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1호 법안’ 타이틀을 어떤 의원이 가져갈지 관심이 모였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보좌진들은 지난달 28일부터 4박5일 밤샘대기한 결과 지난 1일 ‘1호 법안(사회적 기본법)’을 제출했다. ‘쓸데없는 데 초과근무 시킨다’는 비판이 나오며 정작 ‘사회적가치 실현을 공공부문의 운영원리로 삼겠다’는 법안의 골자가 뒷전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언론에서 ‘1호 법안’으로 의원들 의정활동의 방향이나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판단해 벌어진 해프닝이다. 관련해 미디어오늘은 의원들의 1호 법안 뿐 아니라 1호 보도자료를 중심으로 의원실에서 내놓은 첫 일성에 주목해봤다.

▲ 21대 국회 임기 시작 후 첫 주말인 지난달 31일 국회 본관 의안과 의안접수센터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실 직원이 21대 국회 ‘1호 법안’ 접수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21대 국회 임기 시작 후 첫 주말인 지난달 31일 국회 본관 의안과 의안접수센터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실 직원이 21대 국회 ‘1호 법안’ 접수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첫 메시지로 박 의원처럼 20대 국회에서 완성하지 못한 과제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경우가 있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21대 국회 임기 시작과 함께 ‘스토킹처벌법’을 대표발의했다. 15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래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법안 통과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이다. 

김영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예술인 지위·권리보장 법률안’도 마찬가지다. 김 의원은 이 법안 발의 소식을 알리며 “법무부와 안전행정부 등 관련 부처의 의견을 수용한 문체위 의결안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원행정처 등에서 요청한 수정사항을 일부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21대 국회 개원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21대 국회 개원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민주당 비례대표 초선 의원들 중에선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에 본인 전문성을 결부한 법안이나 대응 방안을 밝힌 경우가 눈에 띈다. 의사 출신으로서 대한가정의학회 코로나대응TF, 명지병원 코로나19역학조사팀장 등을 지낸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고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을 골자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민주당이 보건·의료분야 주요 총선공약으로 발표한 사안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이었던 김경만 민주당 의원은 ‘엔젤투자’(개인 투자자들이 모여 벤처기업을 투자하는 형태) 촉진 필요성을 내걸고 ‘포스트 코로나 대응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청년 자영업자 출신 전용기 의원의 경우 상가임차인 임대료 연체로 인한 계약 해지 및 퇴거를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패키지형 법안 발의’ 소식으로 21대 국회를 시작한 이들도 있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본격적으로 임기가 시작된 1일 사회서비스원법·스토킹처벌법·민주시민교육지원법 등 이른바 ‘남인순 3법’을 대표발의한다고 알렸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의 경우 민주당 주요 과제 중 하나인 ‘일하는 국회법’을 비롯해 국정과제를 위한 법안 5건을 함께 발의했다. 김민석 의원의 경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10대 입법과제 선정 보고서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골목상권과 소상공인 보호 △긴급재난에 대한 취약계층의 보호 및 관련 재원확충 △아동과 청소년 성폭력과 착취에 대한 처벌강화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중소기업 성장지원 확대 등 주요 과제를 밝혔다.

지역구 특색이 드러나는 공약들도 있다.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군을 지역구로 둔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벌마늘’ 현상을 농작물재해보험금 지급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정부당국 등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벌마늘’은 이상기온 등으로 마늘 사이에서 싹이 나고 알 사이가 벌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전남 목포)은 ‘목포대 의대 유치를 위한 국회 토론회’ 개최 소식을 예고하는 한편 이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경기 김포시갑 김주영 민주당 의원의 경우 금융노조의 김포지역 이주민 나눔 기증식에 참석해 지역 취약계층에 대한 나눔 사업 운영계획을 밝히는 한편 이주민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해 “연대와 나눔의 정신”을 강조했다. 

이밖에 박완주 의원(충남 천안을)은 ‘천안 특례시법’, 인천 서구을 신동근 의원은 ‘인천 고등법원 설치법’ 등 지역 숙원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광주 서구을의 양향자 의원의 경우 1호 법안으로 ‘역사왜곡금지법’을 발의했다.

