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8일 심의위원 임기 중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에 후보 공천을 신청한 전광삼 상임위원에 대한 ‘해촉’을 대통령에 건의하기로 의결했지만 이행을 보류하고 다음 전체회의에서 재심의한다. 방통심의위는 “충분한 의견 개진과 숙려를 거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심의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전광삼 상임위원의 해촉을 검토하도록 건의하는 내용을 담은 ‘법제처 법령해석 관련 후속처리에 관한 건’을 상정해 비공개 회의를 진행한 뒤 의결했다. 

이날 전체회의는 정원 9인 가운데 전광삼 위원을 제외한 8인이 배석해 진행됐다. 전광삼 위원은 와병을 이유로 불참한다고 방통심의위 측에 전했다. 해당 안건을 두고 미래통합당 추천 이상로 위원과 나머지 위원 7인(정부·여당 추천 강상현 위원장, 허미숙 부위원장, 강진숙·김재영·심영섭·이소영 위원,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 사이 찬반이 갈렸다.

▲전광삼 상임위원. ⓒ연합뉴스
▲전광삼 상임위원. ⓒ연합뉴스

방통심의위 관계자에 따르면 방통심의위에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상 해촉 건의 안건을 심의할 권한이 있는지 위원들 간 언쟁이 벌어졌다. 

미래통합당 추천 이상로 위원은 방통심의위가 방송과 통신 심의 권한만 지녔다고 주장했고, 나머지 7인은 방통심의위가 그간 특별위원회 위원을 위촉하는 등 인사 관련 심의도 해온 만큼 해촉 건의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상로 위원을 뺀 7인 의견이 일치해 오후 4시10분께 안건이 통과됐다. 

이상로 위원은 회의 직후 “여러분 모두 법을 어겼다. 해촉 권한은 우리에게 없다”며 “전광삼 위원이 정치적 행위를 했다는데, 여러분이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회의 직후 방통심의위 측은 9일에 해촉 건의를 검토 요청하는 안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기자들에게 알렸다. 방통위가 해촉을 건의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해촉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그러나 오후 5시께 방통심의위 측은 현장 기자들에게 의결 안건 이행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민경중 방통심의위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미 의결한 사항이지만 (심의위원 해촉 건의가) 사상 초유의 상황인 만큼 절차를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2주 뒤 전체회의에서 다시 심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 총장은 “이상로 위원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해 회의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웠고, 당사자인 전광삼 위원도 불참했다”고 배경을 설명하며 “강 위원장과 허미숙 부위원장이 만나 논의한 결과 다음 전체회의까지는 의결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 전경.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 전경.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통심의위 측은 이미 의결한 사안을 당초 논의대로 이행하지 않고 재심의하는 데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일부 기자 질문에 “이전에도 심의위원들이 심의 결과에 대해 재심의 요구안을 발의해 재심의가 이뤄진 전례가 있다”고 했다. 의결 이후 결정에 대해 심의위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느냐는 물음에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방통심의위는 오는 22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전광삼 상임위원 해촉 건의 안건을 강 위원장 발의로 다시 심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 상임위원은 4·15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미래통합당(대구광역시 동구갑)에 비공개로 공천을 신청해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논란을 불렀다. 심의위원 7인과 전국언론노조 방통심의위지부는 자진 사퇴를 촉구했지만 전 상임위원은 거부했다.

법제처는 지난달 11일 전 상임위원의 공천 신청이 “방통위법에 따라 금지되는 정치 활동 관여에 해당한다”는 해석을 내렸다. 방통심의위원이 공천 신청과 같은 정당 활동을 하려면 그에 앞서 자진 사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방통심의위원의 정당 활동 관여는 전례를 찾기 어렵고, 해촉 건의는 초유의 일이다. 엄광석 전 방통심의위원은 2011년 위원 재직 중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위해 유권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했다가 유죄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사퇴 요구를 받았지만 임기를 끝까지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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