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정당의 요정’입니다. 지난해 소수정당 진입장벽(정당득표율) 3% 폐지 주장하며 노동당, 녹색당, 우리미래(현 미래당)과 기자회견하느라 모였는데 다들 박 기자 얘기를 했어요.”

이은혜 민중당 대변인이 지난 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박효영 중앙뉴스 기자에 대해 한 말이다. 국회를 출입하는 박 기자가 원외에 있는 소수정당을 열심히 챙겨서다. 그는 기본소득당, 노동당, 녹색당, 미래당, 민중당, 시대전환, 여성의당(가나다 순) 등 7개 정당 당사를 매달 찾는다. 당 관계자를 만나 한달간 당의 근황 3가지를 듣고 기록한다. ‘월간 기본소득당’, ‘월간 노동당’ 등 연재기사로 내는데 많이 진행한 곳은 7편까지 ‘월간’ 연재기사가 나왔다. 

7개 정당을 선정한 기준은 ‘꾸준히 활동하는 정당’이다. 지난 1월 조성은 브랜드 뉴파티 창당준비위원장을 인터뷰했지만 ‘월간 뉴파티’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다. 박 기자에게 당을 유지할 것처럼 말했던 뉴파티는 미래통합당에 참여했다. 박 기자는 “이번 총선 때 선관위에서 국민의당 포함해 소수정당 토론회(29개 정당 참여)를 했다”며 “그때 정당 목록을 봤는데 대부분 우파정당이었다”고 말했다. 선거 직전 급조한 정당을 제외하니 진보정당으로 분류되는 곳이 주로 남았다.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진=장슬기 기자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진=장슬기 기자

우파정당 중에선 ‘월간 우리공화당’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전 직장에서 ‘주간 우리공화당’을 연재했다. 박 기자는 “우리공화당에선 정치를 종교를 대하듯 한다”며 “내가 믿고 따랐던 박정희,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가고 탄압을 받는 게 싫은 것”이라고 했다. “이 정당도 사람들이 생활하고 당 살림살이가 있어 얘기를 듣고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며 “사회적 약자를 잘 몰라서 혐오하는 것처럼 소수정당도 몰라서 오해하는 부분이 크다”고 했다. 

우리공화당은 극단적 표현이나 광장 점거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박 기자는 “진지하게 의견을 들으면 (표현이) 나아진다”며 “현실적으로 언론이 소수정당 다루는 게 힘든 일인데 (우리공화당이) 광장을 점거했더니 언론에서 다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총선 때 여러 매체에서 기본소득당을 (핵나라당, 결혼미래당과 함께) 이색정당 취급했는데 사실 용혜인 대표가 정당활동을 10년했고 거대집회(가만히 있으라)를 기획해보지 않았나”라고 보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에 미디어오늘은 지난 3일 박 기자의 여성의당·민중당 취재현장에 동행했다. 지난 3월8일(세계여성의날) 창당해 총선부터 치른 여성의당은 최근 당내 조직을 만들고, 시도당을 창당하면서 당내 민주주의 확보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양육비 해결 문제에 당사자들과 적극 연대할 예정이고, 당내 여러 모임이 있는데 최근 ‘딸 가진 엄마위원회’와 ‘아들 가진 엄마위원회’를 만들자는 제안도 들어왔다. ‘엄마’들도 자녀 성별에 따라 입장이 다양해져서다. 

여의도에서 담아내지 못하는 주제를 여성의당에선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다. 오성화 여성의당 사무총장은 “당원들 사이에선 ‘여성과 남성 헤어컷 가격이 왜 다를까’ 생각하다가 서로 해보자며 헤어디자이너 불러 배우기도 한다”며 “각종 스터디나 소모임이 (당의) 기초모임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지난 3일 서울 마포 여성의당 당사에서 박효영 중앙뉴스 기자(오른쪽)가 오성화 여성의당 사무총장을 취재하는 모습. 사진=장슬기 기자
▲ 지난 3일 서울 마포 여성의당 당사에서 박효영 중앙뉴스 기자(오른쪽)가 오성화 여성의당 사무총장을 취재하는 모습. 사진=장슬기 기자

이런 상상력은 기자들이 소수정당을 찾을 이유이기도 하다. 오 사무총장은 “여전히 거대정당들이 다루지 않은 삶이 있고 중요하지 않다고 치부되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소수정당은 여기에 집중하기 때문에 여느 정당보다 디테일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여성의당은 기본소득당, 녹색당에 제안해 ‘젊은여성정치인연대(가칭)’란 이름으로 연대해 ‘스토킹범죄 처벌법’ 제정촉구 기자회견을 국회에서 열었다. 정당을 뛰어넘는 연대도 소수정당에선 더 유연하게 이뤄진다.

물론 소수정당도 언론이 필요하다. 그는 “당의 대표인물이 없으니 ‘특정·편협한 유형의 사람들이 모인 거 아닌가’, ‘총선 끝나고 당이 지속할까’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며 “언론을 통해 중앙당에서 고민한 내용을 당원들에게 말할 수 있고, 월간 시리즈를 통해 우리가 ‘누군가를 배제하려는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걸 전달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21대 총선에서 의석을 얻지 못해 원외정당이 된 민중당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고, 민중당 당명을 진보당으로 바꾸는 당원투표도 예정했다. 국고보조금이 사라지면서 당사 이전도 고민할 부분이다. 이정희 국민입법센터 대표와 이상규 민중당 대표는 최근 논쟁 사안인 전국민고용보험 도입을 위한 국민발안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20대 국회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이은혜 민중당 대변인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쫓겨난 상인들, 부당하게 해고당한 사람 등 언론에 직접 목소리를 낼 통로도 권력도 없는 사람들을 정론관에 세운 것”에 뿌듯해했다. 그는 “대변인을 하다보니 사회적 약자 이슈가 터졌을 때 사회부 기자들이 연락와 소개해달라고 하더라”라며 “민중당이 어려운 사람들 곁에 있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았다”고 했다. 

