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 ‘KBS는 왜 때깔이 누리끼리해요? 왜 맨날 베껴요?’ 공영방송 KBS 사장님 찾아가서 노빠꾸+노브레이크 일침대잔치”

놀랍게도 KBS가 만든 콘텐츠 제목이다. KBS에 ‘노빠꾸 일침’을 날리면서 첫 에피소드를 시작한 KBS 유튜브 웹예능 ‘구라철’은 지난 2월 첫 업로드 이후 4개월 만에 구독자 12만명을 모았다. 예능인 김구라가 지하철을 타고 ‘돌직구’ 질문을 던지는 것이 프로그램의 핵심 포인트다. 김구라의 ‘구라’와 ‘지하철’의 철을 합쳐 ‘구라철’이 됐다.

김구라를 지하철에 태우고 황당한 질문을 하게 만든 주인공은 원승연 KBS PD다. 그는 KBS 13년 차 예능PD다. 원 PD와 김구라는 이미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 ‘명 받았습니다’ 등 프로그램에서 호흡을 맞췄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8일 원승연 PD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만났다.

▲원승연 KBS PD가 전작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원승연 KBS PD가 전작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KBS 웹예능 '구라철' 1화 썸네일.
▲KBS 웹예능 '구라철' 1화 썸네일.

어쩌다 구라철이 탄생했을까. 원 PD는 김씨가 녹화 중 주절주절 떠드는 이야기를 “버리기 아깝다”고 생각했다. 달변가인 김씨가 이 동네 저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수다를 떠는 것이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구라철 기획도 김구라와 떠들면서 나왔다. 원 PD는 김씨와 나누는 이야기에 “‘소통’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이야기하고 회의한다”고 했다.

“구라 형과 수시로 전화하면서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작가도 없었다. 카메라 1대와 함께 나도 카메라를 들고 녹화를 시작했다. 현재는 규모가 커져 팀원이 늘었지만 시작은 소소했다. 작가가 따로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구라철 아이디어는 대부분 김구라 형과 함께 이야기하다가 나왔다.”

원 PD는 “‘어떻게 만드느냐’보다 ‘뭘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때깔’보다는 말하려는 내용이 흥미를 끌면 성공한다는 것이다. 구라철이 호응을 얻은 뒤엔 팀원이 늘어 원 PD를 포함한 KBS PD 2명, 외주제작사 PD 2명, 대학생 인턴 2명, 카메라 2~3명이 함께 만들고 있다.

▲'구라철'의 전생 에피소드에서 화면에 잡힌 원승연 PD. 화면 왼쪽이 원승연 PD다.
▲'구라철'의 전생을 다룬 에피소드에서 화면에 잡힌 원승연 PD. 화면 왼쪽이 원승연 PD다.

구라철은 KBS ‘스튜디오K’의 첫 오리지널 콘텐츠다. KBS 디지털전문제작사 스튜디오K는 지난해 9월 출범했다. 원 PD는 첫 실험의 성공을 ‘안타’라고 표현했다. 원 PD는 “구라철 이후에도 스튜디오K에서 다양한 실험적 콘텐츠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조금은 괴기하고 황당한 실험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라철 유튜브 가운데 “이걸 KBS에서 만들었다고?”라고 묻는 댓글이 많다. 공영방송 KBS는 ‘공무원 조직’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올바르고 교훈적 콘텐츠만 생산할 거라고 짐작하기 마련. 누리꾼들은 김구라가 황당할 정도로 솔직한 질문들을 던지는 것이 “KBS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면 당연히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막상 부닥쳐 보니 안팎에서 ‘하지마’라는 말을 들은 적은 없었다. 물론 업로드하는 과정은 다사다난했지만 결국 업로드가 가능했다.”

