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쏘아올린 기본소득 도입 의제가 여권의 주요 대선 잠룡들의 입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그 사이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전일 보육제’와 ‘전일 학교제’까지 언급하며 보편복지에서 진보세력보다 더 진보하고 있다. 경향신문과의 통합당 비대위원장 직책 첫 단독 인터뷰에선 “진보정당보다 더 앞서 가는 걸 할 수도 있다”고 했다. 9일 주요 일간지들은 진보 보수 성향 가릴 것 없이 김 위원장의 기본소득 행보에 주목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김 위원장의 진보 복지 의제 선점 광폭행보에 더 힘을 싣는 모양새다.

▲경향신문 3면
▲경향신문 3면

 

무상급식과 비슷한 ‘전일 보육제’ 의제 선점

조선일보는 9일 아침신문 1면과 5면에 “김종인 이번엔 ‘전일 보육제’” 기사를 실었다. 김 위원장이 8일 오전 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저출생 문제와 교육 불평등을 해결할 방안이라면서 초·중등생 대상 ‘전일 보육제’ 실시를 제안했다는 것. 조선일보는 ‘전일 보육제’에 관해 “오전부터 저녁까지 초등학교 1학년생부터 중학교 3학년생까지 국가가 교육과 보육을 책임지는 제도”라며 “김 위원장은 공교육이 아이를 책임지지 않으면 부모의 경제력, 즉 사교육 여부에 따라 교육 불평등이 고착화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회복하자는 차원에서 공교육 강화 대책인 전일 보육제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국가가 보육과 복지, 공교육을 책임지자는 것은 과거 진보 정치세력이 주도하자 보수 정치세력이 반대하다 역풍을 맞은 무상급식 의제와 비슷한 면이 있다. 조선일보는 다만 박근혜 대통령 시절 김 위원장이 공약 개발에 참여했던 ‘0~5세 보육 국가 완전 책임제’ 공약 실행으로 인한 취학 전 아동 교육·보육비 예산 파행을 거론하며 교육재원 마련 문제에 대해선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1면에서 이어진 전일 보육제 기사를 5면에 이어 쓰며 "김종인, 중학교까지 '전일 학교제' 도입하자" 제목을 붙이고 김 위원장과 이종배 정책위 의장 사진을 크게 실었다. 그 바로 옆엔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기본소득 논쟁에 가세했다는 기사와 이 의원이 이해찬 당대표와 인사를 나누는 사진을 작게 실었다. 이 같은 지면 편집은 김종인 위원장이 주도하는 의제를 이낙연 의원이 따라가는 인상을 받게했다. 

▲조선일보 5면
▲조선일보 5면

한겨레도 5면에서 김 위원장의 ‘저출생’ 문제와 연계된 ‘전일 교육제’ 화두를 전했다. 한겨레는 “정치권의 기본소득 논쟁에 불을 지핀 김종인 위원장이 이번에는 저출생 문제를 새로운 화두로 꺼냈다”며 김 위원장의 보편 복지 의제 주도에 프레임을 맞췄다. 한겨레는 김 위원장이 ‘저출산’이라는 익숙한 표현 대신 ‘저출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라고 봤다. 한겨레는 “‘저출산’이란 표현이 출생률 하락의 책임을 사회 전체가 아닌 여성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겨레는 이어 저출생 문제 해결 방안으로 초등학교에 교육과 돌봄 기능을 통합한 전일제 수업 도입 등이 거론된 것도 전했다.

경향신문은 아예 김종인 위원장 첫 단독 인터뷰로 4면을 채웠다. 기사 제목이 “통합당 진보보다 더 앞서 갈 수 있다”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시대가 지나면 보수의 가치도 변할 수밖에 없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 생각해봐라. 한나라당이 그때 반대했다. 무상급식한다고 무슨 큰 구멍이 난 것도 아니잖나. 변화를 추종하지 못하면 안 된다. 그런 보수를 싫어한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가 당 개혁에 성공해도 ‘김종인’ 이후 원상복귀할 것이라는 우려를 두고선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때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내세웠다가 글씨 하나 안 남기고 지워버렸다. 결과적으로 오늘날과 같은 사태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지금은 다음 대통령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소득 의제를 두고선 “당장은 시행하기 어렵다”면서도 “이재명 경기지사는 야당에 기본소득의 선수를 뺏길까 싶어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지사에게 지지 않겠다고 전 국민 고용보험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말해 과거 경제민주화 의제 선점처럼 기본소득도 의제 선점 효과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경향신문 4면
▲경향신문 4면

경향은 3면 “야권이 쏜 ‘빵 한 조각’…여 잠룡들 ‘진보의제 뺏길라’ 갑론을박” 기사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대선 의제로 부상하는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논의 초반부터 재원이나 복지체계 개편 등 구체적인 방안은 없어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지적도 나온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이낙연 민주당 의원 등의 기본소득 관련 발언을 전하며 “차기 대선 정책 경쟁 대열에서 밀려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날 대다수 아침 신문은 이재명 지사에 이어 박원순 시장, 이낙연 의원의 기본소득 언급을 다뤘다. 야권 잠룡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한마디 보탰다. 홍 의원은 “기본소득제의 본질은 사회주의 배급제도를 실시하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도입을 반대했다.

정교한 설계와 국민적 합의 전제 강조한 신문들

기본소득 의제는 급부상 했지만 당장은 재정에 관한 정교한 설계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전제에는 대부분 비슷했다. 한겨레는 “불붙은 ‘기본소득 논쟁’, 바람직한 방향 잡으려면” 사설에서 “기본소득제의 취지에는 여러 명목으로 지급되는 각종 복지 서비스를 기본소득으로 통합해 행정상의 비효율성을 절감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럴 경우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등을 받고 있는 계층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며 “정치권의 논의를 넘어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 전문가들을 아우르는 공론화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4면 “김종인 이어 이낙연 ‘기본소득 논의’ 가세, 퍼주기 경쟁 우려” 기사에서 “백가쟁명식으로 논쟁이 급증하다 보니 기본소득을 당론으로 내걸고 있는 소수 정당(기본소득당, 시대전환)에서는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조정훈 시대전환 공동대표가 ”기본소득은 굉장히 중요한 어젠다지만 만만한 제도가 아닌 만큼 치열하고 정교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한 비판을 전했다. 또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가 “정치권이 기본소득을 이슈로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설계도를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원내 7개 정당이 모두 참여하는 ‘기본소득 연석회의’를 열자”고 공개 제안한 내용도 전했다.

새벽 2시 이재용 구속 기각 소식 아침 지면에 넣은 신문은?

▲한겨레, 국민일보, 서울신문 1면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기사
▲한겨레, 국민일보, 서울신문 1면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 기사

 

9일 오전 주요 일간지 아침신문 1면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상실질심사 기사나 사진이 도배했다. 하지만 아침신문 지면 마감 시간을 넘긴 9일 새벽 2시께 결과가 나와 주요일간지는 국민일보, 한겨레, 서울신문만 1면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소식을 내보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등 나머지 주요일간지 아침신문은 전날인 8일, 점심시간까지 포함한 8시간 30분 진행된 영장 심사의 주요 공방 내용을 다뤘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경향신문 1면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실질심사 기사
▲동아일보, 조선일보, 경향신문 1면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실질심사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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