소수정당에는 보이는 게 다르다. 국회는 최근 국회 본청 안에 있던 정론관 기자회견장을 없애고 별도 건물 ‘국회 소통관’을 신축했다. 이 대변인은 “사소할수도 있지만 본청 정론관 때는 작은 방이 있어 기자회견하러 외부에서 온 분들이 외투나 가방을 내려놓거나 화장을 고칠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런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외부인들은 국회 식당 밥값도 더 비싸다”며 “국민을 손님 취급하는 국회”라고 비판했다. 

▲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민중당 당사에서 박효영 중앙뉴스 기자(왼쪽)가 이은혜 민중당 대변인을 취재하는 모습. 사진=장슬기 기자
▲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민중당 당사에서 박효영 중앙뉴스 기자(왼쪽)가 이은혜 민중당 대변인을 취재하는 모습. 사진=장슬기 기자

소수정당 입장에선 기자들 관심도 적고, 지난 국회 때 선거제를 손봤지만 양당구도가 강화됐고, 선거기호를 위해 현역 의원을 꿔온 위성정당은 10~20억원 수준의 국고보조금을 받아갔지만 진성당원들 지지로 운영하는 소수정당들은 힘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받는다. 언론보도, 게임의 룰, 재정기반이 모두 거대정당 중심이다. 독일처럼 국고보조금 장벽을 낮추고 선거가 아닌 정당활동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폐지하는 식으로 차별을 없애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박 기자는 주장했다. 

국회 기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외면하고 거대양당에 집중해있다. 기자들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앞에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창문 너머로 흐릿하게 윤 의원을 찍어 보도했다. 박 기자는 “이미 (지난달 말에) 본인의 입장을 밝혔고 사실 더 (입장)나올 게 없는데 ‘뻗치기’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나”라며 “의미있게 활동하는 다른 정당을 취재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7개 소수정당은 어떤 곳?

이번 총선에서도 소수정당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아직 유권자들에게 생소한 정당도 있다. 다음은 박 기자가 각 당의 이미지를 간단하게 소개한 내용이다. 

기본소득당 
“혜성같이 등장한 가장 젊은 정당이다. 2만명의 당원이 있는데 80%가 20대다. 당직자 중에 군대가는 사람들이 있는 정당이다. 용혜인 의원도 1990년생. 기본소득은 이번 선거에서 큰 이슈가 됐다. 증세를 전제로 한 월 60만원 기본소득을 주장한다. 그러나 기본소득만 얘기하진 않는다. 부동산·주거이야기, 페미니스트도 있어서 성평등 문제도 얘기한다.”

노동당 
“사회주의 건설이 당 강령에 있다. 물론 폭력혁명은 아니고 투표로 의회에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총선 공약을 보면 ‘지분으로 매년 2%씩 토지보유세 신설’이 있는데 토지점유권은 인정하되 소유권을 국가가 가져오자는 계획이다. 누구는 집도 없는데 누구는 수십채를 가지고 있으니 부동산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조금 더 유연할 필요는 있어보인다.”
 
녹색당 
“원외정당 중 인지도가 높다. 가장 유명하고 잘 알려졌고. 신지예 등 지금은 탈당했지만 유명한 이들도 있었고 동물권 의제도 선도했다. 그런데 지금은 속빈강정이다. (녹색당은 당 리더십 부재에 혁신위 체제다.) 당내 평등문화가 잘 잡혀있지만 당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어 지금 같은 때는 위기일 수 있다.”

▲ 소수정당들 로고
▲ 소수정당들 로고

 

미래당 
“유연하고 통통튀는 창의적 정치집단이다. 크리에이티브 그 자체다. 국회의원 최저임금제(세비 중 기본급을 최저임금으로), 데이터유니온(데이터 주권을 위한 기본법) 등 미래당만 만들 수 있는 의제가 있다. 이런 정책을 의제화해 홍보하는 역량도 강하다. 유튜브 구독자가 정의당보다 많다. 당대표급은 개인 유튜브채널이 따로 있고, 전문카메라 인력도 있더라.”

민중당 
“반미정서가 강한 건 사실이지만 기존 분위기에만 고여있지 않고 밖으로 나와 이미지 탈피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단순히 주한미군 철수만 주장하는 게 아니라 이제 주한미군이 왜 문제인지, 왜 자주국가를 만들어야 하는지 연구해 세련되게 주장하려 한다. 당내에 농민조직과 노동조직이 강하다.” 

시대전환 
“진정한 의미의 플랫폼 정당이다. 의제별로 자기 입장과 연구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곳이다. 어떤 사안에 일정인원이 모이면 연구하게 지원해주고 당론으로 결정되면 조정훈 의원이 법안 발의할 수 있는 구조다. 증세하지 않는 월 30만원 기본소득을 말하는데 노동유연화 등을 전제해 진보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사람도 있다. 조 의원과 이원재 전 대표 모두 경제통이다.”

여성의당 
“성평등 이슈로 처음 집회를 나온 사람들이 정당을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혜화역 시위에 나온 사람들이 참여했지만 기존에 선구자적으로 여성운동하던 사람들도 도왔다. 과격한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오해하지만 그렇지 않다. 창당 두달도 안돼 20만표(0.74%)를 얻었으니 의미가 있다. 이제 실력으로 보여줄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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