원 PD는 “‘사이다 발언’이라는 것이 무례함과 날카로움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그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그 날카로움이 향해야 하는 곳은 우선 KBS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편에서 KBS를 향해 질문한 것이다. 사실 (내부에서) 극렬한 반대가 있으면 못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날 것의 콘텐츠’인 만큼 쏟아지는 댓글도 ‘날 것’이다. 원 PD는 구라철 댓글을 모두 본다. “구라철 댓글 중에 ‘이런 걸 만들었으니 이 PD 잘리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있었다. ‘교장실 같은 곳에 불려가서 혼나는 건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이런 반응을 보면서 KBS라는 조직이 대중과 너무 멀리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구라철' 1화에서 양승동 KBS가 등장하는 부분.
▲'구라철' 1화에서 양승동 KBS사장이 등장하는 부분.

그는 구라철이 지하철을 타고 가는 콘셉트인 이유로 ‘로드 토크쇼’라는 형식을 빌린 것이라고 했다. 가장 가까운 역부터 먼 곳의 지하철역까지 어디든 갈 수 있는 지하철처럼 뭐든지 물어보고 뭐든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길 바란다는 것. 시청자와의 거리도 좁혀질 걸 기대하는 눈치였다.

“댓글 중 저나 김구라 형을 향한 칭찬도 기분 좋지만 제일 좋다고 느끼는 건 아이디어를 주는 댓글들이다. 유튜브 댓글 창은 TV홈페이지 프로그램 ‘시청자 소감’과는 또 다르다. 피드백과 함께 재밌는 아이템을 던져준다. 에피소드 가운데 방송인 솔비씨가 등장했던 회차는 실제로 댓글에서 아이디어가 나와서 진행한 부분도 있었다. 최근 방송인 조영구씨와 함께한 에피소드 ‘MC부터 가수까지 연예인 행사비의 진실’ 편은 3일 만에 댓글이 1000개가 달리기도 했다. 모든 댓글을 다 읽어보고 또 좋은 아이디어도 얻고 있다.”

연예인의 행사 가격을 적나라하게 다룬 에피소드는 업로드 후 인터넷에 ‘짤방’으로 확산됐다. 구라철의 시청자들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돈 이야기에 대한 현실적 궁금증을 풀어줬다는 평가다. 원 PD와 김구라의 공통 관심사는 흥미롭게도 ‘돈’이다. 그렇기에 이런 콘텐츠가 나올 수 있었다. 원 PD는 “사실 저와 김구라 형은 둘 다 ‘속물’이다. 사회적 지위 때문에 아닌 척 하지만 제대로 ‘속물’스럽게 이야기해보자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구라철 에피소드 가운데 연예인 행사비 가격을 다룬 에피소드.
▲구라철 에피소드 가운데 연예인 행사비 가격을 다룬 에피소드.

“속물 이야기 중심엔 돈이 있다. 좋은 카페에 가면 솔직히 ‘얼마 벌어요?’라고 묻고 싶은데 상상만 하고 못 물어보지 않나. 카페 가서 ‘얼마 버느냐’, ‘카페가 모여있는 게 잘되느냐,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잘되느냐?’, ‘원가가 얼마인가’ 같은 질문을 김구라 외의 연예인이 할 수 있을까? 다만 이런 콘텐츠는 25~44세 남성에게는 인기 있지만 10~20대 여성들에게는 상대적으로 큰 재미로 다가오지 않는 것 같다. 유튜브가 제공해주는 주시청자층의 분석을 보면 그랬다. 10~20대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도 만들어보고 싶다.”

그가 풀어놓을 돈 이야기에는 미디어 업계에 관한 것도 있다. “아직 업로드하지 않은 콘텐츠인데 역시 김구라 형과 이야기하다가 TV와 유튜브 광고 단가 이야기가 나왔다. 다음 에피소드는 스마트 미디어렙을 찾아 15초짜리 TV 광고가 얼마인지 묻고 인기 유튜브 광고 단가와 비교해볼 생각이다. 물론 아직 TV광고가 훨씬 비싸겠지만 언제 역전이 될지, 자세한 가격을 물어볼 것이다. 업계 종사자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부분 아닌가.”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