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여당이 추진하는 언론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대표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으로 언론사가 ‘악의적’으로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경우 법원이 손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손배를 명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가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어 수사심의위 소집여부를 결정한다. 이 부회장은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진행한다며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구했다.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다시 이 부회장 수사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를 둘러싼 보도 논조도 엇갈리고 있다. 

다음은 11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위안부 운동 30년 피해자에 대해 우린 너무 몰랐다”
국민일보 “트럼프, 대선 카드로 주한미군 감축 시도 우려”
동아일보 “정부, 경영권 흔드는 법안 쏟아낸다”
서울신문 “수도권 암반규제부터 풀어라”
세계일보 “‘이해충돌 상임위 회피’ 무시…法위의 의원들”
조선일보 “文 ‘평등경제’ 외친날, 기업규제법 쏟아낸 정부”
중앙일보 “31쪽 vs 1줄”
한겨레 “남영동 그곳에서…‘일상 민주주의 이루자’”
한국일보 “투서로 시작한 靑감찰…금감원 ‘은행 힘 참 세더라’”

징벌적 손배 “수퍼여당의 언론 입막기”

중앙일보는 11일 정치면 톱기사 ‘“생각 같아선 손해배상 300배” 수퍼여당의 언론 입막기’에서 “정 의원은 재선이던 19대 국회에서 똑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폐기됐다. 앞서 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위(위원장 박광온)도 지난해 10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주장했지만 관련 법안 역시 임기만료로 폐기됐다”며 “표현의 자유를 최상의 가치로 내걸었던 과거 민주당을 떠올리면 이 같은 태세전환은 낯설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012년 박영선 대표발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가 진실한 사실이라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공적인 사안으로 사회 여론 형성과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경우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한 부분을 인용했다. 

야당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중앙일보에 “선정적 제목 달기 경쟁이 과열되거나 1인 미디어가 늘어나면서 미확인 정보가 증가한 점은 개선돼야 한다”면서도 “기존 제재 규정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징벌을 부과하는 것은 다른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 11일 중앙일보 정치면 기사
▲ 11일 중앙일보 정치면 기사

 

개정안의 허위, 왜곡 등이 자의적 판단을 낳을 소지가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박경신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정 의원 법안대로라면 폭행 피해자가 (언론 보도를 통해) 피해 사실을 고발하고싶어도 가해자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가 두려워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이가영 중앙일보 사회1팀장은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칼럼에서 민주주의 위협 사례 중 하나로 정 의원 개정안을 언급했다. 또한 정 의원이 페이스북에 “생각 같아서는 30배, 300배 때리고 싶지만 우선 없던 법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다른 법과 형평에 맞게 한 것”이라고 쓴 부분을 인용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언론의 자유 무시한 여권의 ‘가짜뉴스’ 규제법”에서도 “정부나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이해당사자가 미리 결정하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이해관계에 따라 비판과 악의의 경계가 모호해 민주주의의 기초인 언론·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독소조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국회 발의 언론사 징벌적 손배에 기대·우려 교차]

▲ 11일 경향신문 만평
▲ 11일 경향신문 만평

 

조선일보 산업부장과 한겨레 산업부장의 이재용 칼럼

조선일보 산업2부장은 ‘경제포커스’칼럼 “이제는 삼성의 본업이 뉴스가 돼야 한다”에서 미국에서 록펠러 가문이 회사를 살리는데 집중하면서 가문을 살린 예를 들며 이 부회장 회생 방안을 조언했다. 

이 신문은 “국정농단 사건이나 불법 경영승계 논란 사건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이재용 부회장은 억울할 것”이라며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 1등을 유지하면서 시스템 반도체까지 도전하고 있고, 스마트폰도 화웨이, 애플을 따돌리고 세계 1위를 기록중이지만 좋은 뉴스는 별로 안 나온다”고 이 부회장 측 입장을 보여줬다.

이어 “그렇다고 회사 역량이 이 부회장 개인에게 집중되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며 “그는 최근 TV 앞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부회장이 검찰에서 조사받는 시간에 삼성이 서울 강남역 통신탑에서 시위하는 해고자와 느닷없이 타협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고도 했다. 

조선일보는 이 부회장이 구속을 피한 것을 거론하며 “관련 수사심의위원회와 국정농단 관련 재판을 남겨놓고 있지만 일단 숨 고를 시간은 생긴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제 삼성 본업을 더 챙겨야 한다”고 했다. 이어 “많은 국민이 한국 No.1 기업의 전략을 듣고 싶어 한다”거나 “삼성이 어떤 비전을 갖고 코로나 이후 상황에 대처해 나갈 것인지, 미중 무역분쟁 사태를 뚫고 나갈 것인지 궁금해한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산업부장은 ‘편집국에서’ 칼럼 “‘이재용의 시간’이 말하는 것”에서 “외환위기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우리 사회는 법과 원칙, 시장 규범을 지키고 따르는 행동만이 기업과 국가 경제 모두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는 깨달음에 다다르고 있었다. 부정거래와 분식회계는 시장 규범을 무너뜨리고 시장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이 부회장과 삼성은 새로운 토양에서 옛 씨앗을 버젓이 싹틔운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2014년 이후 삼성을 이끌어온 ‘총수’ 이 부회장의 6년 세월이 불법 승계를 위한 고뇌와 준비의 나날이었다는 사실은 허탈하기 그지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기자 칼럼 “‘이재용 위법’ 없다면서 삼성 직원들은 왜 증거를 없앴나”에서도 “이 부회장 영장이 기각되면서 서초동에서는 천문학적인 돈벼락이 쏟아졌다는 소문이 돈다”며 “재벌과 검찰·법원 전관이 연합팀으로 참전한 ‘건곤일척’의 승부가 이렇게 끝났다”고 전한 뒤 “증거인멸을 주도해 구속됐던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상무는 집행유예로 풀려나 다시 계열사 경영에 개입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이 부회장 관련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사설 “검찰수사심의위, ‘이재용 수사’ 법 잣대로만 판단하라”에서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고 죄에는 응분의 벌이 따라야 한다”며 “재벌총수라는 이유로 무죄인데 벌을 받아서도 안되지만, 재벌총수라는 이유로 죄를 짓고도 면죄부를 받아서는 안 된다. 검찰시민위와 수사심의위는 오로지 법의 잣대로만 이 부회장 사안을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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