강남3구 의원들도 지역구 특색에 맞는 이슈를 첫 메시지로 내놨다. 배현진 통합당 의원(서울 송파을)은 ‘착한 종부세법’이란 이름으로 자신의 1호 법안을 소개했다. 총선 당시 배 의원이 약속한 대표 공약으로 1세대 1주택 실소유자들의 종합부동산세를 줄이겠다는 법개정안이다. 배 의원은 “문재인 정권 들어 18차례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도 집값은 올라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이미 9억원을 넘었다”며 “집 한 채뿐인데 과중한 세부담에 눌린 동네 어르신들 호소가 이제 낯설지도 않다”고 개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태영호 통합당 의원(서울 강남갑)도 종부세법 일부개정안을 1호법안으로 발의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역시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1세대 1주택을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이다. 태 의원은 종부세 부과기준을 상향 조정해 세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 2탄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편 여당 중진 의원들은 본인이 주도하는 연구단체 등 모임 소식을 앞세웠다. 3선의 이광재 의원은 여야 의원들이 참여하는 ‘우후죽순’ 정기토론회 개최 소식을, 5선 이상민 의원은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출범 소식을 21대 국회 등원 직후 알렸다.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디지털 뉴딜 라운드 출범식 및 기념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디지털 뉴딜 라운드 출범식 및 기념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20대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4선의 노웅래 의원은 정보통신 관련 공공기관·기업·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디지털 뉴딜 라운드’ 소개 자료를 냈다. 노 의원과 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이 수석대표, 관련 기관·단체 관계자들이 공동대표로 참여한 모임은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뉴딜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출범했다”고 밝혔다. 

4선 우원식 의원이 대표를 맡은 ‘국회 기후위기 그린뉴딜연구회’의 경우 환경운동단체 출신 비례대표로 진입한 양이원영 의원이 정책세미나를 준비하며 적극 홍보했다.

자신의 정체성과 연관된 이슈로 국회 문을 연 의원들도 있었다. 김미애 통합당 의원은 코로나19 등 감염병으로 인한 국가 위기에 맞벌이·한부모 가정 자녀돌봄을 지원하는 유급휴가 법안을 대표발의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위기상황에서 아이돌봄 공백에 따른 문제가 심각하지만 현행 법률로는 지원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낸 법안이다. 김 의원은 입양한 아이를 포함해 자녀 셋을 키우는 한부모다. 총선 당시 이 내용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공언했다. 

2006년 탈북해 2010년부터 북한인권활동가로 활동해 온 지성호 통합당 의원(비례)은 “탈북주민께 희망 드리고, 통일의 초석이 되겠습니다”란 보도자료에서 의원실 체제를 ‘북한이탈주민 권익센터’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지 의원은 인적·물적 자원을 집중해 탈북민이 헤매지 않도록 ‘탈북등대’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주민 인권문제와 함께 진정한 한미동맹 복원에 주력하겠다고도 했다. 

▲ 지성호 통합당 의원은 의원실 전체가 '북한이탈주민 권익센터' 체제로 돌입한다고 공지했다. 사진=지성호 의원 페이스북
▲ 지성호 통합당 의원은 의원실 전체가 '북한이탈주민 권익센터' 체제로 돌입한다고 공지했다. 사진=지성호 의원 페이스북

 

최혜영 민주당 의원(비례)은 “장애인 당사자 국회의원 최혜영 ‘1호 입법’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대표발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65세부터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의무 전환되면서 고령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 급여량이 줄어드는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최 의원은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함께 일할 보좌진을 소개하는 메시지를 내놓은 의원실도 있다. 이번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인 류호정 정의당 의원(비례)은 지난 4일 의원실 보좌진 평균 연령이 33세라고 밝혔다. 류 의원은 “젊은 감각으로 기성 문법에서 벗어난 정치를 선보이기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정규 보좌직원 8명 중 여성이 4명(50%)라는 점도 언급했다. 또한 류 의원을 ‘호정님’으로 부르고 보좌진은 닉네임을 정해 불러 수평적인 업무분위기를 만들어 원활한 소통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비례)은 지난 2일 첫 기자회견을 의원실 보좌진들과 함께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조 의원은 “보좌진을 부하직원이라 생각하지 않고 입법파트너로 보겠다”며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보좌진 한명 한명을 소개하며 마이크를 넘겨줘 언론에서도 화제가 됐다. 조 의원에게도 ‘정훈님’이라고 부르거나 보좌진들이 서울대 출신 일용직노동자, 국제기구 경력자, 유학파 소상공인, 발레리나, 도전골든벨 최후의 1인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어 주목을 받았다.

▲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지난 2일 국회에서 보좌진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SBS 화면 갈무리
▲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지난 2일 국회에서 보좌진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SBS 화면 갈무리

 

협치를 제안한 의원도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비례)는 지난 6일 ‘7개 정당 기본소득 연석회의’를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공지했다. 원이슈 정당인 기본소득당에서 최근 이슈가 되는 기본소득 문제를 국회 차원에서 공론화하고 정책 로드맵을 만들자는 취지의 제안이었다. 용 의원은 기자회견 후 각 정당의 대표·원내대표와 회담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총선 이후 진영 내에서 지속되는 이슈에 대응한 의원실도 있다.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민경욱 전 의원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보도자료를 냈다. 민 전 의원은 중국 해커가 선관위 전산망 해킹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하 의원은 해당 내용을 ‘괴담’이라며 이러한 주장이 통합당 혁신에 장애가 되고 있으니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탈당할 것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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