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말부터 건설되어 40년을 가동해온 한국의 원전(핵발전소)은 엔지니어 분야에서도 뛰어난 기술자를 많이 배출하였다. 10여년 전에 은퇴한 70대 후반의 배명성씨는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한국표준형원전 도입당시에 한국중공업의 원자력설계부장을 지냈고, 두산중공업 원자력BG(Business Group) 장을 역임하기도 하였다.

그런 그에게 2013년 여름 어느 날 울진원전으로부터 엔지니어가 서울의 집으로 찾아왔다. 방문한 이는 두산중공업에서 한울원전현장에 파견되어 근무하던 문인득 엔지니어(58세)다. 그는 1981년부터 부산고리와 경주월성의 원전건설의 현장에서 일을 해온 용접기술사(1996)이자 건설기계기술사(1997)다. 울진의 한울 4호기의 증기발생기가 위험상태라고 판단해서 평소 알고 지내던 선배원로에게 의논을 드리러 온 것이다.

▲ 울진 원전(핵발전소)의 모습. 사진 출처=구글 지도
▲ 울진 원전(핵발전소)의 모습. 사진 출처=구글 지도
▲ 한 가운데에 우라늄을 태우는 원자로(REACTOR VESSEL)가 있고 양쪽에 증기발생기(STEAM GENERATOR) 가 있다. 사진 출처=한국중공업 회보집
▲ 한 가운데에 우라늄을 태우는 원자로(REACTOR VESSEL)가 있고 양쪽에 증기발생기(STEAM GENERATOR) 가 있다. 사진 출처=한국중공업 회보집
▲ 7층높이(21미터)의 거대기계인 증기발생기의 내부. 그림 속 사람 모습이 작게 보인다. 사진 출처=KPS
▲ 7층높이(21미터)의 거대기계인 증기발생기의 내부. 그림 속 사람 모습이 작게 보인다. 사진 출처=KPS

증기발생기(Steam Generator)는 원자로에서 끓인 물을 증기로 바꾸어 에너지를 전달하는 기계다. 7층 높이의 거대한 탱크구조물인 증기발생기는 원자로와 함께 원전의 핵심기기다. 흔히 원전(핵발전소)을 대표하는 사진으로 보는 원통형의 격납용기안에 나란히 들어 있다. 이 증기발생기에서 만들어 낸 증기가 격납용기 바깥에 있는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증기발생기 수명이 짧았던 근본 원인

원전은 정기점검이나 고장 등 여러 이유로 가동을 중단할 때가 많은데, 중단할 때마다 증기발생기는 고온상태와 냉각상태가 반복되면서 금속으로 된 용기의 팽창과 수축을 수반하게 된다. 거대용기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스무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탈이 난다. 소리와 진동이 크게 난다. 마치 한겨울 아침에 난방주물보일러가 가열되면서 팽창하면 매우 큰 소리가 나는데, 이처럼 큰 용기는 마치 큰 대포소리에 견줄 만하다. 진동이 커지면 용기 내부에 있는 가느다란 금속관(전열관, 傳熱管)다발이 위태로워진다. 뜨거운 열을 전달해서 물을 증기로 바꾸는 기능을 하는 파이프 뭉치다. 이 전열관이 쉽게 마모되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폭발의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설계수명 40년인 한울4호기는 운전한지 10년이 채 되지 않아서 2013년 5월에 증기발생기를 교체하게 된다. 이 교체공사의 설계책임을 문기술사가 맡았다. 그 과정에서 그는 슬라이딩베이스에 앵커볼트라는 완충장치가 처음부터 누락되어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전문가인 두 사람 사이에는 이런 상황이 순식간에 전달되었다. 배명성원로는 매우 놀랐다. 그러면서 문인득기술사에게 “야아! 자네 정말 중요한 문제를 발견했네, 현역에 있을 때 이 문제를 꼭 해결하게나”. 권위자로부터 받는 이런 격려는 큰 것이다. 기실 1992년 벡텔엔지니어링사가 수행했던 Milesones2호기(CE사 타입)의 증기발생기 교체공사에서는 응력에 의한 변위가 발생해서 국제적 이슈가 된 사건이 있었다. 현장에서는 심각한 문제다. 두 사람은 이후 두 차례나 더 만나서 대책을 의논하였다. 

