’에… 금융위가 경고 날렸다”

▲12일자 한겨레 1면.
▲12일자 한겨레 1면.

음모론 주장, 죽음마저 이용하는 곽상도

한겨레는 1면 “음모론 흘리고 키우고… 죽음마저 이용하는 곽상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곽 의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를 운영해온 손영미 소장의 죽음에 대해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통합당의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곽 의원은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이 불거진 뒤 ‘아니면 말고’식 폭로를 이어왔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그의 행태는 과거 공안검사 시절 ‘자살방조’라는 음모론에 기반해 무고한 시민을 처벌한 ‘강기훈씨 유서대필 조작 사건’(1991년) 수사팀에 참여한 전력을 떠올리게 한다”고 썼다.

한겨레는 5면에 ‘곽상도는 누구’ “29년전 ‘유서대필 사건’ 강압수사 고통받은 강기훈씨에 사과 안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곽상도를 △박근혜 정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지난 4월 총선 대구 중·남구에 출마해 재선 성공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 수사팀에 참여해 강압 수사를 벌인 검사 등으로 소개했다.

▲12일자 한겨레 5면.
▲12일자 한겨레 5면.

곽상도가 단 한차례도 사과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검찰은 1991년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한 김기설(당시 전민련 사회부장)씨의 유서를 강기훈씨가 대신 써줬다는 혐의로 구속수감했다. 재심 결과 강씨는 2015년 24년 만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2018년엔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에 사과를 권고했다. 그러나 곽 의원은 단 한 차례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5면에 곽상도 음모론을 팩트체크했다. △윤미향(더불어민주당 의원) 비서가 최초 신고를 트집 잡은 점 △윤미향이 손씨에게 압력 행사했다고 주장한 점 △할머니 계좌서 거액을 빼내 돈세탁했다고 주장한 점 등이다.

한겨레는 “곽 의원이 지난 8일 기자들에게 손씨가 숨진 당일 밤 윤 의원이 페이스북에 손 소장을 언급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한 것을 들어 ‘배후설’을 제기했다”고 쓴 뒤 “윤 의원이 페이스북에 손씨에 대한 글을 올린 것은 윤 의원의 비서, 정의연 관계자 등이 손씨의 죽음을 확인한 뒤의 일로, ‘추모’의 성격이 커 보인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런 주장이 언론을 통해 유포되고, 커뮤니티 등에서 음모론에 동조하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곽 의원의 주장은 ‘그럴듯한 의혹’으로 포장됐다. ‘윤 의원이 손씨가 숨지기 전 연락을 했을 것’(8일)이라는 수준의 주장에 보수언론이 반응하자, 급기야 이날 고인의 사망 당시 정황까지 상세히 공개하며 ‘타살설’에 가까운 주장을 펼친 것이다”고 비판했다.

▲12일자 한겨레 사설.
▲12일자 한겨레 사설.

사설에서도 근거 없는 의혹이라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누군가에게 타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하게 암시했다. 하지만 곽 의원이 제시한 근거들은 빈약하기만 하고, 논리 비약도 심하기 이를 데 없다. 적어도 타인의 죽음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려면 충분하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마땅하다. 그러지 않으면 고인을 욕되게 할 뿐 아니라 정치적 의도까지 의심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2017년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지원을 강화하는 법률에 반대표를 던진 그가 미래통합당의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티에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도 어처구니없다. 곽 의원은 근거 없는 주장을 거두고, 어울리지도 않는 ‘위원장 자리’에서 내려오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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