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가 11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등을 다룬 조선일보 보도가 ‘왜곡 보도’라며 조선일보 기자들과 데스크, 편집국장, 사장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 기자가 항의하는 등 고발 현장에서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과 민영록 시민연대 ‘함께’ 공동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 기자들과 편집국장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11일 오후 서울 경찰청에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조선일보 기자와 편집국장에 대한 고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11일 오후 서울 경찰청에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조선일보 기자와 편집국장에 대한 고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안 소장은 “정의연이나 시민단체가 잘못한 것을 지적하는 보도는 좋다. 조금 억울할 수는 있어도, 보도가 편향적이어도 감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조선일보의 정의연 보도는 편향을 넘어 가짜뉴스, 왜곡 보도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 조선일보 보도 가운데 △지난 5월30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딸이 김복동 장학금을 받았다는 취지의 의혹 보도 △5월28일 정구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배우자가 정의연 사무총장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사표를 냈다는 의혹 보도 △5월25일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을 인용해 윤 의원이 ‘위안부’ 피해자를 외면하고 돈을 빼돌려 집을 다섯 채나 샀다는 취지의 보도 등이 대표적 왜곡 보도라고 주장했다.

안 소장은 “윤 의원의 딸이 김복동 장학금을 받았다는 보도와 관련해 사실은 김복동 할머니가 윤 의원의 딸이 대학에 갈 때 개인적으로 용돈을 준 것”이라며 “전화 한 통만 돌려보면 절대 그런 기사를 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구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사표를 낸 이유는 아내가 정의연 사무총장이어서가 아니다. 정 전 비서관은 지난 4월에 사표를 냈다가 처리가 안 됐고, 그러다 뒤늦게 처리된 것”이라며 “윤 의원이 집을 다섯 채나 샀다는 보도 역시 사실과 다르다. 윤 의원은 1995년 빌라를 구입했고 이후 세 번 이사를 다녔는데 기존 집을 팔고 이사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매입한 집은 한 채뿐”이라고 반박했다.

▲서울 경찰청 본청에서 열린 안진걸 소장의 조선일보 기자 고발 현장에서 장 아무개 조선일보 기자가 안진걸 기자와 언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서울 경찰청 본청에서 열린 안진걸 소장의 조선일보 기자 고발 현장에서 장 아무개 조선일보 기자가 안진걸 기자와 언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는 조선일보 시경캡(경찰 출입기자의 팀장 격)인 장아무개 기자가 안 소장의 고발장 접수에 항의하는 등 5분여 동안 말다툼이 벌어졌다. 안 소장이 문제 삼은 조선일보 보도에 “가짜뉴스가 어디에 있느냐”는 항의다. 

안 소장이 기자회견을 마친 후 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하러 이동하자 장 기자는 “민생경제연구소와 정의연이 어떤 관계이길래 대리 고발을 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이에 안 소장은 “언론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연장선에서, 조선일보가 가짜뉴스를 보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돼서 고발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에 장 기자가 “무엇이 가짜뉴스인가”라고 물었고 안 소장은 “고발장에 써 놨다”고 말했다. 안 소장과 함께 기자회견에 동참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조선일보 기자 나가라”, “실실 웃으면서 뭐하고 있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소장이 조선일보 기자에게 “예의를 갖추세요”라고 말하자 장 기자는 “이건 예의예요?”라고 되물은 뒤 안 소장이 배포한 고발 보도자료를 흔들었다. 이에 안 소장은 “지금 뭐하는 짓이에요? 원래 이러세요? 항상 이러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 기자와 언쟁하는 안진걸 소장. 사진=정민경 기자.
▲조선일보 기자와 언쟁하는 안진걸 소장. 사진=정민경 기자.

두 사람의 언쟁은 경찰이 제지할 때까지 계속됐다. 안 소장은 장 기자에게 “적반하장이다. 이야기할 가치를 못 느끼겠다”며 “취재할 때도 이렇게 무례하게 대하나요? 기자가 기본적 소양이 없다”고 비판했다.  

장 기자는 ‘왜 기자회견에 직접 나왔느냐’는 물음에 “시민단체에서 조선일보 기자들을 고발한다고 해서 나와봤다. 나도 고발 대상에 포함됐는지 알아보려고 왔는데 나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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