▲ 운전중 슬라이딩베이스 최대 135도씨 까지 상승되고, 정상운전중 피로 변형이 일어남(연두색 부분이 피로 변형이 일어나는 것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 출처=KISTI 피로평가
▲ 운전중 슬라이딩베이스 최대 135도씨 까지 상승되고, 정상운전중 피로 변형이 일어남(연두색 부분이 피로 변형이 일어나는 것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 출처=KISTI 피로평가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한다. 문기술사는 두산중공업의 설계부문 임원인 P씨의 사무실도 방문하여 이 문제를 의논했다. P씨에게 ‘한울4호기의 문제가 심각하다. 3호기라도 바로잡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배명성원로가 추천한 인물이어서 터놓고 의논을 한 것이다. 하지만, 두산중공업 본사는 갑자기 뜻밖의 행동을 취하게 된다. 바로 문기술사를 형사범으로 고소를 한 것이다. 자사 직원이 한 건의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대책을 세워야 마땅한데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취한 것이다. 고소내용도 뜻밖에도 ‘영광한빛원전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다. 

이런 적대적 소송이 걸리니 문제가 복잡해졌다. 위험을 예방하는 문제에 대해 책임이 있는 기업조직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는 길과는 정반대의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이상하다. 설사 그런 선택을 한다 할지라도 제기된 문제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린 후 안전에의 솔루션을 명확히 한 다음 그런 소송이 진행된다면 그건 논외로 칠 수가 있다. 하지만 당시 문기술사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두산중공업은 어떠한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문제는 더 있다. 소송이 걸리니까 제3자 입장에서 원전현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쉽게 입을 열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고소를 한 것이 조사자체를 방해하려는 목적이라고 오해받을 만하다.  

원전의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수가 용납되지 않은 현장이므로 약간의 실책이나 실수에도 엄중한 문책이 따르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원전분야에서는 문책이 따르면 시시한 처벌로는 끝나지 않는다. 은폐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당장 드러나는 문제가 아니라면 무조건 덮어둘 수밖에 없다. 위험이 더욱 심해지는 구조다. 은폐는 거짓을 수반한다. 진실을 알기 힘든 수렁으로 깊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커다란 사고가 나는 것이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그 결과다.

문 기술사가 제기한 문제점을 찬찬히 보면

원래 CE(Combustion Engineering 회사)형 원전을 개량한 한국표준원전 증기발생기는. WHS형 모델(웨스팅하우스 모델) 보다 수명이 짧다. 그 이유는 증기발생기 내부에 있는 전열관 마모손상 때문이다. 설계수명의 절반도 못 미쳐서 조기에 교체되고 있다. CE형 원전은 증기발생기가 두 대가 있으면서 동급의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형에 비해 용량이 크고 내부의 세관(가느다란 관)의 갯수도 1만3천개나 될 정도로 많고 증기발생기 내 수위 윗부분의 공간이 좁다. 이러한 증기발생기 고유설계 문제로 인해 진동이 발생하면 증기발생기 세관이 마모되기 쉽다. 파손되어 끊어지게 되면 1차 냉각재가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핵연료가 녹아내릴 수 있다. 이 노심용융을 막으려면 내부구조상 방사성물질을 방출해야 한다. 이런 위험을 낳는 것이 바로 진동이다.

원자로는 이상 현상이 생길 때마다 가동이 중단된다. 정기점검 때뿐 아니라 수만 개의 부품 가운데 사고 위험이 있는 중대한 고장이 자주 발생하는 편이어서 그럴 때는 고온상태의 원자로를 급히 운전정지 시킨다. 비정상적 마찰로 뜨거워진 슬라이딩베이스는 온도분포 차이로 인해 응력이 발생될 수밖에 없다. 금속재질 내부에 응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응력이란 외부작용에 의해 고체에 변형이 발생하였을 때 고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내부저항력을 말한다. 항공우주분야의 연구소에서 일하는 열유체공학 전공자 K박사는 문기술사와 함께 2016년 슬라이딩베이스 온도시뮬레이션을 수행하면서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정상적인 경우 슬라이딩 베이스가  미끄러지듯 움직여서 용기의 그 팽창수축이 부드럽고 자유롭게 작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변형이 생기면 수평이동뿐 아니라 수직 팽창도 힘이 걸린다. 그게 순조롭지 못하면 금속에 내재되어 있던 힘이 증기발생기 아래에 있는 또 다른 철판과 마찰을 생기는 것이다. 

▲ 한울 4호기의 경우, 슬라이딩베이스 중앙부가 11.46mm나 처짐 현상으로 인해 증기발생기는 수직도를 유지 못하가 기울어져 상부에 있는 Key와 Key Guide에 접촉이 일어나면  진동이 일어나고 전열관 마모손상이 발생된다. 사진 출처=2017년 6월15일 포항MBC 보도 갈무리
▲ 한울 4호기의 경우, 슬라이딩베이스 중앙부가 11.46mm나 처짐 현상으로 인해 증기발생기는 수직도를 유지 못하가 기울어져 상부에 있는 Key와 Key Guide에 접촉이 일어나면 진동이 일어나고 전열관 마모손상이 발생된다. 사진 출처=2017년 6월15일 포항MBC 보도 갈무리

즉, 금속의 팽창, 수축이 일어날 때  증기발생기 하부지지대나, 상부지지대가 어딘가에 접촉이 되어 있으면 마찰저항이 커져서 심각한 진동이 일어난다. 그 이동하는 힘의 소리가 그런 대포같은 소리로 증기발생기 하단부로부터 터지는 것이다. 정지상태서 기동할 때는 저항에 의해 미끌음 작동이 억제되었다가 열팽창에 의한 힘이 누적되었다가 갑자기 움직일 때 굉음이 나는 것이다. sticking motion 이라고 한다. 진동에 의해 이 전열관들이 흔들리면 마모가 빨리 되고 급기야는 폭발의 위험에 몰리는 것이다. 이를 진동피로라고 한다. 그리하여 이 전열관의 수명이 기대보다 짧아져서 교체공사가 빈번히 일어난다. 

원전현장의 엄중함

그런데 문제는 더 큰 데 있다. 증기발생기를 교체하는 작업은 고도의 정밀한 공정인데, 이 과정에서 이 큰 용기와 연결되는 배관을 잘라서 교체를 해야 하고, 교체를 하게 되면 반드시 용접을 해야 한다. 이 용접부위는 원래의 금속재질과 달라서 팽창과 수축시에 응력이 발생하고 유연성이 떨어진다. 이 응력이 커지면 금속에 균열이 생긴다. 균열이 심해지면 파단으로 이어진다. 더 큰 위험상태에 놓이는 것이다. 강원대 기계설계공학과 조석수 교수는 이런 응력에 의한 금속균열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2차대전때의 미국의 무수한 선박들이 파단된 사례와 우리나라 1993년 성수대교가 파단된 사례가 해당된다’고 소개한다.

원전현장은 기술자에게 엄청난 압력과 스트레스를 준다. 미국의 C.K. Beck 라는 학자는 많은 원전사고와 고장사례를 분석한 후, “첫째, 상상가능한 원전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둘째, 사고시에는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사고는 예상치 못한 때, 예상치 못한 원인으로 일어나며,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문기술사는 2003년경 겪은 사례가 있다. 한울6호기 터빈시공검사의 책임을 맡았는데, 문기술사는 그 응력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현장기술의 노하우를 적용하여 공정이 일단락 될 때마다 용접부위에 일정한 물리적 조치를 취해서 응력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노력을 하였다. 그런데 한울6호기와 같은 시기에 설치된 한울5호기 터빈을 맡은 실무자는 그런 용접공정을 거치지 못한 듯하다. 그리하여 한울5호기의 터빈은 심각한 고진동이 발생했었는데, 터빈내의 많은 부품들이 비정상적으로 마모가 되었다. 당시 5호기 용접의 책임자였던 C모씨는 이로 인해 오랫동안 밤잠도 못 이루는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최근 들리는 소식으로는 그 때문에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현장의 기술자는 이와 같다. 원전과 같은 엄중한 기계설비를 다루는 현장에서 자신이 맡은 부분이 잘못되게 되면 스스로 괴로운 나머지 이처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기계의 스트레스가 자신의 몸으로 옮겨오는 것이다.

▲ 좌측은 미국 CE형 팔로버디(Palo Verde)원전의 슬라이딩베이스 모습. 외주부에 8개의 앵커볼트가 있다. 반면 이를 모델로 한 신고리3호기는 누락되어 있다. 신고리3호기는 한울3·4호기와 같은 모델로서 UAE에 수출한 원전과 동일한 구조다. 사진 자료= 문인득 기술사
▲ 좌측은 미국 CE형 팔로버디(Palo Verde)원전의 슬라이딩베이스 모습. 외주부에 8개의 앵커볼트가 있다. 반면 이를 모델로 한 신고리3호기는 누락되어 있다. 신고리3호기는 한울3·4호기와 같은 모델로서 UAE에 수출한 원전과 동일한 구조다. 사진 자료= 문인득 기술사

앵커볼트의 누락이 뜻하는 것

그러면 동일한 모델의 미국원전은 어떤가. 2012년 11월에 두산중공업 기술연구소 J씨는 미국의 BDS사 시공기술자문사에게  ‘미국에도 이런 슬라이딩베이스가 변형되는 문제가 있는가’ 하고 의뢰하였고, ‘그런 경험을 겪은 일이 없다’고 답신 받은 내용을 문기술사에게  통보하였다. 좀더 깊이 조사를 해보니 울진3·4호기 설계당시에 이 앵커볼트 부문이 누락되어 있었다고 한다. 즉, 지진발생시 증기발생기가 위로 들리는 것을 방지할 목적인 앵커볼트의 설계가 누락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즉, 앵커볼트가 있었더라면 진동도 없다시피 줄 것이고, 전열관 마모도 없었을 것이다. 한울3,4호기는 미국 것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 오리지널 CE 모델에는 증기발생기 슬라이딩베이스 가장자리에는 있는 8개의 앵커볼트가 있는 반면에 APR1400과 한국표준형원전에는 앵커볼트가 누락되어 버린 것이다. 어째서 빠졌을까. 알 수 없다. 다만 문기술사가 짐작으로 상상하는 것은, 1970년대 도입당시 원자로설비와 해당 구조물 설계 인터페이스 영역에서 누락되었을 가능성이다. 마치 두 지자체 사이를 잇는 도로망이 어렵기 마련이듯이, 검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 지진발생시 증기발생기가 위로 들리는 것을 방지할 목적도 있는  앵커볼트. 문기술사는 그 설계가 누락되었다면서 그 때문에 전열관 마모손상으로 인한 사고위험 증대와 증기발생기 교체비용이 발생하였다고 설명한다. 사진 자료=문인득 기술사
▲ 지진발생시 증기발생기가 위로 들리는 것을 방지할 목적도 있는 앵커볼트. 문기술사는 그 설계가 누락되었다면서 그 때문에 전열관 마모손상으로 인한 사고위험 증대와 증기발생기 교체비용이 발생하였다고 설명한다. 사진 자료=문인득 기술사
▲ 증기발생기 내부의  전열관(세관)의 마모와 파손이 유난히 심해서 설계수명 40년을 못채우고 10년~15년만에 교체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사진은 교체중인 전열관(세관)의 실제모습 (한울4호기) (2012)
▲ 증기발생기 내부의 전열관(세관)의 마모와 파손이 유난히 심해서 설계수명 40년을 못채우고 10년~15년만에 교체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사진은 교체중인 전열관(세관)의 실제모습 (한울4호기) (2012)

현재 가장 위험한 것은, 증기발생기 교체 후에 받은 저주파 진동 피로다. 2016년 여름 한울3호기에 원자로가 공진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한국과학기술정보원(KISTI) 가상설계팀 윤태호 박사는 한울3·4호기의 현장 데이터를 해석한 후, ‘피로가 누적된 원자로 노즐과 배관의 파단사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 바 있다. 윤박사는 삼성SDS출신의 베테랑연구자다. 그의 해석결과는 엄중하다. 문제는 가동중에는 피로균열 상태를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것. 바로 방사능 때문이다. 문기술사의 설명에 의하면 ‘영광 3·4호기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에는 500회 기동/정지에 따른 정상운전, 비상운전 상태의 안전성평가를 요구하고 있고, 울진 3·4호기 원설계시방서에는 3000회 피로평가를 하도록 명시되어 있다’고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표준형원전은 정상운전중 슬라이딩베이스 피로평가를 한 적이 없다. 지금은 작은 지진에도 최악의 원전사고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문기술사는 이미 한국압력기기공학회의 2012년 11월 학술대회에서 <원자로배관 절단 및 용접시 변위평가 사례>라는 논문도 발표한 바 있다. 그런 그가 문제를 제기하자, 2012년 12월에 한국수력원자력은, 설계를 맡았던 한국전력기술이라는 회사에게, 슬라이딩 베이스 설계가 미국 것과 다른 이유에 대해 공식적으로 답변을 요구하였다. ‘Palo Verde 원전의 시공방법과 다른 시공방법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에 대한 답변은, <LBB 적용 설계로 LOCA 하중 지지용 Anchor가 없는 슬라이딩 베이스 설계 채택하였다>는 것이다. 즉 앵커볼트 없는 설계를 했다는 답변이다. 문제의 실체가 드러났다. 이에 대한 문책은 별도로 하더라도, ‘위험상태가 진행형이기 때문에 긴급하게 처리되어야 할 것’이라고 문기술사는 걱정한다. 

이 문제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원전설계엔지니어 A씨도 있다. 그는 두 가지 의견을 피력한다. ‘1) sticking motion은 원래 발생하는 것이다. 세관의 마모나 손상은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게 아니라 가동중 발생하는 유체유발진동에 의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2) 증기발생기는 슬라이딩하도록 바닥이 프리해도 지진가속도 수직방향이 0.3g를 넘기 힘들므로 자중 1g를 이길 수가 없다. 앵커가 있었던 것은 지진을 고려한 것이 아니고 주배관이 완전 파단될 수 있다는 설계개념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단전 누설 개념이 적용되면서, 주배관이 완전 길로틴 파단이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 규제기관에게 인정되면서 CE형 원전에서는 앵커볼트를 한빛3·4호기부터 없앴다’는 것이다.

A씨의 주장에 대해 문기술사는, ‘기초철판(base plate)간에는 미끌음 작동을 할 때 마찰계수는 0(zero)를 적용하여 설계하므로 끈적거리는 이동(sticking motion)의 발생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미국 NRC에서 CE형원전 운영경험을 정리하여 발행한 보고서에는 ‘오리지널 CE형을 유지한 증기발생기의 경우 유체유발진동이 발생된 사례가 없다고 한 내용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 지진문제에 있어서도, ‘2017년 포항지진시 진도5.4에서, 지반가속도는 0.58g 로 실측되었다. 울진 3,4호기 지진설계는  진도 6.5로 설계되었지만, 지반가속도 0.3g에서  원자로가 사고없이 안전정지 되도록 설계된 것으로서 최대지진 6.5일때는 지반가속도는 1g가 초과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이때가  되면 원자로안전정지기능을 상실하여 원자로배관은 파열된다. 미국 SONGS 원전은, 울진3·4 호기와 같은 진도 0.65 기준으로 설계되었지만 앵커볼트 있는 설계가 적용되어 실제는 진도7.0 에 견딜 수 있다.’고 답한다. 

▲ 울진주민들은 철저한 진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2017년 6월15일 포항MBC 보도 갈무리
▲ 울진주민들은 철저한 진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2017년 6월15일 포항MBC 보도 갈무리

객관적이고 투명한 조사가 시급하다

그리고 A씨가 언급한 ‘앵커볼트를 없앤 영광의 한빛3·4호기’는 전열관 마모로 최근 증기발생기 교체공사가 시행되었다. 설계수명은 40년이지만 설치한 지 10년만이다. 문기술사의 지적대로 이상이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그는 현장에서 몸으로 체감하는 이다. 국가는 즉시 검증하고 그 내용을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원래 기술이란 실패를 경험 삼아 발전한다. 하지만 핵발전은 실수나 실패가 용납되지 않은 기술이다. 모순덩어리의 존재다. 과학연구에 머물러야 할 그런 존재가 핵무기로 그리고 핵에너지기술로 둔갑한 탓에 인류가 위험에 처해 있다. 

벌써 9년째다. 이명박정권 말기부터 제기되었던 울진의 한울3·4호기 원전문제는. 지금 울산 신고리3·4호기와 전남 영광의 한빛 3·4·5·6호기도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다. 또 이명박정권 때 이런 위험이 의심되는 모델의 원전이 UAE에 수출되었다. 그 나라도 자체적으로 위험 가능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기실 위험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의 조사 필요성만으로도 엄청난 민폐가 아닐 수 없다. 원전위험은 이토록 엄중하다. 정부는 즉시 투명하게 조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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